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KBS 2TV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김대희, 신봉선, 안상태, 강유미, 장동민, 박휘순, 김지민, 박성광)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 지난 2일 KBS 2TV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개그맨(김대희, 신봉선, 안상태, 강유미, 장동민, 박휘순, 김지민, 박성광)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KBS


장동민이 돌아왔다. 사과는 없었다.

그는 "혹시라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 사려 깊게 코미디를 하겠다는 마음은 한결같다"는 말로 복귀 소감을 대신했다.

옹달샘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던 장동민. 그는 이후 한 차례 더 무대에서 '한부모 가정 비하 콩트'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6년 4월 tvN <코미디빅리그> '충청도의 힘'이라는 코너(2016년 4월 3일)에서 장동민은 상대역인 한부모 가정의 아이, 노인 등을 비하하는 연기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한부모가정 단체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은 해당 코너를 비판하면서 <코미디빅리그>를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사과(2016년 4월 10일)하고 <코미디빅리그>에서 하차한다. 그 여파는 KBS <나를 돌아봐>에까지 이르러 장동민은 해당 프로그램에서도 내려온다. 하지만

'자숙의 시간'이라고 할 정도의 공백기는 없었다. 장동민은 <코미디빅리그>를 하차한 뒤 얼마 안 있어 <오늘부터 대학생>(2016년 4월 16일)으로 복귀한다. tvN <집밥 백선생> 시즌2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출연했다. 그가 당시 제작발표회(2016년 4월 22일)에서 한 말은 "'시끄럽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이었다. 그는 그 후에도 케이블과 종합편성 채널을 넘나들면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개그콘서트>에 복귀한 장동민

장동민, 개그콘서트 화이팅!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장동민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장동민, 개그콘서트 화이팅!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장동민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정민


그가 <나를 돌아봐> 이후 "친정과 같다"고 말한 <개그콘서트> 무대에 복귀한 건 1년 4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 연예매체 TV리포트는 KBS 예능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공영방송에서 두 번이나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을 출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보도했으나 그 말의 유효기간은 고작 1년여였다. 여러 논란을 일으킨 연예인들이 그랬듯 공영방송 KBS의 문턱을 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명분은 명확했다. <웃찾사> 폐지 이후 공개 개그 프로그램이 존폐 위기에 놓이자 김대희를 비롯한 신봉선, 강유미, 장동민 등의 선배 개그맨들이 어떻게든 <개그콘서트>를 살려 보겠다고 다시 뭉친 것이다. 장동민은 이 '선배 개그맨'으로서 <개그콘서트> '재건'에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장동민은 얼마 전 있었던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에 이어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에서 다시 무대에 서게 됐다. 2일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연하게도 많은 취재진의 관심은 장동민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장동민은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개그콘서트>에서 '대화가 필요해' 말고도 새 코너를 준비하고 있으며 "무대에서도 선보이고 안방극장에도 보여드릴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알렸다.

"900회 특집에 초대를 받아 그 후에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대화가 필요해'를 공연으로 진행할 계획을 김대희·신봉선과 세우며 무대에서도 선보이면 어떤지를 계속 이야기했다."

그는 웃으며 "신인 때 무대에 섰던 것처럼 떨릴 줄 알았는데 편안하고 기분이 좋더라. 국민 여러분들께도 (그 기분이) 전달이 돼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대한민국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임하는 각오 또한 밝혔다.

반성은 행동이 우선이어야 하지만

개그콘서트 리허설, 다시 뭉친 개콘의 용사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장동민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개그콘서트 리허설, 다시 뭉친 개콘의 용사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공개에서 장동민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한부모 가정 논란을 의식한 것일까. 장동민은 "앞으로 어떤 개그를 보여줄 것이냐"는 현장 질문에 "아이들부터,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다 같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가족 공감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코미디를 코미디로 보지 않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면 너무 죄송하다"라고도 답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잠시 오줌을 좀 싸고 와도 괜찮으냐"고 너스레를 떨며 즉답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장동민은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추구하자는 생각은 연기자와 제작진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비하 개그로 여러 번 구설에 오른 <개그콘서트> 전체의 반성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아닌 공동의 책임으로 돌리는 식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자숙'만이 잘못된 발언에 대한 해답은 아니다. 말을 이용해 개그를 만드는 그의 직업상 그 책임은 절대 가볍지 않다. 그러나 시연부터 간담회까지 장동민은 명확하게 반성과 사과를 표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이날 장동민의 답변들에서 '성실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그는 "국민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다"며 "조금 더 신경을 쓰고 그런 일이 없도록 회의하고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당장 다음 <개그콘서트> 무대가 장동민이 이전에 말한 반성에 진정성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장동민은 과연 지금까지와는 다른 '불편하지 않은' 개그를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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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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