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동안 이런저런 부침이 있었다지만 이 정도의 파도였을까. 선배 개그맨들이 모두 모여 봉숭아학당을 다시 살리고 새 코너를 짜는 이 초유의 사태를 어떤 말로 설명해야 할까. 주거니 받거니 경쟁자 역할을 자처 하던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 SBS <웃찾사>는 폐지 수순을 밟았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자체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일요일 밤을 유쾌한 엔딩 시그널로 책임지던 <개그콘서트>에 시청자들은 "재미없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때 <개그콘서트> 부흥을 이끌었다가 돌아온 '원년 멤버'들의 마음도 편할 수 없었다. 이들은 "<개그콘서트>는 잠시 아픈 거고 호전 될 거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박휘순)거나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고 해서 바로 시청률에 반영이 되는 건 아니고 3개월은 걸릴 것 같다.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김대희)라고 시청자들을 향해 간절함을 털어놓았다. 지난 2일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개그콘서트> OB(올드비) 개그맨 김대희, 신봉선, 안상태, 강유미, 장동민, 김지민, 박성광이 모였다.


개콘 복귀 개그맨들, 개그의 재부활 위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개그맨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개그맨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재미없다고 드라마를 없애진 않아요"

개그맨 김대희는 씁쓸하게 <개그콘서트>의 현주소를 말했다. "공중파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공중파를 떠나 케이블과 종편을 다 합쳐도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개그콘서트> 후배들까지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목표는 "'<개그콘서트>가 재미있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는 게 우선"(김지민)이라고 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개그콘서트>만 부활할 게 아니라 "타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부활했으면 하는 소망"(김대희)이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기사 댓글이나 게시판 등에서 보이는 <개그콘서트>를 향한 반응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요즘 '<개그콘서트>가 재밌어졌다', '응원한다'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댓글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는구나, 싶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신봉선)

신봉선은 "드라마 요즘 볼 거 없다고 드라마를 없애진 않는다"면서 <개그콘서트> 같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단순히 다시 만들어지고 폐지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하나가 아니라 '코미디'라는 포맷의 일부분임을 강조했다. "드라마가 볼 게 없으면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한다. 공개 코미디가 식상하니까 없애야 한다는 건 상당히 가슴 아픈 이야기다."

김대희는 무대 형식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도 아직 도전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아직 이 안에서 저희가 하지 못한 것이 많다." <개그콘서트>는 앞으로 무대 콩트만 보여주지 않고 다양한 CG를 사용하거나 야외 촬영분을 스튜디오로 가져와 코너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저희가 고민 많이 해보겠다. 정말 더 이상 시도할 게 없다고 느껴지면 그때 가서 포맷을 고민해보겠다." (김대희)

개그콘서트 리허설, 다시 뭉친 개콘의 용사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신봉선과 김지민 등 개그맨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신봉선과 김지민 등 개그맨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효리네민박> 곧 비수기 온다"

<개그콘서트>는 일요일 저녁 최근 가장 강력한 예능 프로그램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SBS <미운우리새끼>와 JTBC <효리네민박>이다. 박휘순은 "<효리네민박>은 지금 성수기고 곧 비수기가 올 것"이라며 농담을 했다. "모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소재가 고갈되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는데 저희는 묵묵하게 버티겠다. 19년 해왔는데 19년 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기에 강유미도 말을 보탰다. 그는 최근 '궁상'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는 <미운우리새끼>의 이상민을 언급하면서 그 대항마로 자신이 준비 중인 코너 '돌아온윰'을 꼽았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해' 같은 드라마적인 콩트도 볼 수 있고 종합선물세트 같은 매력이 있다."

<개그콘서트> 구성원들은 앞으로 선후배가 조화롭게 섞여 새로운 형식의 코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김지민은 "막내 때 선배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런 기억이 우리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신인이 무대에서 더 잘 놀고 그런 시인이 나오는 게 목표가 아닐까 싶다." (박성광)

무대 위에서 선후배의 조화를 보여주는 그만큼 <개그콘서트>는 시청자의 나이에 상관없이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숙제 또한 안고 있다. 기존에 있었던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 1987'이나 <개그콘서트>의 전통이 살아있는 코너 '봉숭아학당'을 활용해 세대 간의 공감 넓히기에 도전한다. <개그콘서트>의 이 도전은 성공할까. 지상파에 홀로 남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고군분투가 유독 외롭게 보인다.

개콘 복귀 개그맨들, 개그의 재부활 위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김대희, 장동민, 신봉선 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대희, 장동민, 신봉선 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개콘 복귀 개그맨들, 개그의 재부활 위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개그콘서트에 복귀한 강유미가 김대희와 리허설을 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개그콘서트에 복귀한 강유미가 김대희와 리허설을 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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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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