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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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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9일 오후 1시 57분]

지난 5일(토요일) 하루에만 112만 명이 관람하며 개봉 4일 만에 3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 운전사>.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 1위인 <명량>과 같은 속도로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는 이 화제작은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했다는 점만으로도 언론과 관객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600만을 동원한 <화려한 휴가> 이후에 1980년 광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흔치 않은 대중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광주 비디오'라 불리는 5.18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린 방송 보도로 유명한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왔던 택시 기사 '김사복'씨의 실화를 그린 이 작품은 5.18 광주라는 큰 그림 위에서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이 덧씌워진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1980년 5월 20일 실제로 일어났던 광주 MBC 건물의 화재 사건 말이다.

당시 광주 시민들은 "왜 방송이,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우리를 폭도로 만드느냐"며 언론과 방송을 불신할 수밖에 없었다. 신군부의 철저한 언론검열로 인해 광주는 물론 전국, 아니 전 세계 어느 언론에서도 이 광주의 실상을 제대로 알렸던 언론이 없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광주 시민과 학생들은 '투사회보'라는 소식지를 직접 만들어 광주의 실상을 알려 나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택시운전사> 역시 "우리를 꼭 기억해 달라"는 택시운전사들을 비롯한 광주시민의 목소리와 이를 보도하려는 광주 지역신문 기자 최 기자, 그리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극 중 인물인 피터의 노력을 꽤 공을 들여 담아낸다. 그중 택시운전사 만복과 피터가 군인들의 총소리를 듣고 광주 시내로 나가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바로 MBC로 대변되는 언론사의 화재 장면인 것이다.

이 장면은 당시 광주의 실상을 왜곡하고 보도하지 않으려면 언론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동시에 그 자체로 '기억의 왜곡'에 대한 준엄하고도 현재적인 심판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누가 언론보도로 대변되는 사실과 기억을 왜곡하는가, 또 그 왜곡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영화적인 '방점'과 '강조'라고 할까.

그 장면을 되새기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아직도 그 광주의 기억을 왜곡하고 조작하려고 시도 중인 전두환씨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기 때문이며, 천인공노할 그 왜곡의 산물인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금지에 대해 최근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두환 회고록>에 가해진 법원의 철퇴, 환영한다

 지난 4월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서가에 배치돼 있다. 2017.4.3
 지난 4월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서가에 배치돼 있다. 2017.4.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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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광주지방법원 민사21부(박길성 부장판사)는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 즉 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그리고 고 조비오 신부 유족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낸 <전두환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판부는 폭동·반란·북한군 개입 주장, 헬기사격 및 계엄군 발포 부정 등의 내용을 삭제하지 않고서는 회고록 출판·발행·인쇄·복제·판매·배포·광고를 금지했다. 또 이러한 결정을 어기면 위반행위를 할 때마다 가처분 신청인에게 500만 원씩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또 법원은 5월 단체가 지만원(75)씨를 상대로 제기한 '5·18 영상고발' 화보 발행 및 배포금지 가처분도 함께 받아들였다. 지씨는 이 화보에서 5·18 당시 항쟁에 참여한 시민을 북한특수군으로 지목했고, 지속적으로 같은 주장을 글과 말을 통해 펼쳐 왔다.

가처분 신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원이 소송을 건 원고인 5월 단체가 회고록 내용에서 지적한 5·18 관련 왜곡 내용 33곳을 모두 인정했다는 점이다. 전두환씨는 회고록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가한 600명의 시위대가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군"이라는 지만원씨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또 "결코 선량한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눌 일은 없다. 계엄군은 죽음 앞에 내몰리기 직전까지 총을 겨누지 않았다"며 선제사격도 부인한 바 있다. 법원은 전씨가 회고록에서 주장한 얼토당토않은 내용들이 왜곡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러한 법원의 결정은 우선 환영할 만하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직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을 지시하고, "광주정신을 새 헌법에 새기겠다"는 당선 전 약속을 재확인했던 정치사회적 분위기에 맞닿아 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지난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을 통과하며 지만원씨는 물론 전씨, 그리고 지씨의 주장을 신봉하는 '일간베스트'(아래 '일베')와 같은 보수라고 지칭하기에도 부끄러운 '극우'주의자들이 활개를 쳐왔다. 그들이 제일 먼저 이 광주 5.18의 사실, 아니 진실을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펼쳐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이러한 왜곡의 시도에 철퇴를 가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더불어 5월 단체들이 제기해 진행 중인 <전두환 회고록> 손해배상(본안) 소송도 조속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판결이 나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2017년 작금의 현실에서 5.18 광주의 정신을 다시금 바로 세우고 피해자와 유족들의 한을 현재적으로 조금이나마 더 달랠 수 있는 길 중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왜곡하려는 파렴치범들을 위해 필요한 '홀로코스트법'

 영화 <나는 부정한>의 공식포스터.
 영화 <나는 부정한>의 공식포스터.
ⓒ 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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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 범죄 및 민주화운동을 부인하는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안(일명 홀로코스트법)'이 필요하다.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형사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를 통해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

이번 소송의 법률지원을 맡은 변호사 중 한 명이나 임태호 변호사는 6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지만원의 <5·18 영상고발 화보> 출판·배포 금지가 "끝이 아닌 시작"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분명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러한 법안에 영감을 줄만한 영화가 한 편 있다. 마침 '전두환 회고록'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지난 4월 개봉한 실화 바탕의 영화 <나는 부정한다>다. 이 작품은 <재판에 오른 역사: 홀로코스트 부인론자와 법정에서 보낸 나날들>의 저자이자 미국에서 유대사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데버러 립스타트 교수의 실화를 그렸다(관련 기사 : 5.18 폄훼하며 '역사 왜곡'한 전두환씨, 이 영화부터 봐라).

1994년부터 히틀러와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부인해 온 이들과 법정 투쟁을 벌여 온 데버러 교수는 결국 지난한 과정과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도 끝끝내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없었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스스로 입증해 낸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민사소송(명예훼손) 재판 과정에서 데버러 교수의 법정 투쟁은 "부정을 부정하라"는 원칙과 함께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그 재판의 시작이 벌써 20여 년 전이었다.

이번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은 그래서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에 대한 철퇴인 동시에 왜 '홀로코스트법'이 존재해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회고록을 출간하고도 당당했던 전두환씨를 보라.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물론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밀어붙인 일본 정부는 어떠한가.

전두환씨 성명발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 12월 2일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전두환씨 성명발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 12월 2일 연희동 자택 앞에서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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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을 이끌어낸 '광주 변호사'들의 말마따나, "문재인 정권 아래 헬기 기총 사격과 발포명령자 등 5·18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뤄"지는 동시에 역사 앞에 왜곡을 일삼고 그를 통해 수익과 명망을 거둬들이는 이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주장과 표현을 막을 수 있는 법안까지 마련해야 할 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니,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로 국민의 성원을 받고 있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일지 모른다. '천만 행보' 조짐을 보이고 있는 <택시운전사>에 쏠린 관심을 보라. 이번 법원 판결 역시 같은 차원이라 할 만하다. 바로,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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