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긍정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부 영화단체들이 보이콧 방침을 거둬들이면서 긍정적 조짐도 나타나고 있으나, 영화제 주요 업무를 맡은 직원 여러 명이 동시에 그만두면서 운영에 대한 불안도 커지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모습이다.

60% 가까운 찬성으로 보이콧 철회

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경고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화인들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경고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가 지난 2016년 3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영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우측)가 마이크를 들고 있다. ⓒ 권우성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아래 PGK)이 부산영화제 보이콧 입장을 철회했다. PGK는 지난 28일 회원 전체 투표를 통해 올해 부산영화제에 참여하기로 했다. PGK 소속 프로듀서들은 "지난주에 두 차례의 온라인 투표가 있었고, 보이콧 철회와 유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4 정도로 철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이콧 유지에 투표했다는 한 프로듀서는 이어 "나는 반대 입장이었는데, 철회 명분이 없는 상태에서 집행부가 철회를 유도한 느낌이 들었다"며 "투표에 앞서 전체적인 상황을 정리한 글을 보면 부산영화제 참여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했다" 말했다.

또 다른 프로듀서 역시 "그런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은 있어 보였다"면서 "명분이 없다는 생각이 많아서인지 첫 번째 투표에 참여자가 저조했고, 투표 기간을 길게 잡았는데도 관심이 저조해 투표 참여 독려 문자가 자주 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안영진 PGK 대표는 "정권이 바뀐 상태고 부산영화제를 보이콧을 결정하던 때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상황 변화가 있었다"면서 "두 번에 걸쳐 회원들의 의사를 물었고, PGK 구조상 대표나 운영위원들의 생각대로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전적으로 회원들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결정임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월 22일 열린 국회에서 열린 부산영화제 사태 관련 토론회에서 안 대표는 객석 발언을 통해 부산영화제 파행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세 가지 전제 조건(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전 위원장의 명예회복, 독립성 보장 등)에 대한 해결이 없이는 보이콧을 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GK는 보이콧을 철회했지만,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은 아직 보이콧 입장에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일부 프로듀서는 명분이 없다고 보기에 단체의 결정과 관계없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개인적으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PGK 소속이 아닌 한 영화 프로듀서는 "보이콧 철회와 유지, 양쪽 입장이 다 이해되지만 해결된 거는 하나도 없어 매우 씁쓸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담당 직원들 집단 사직

 2016년 부산영화제 개막식 당시 모습. 영화제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16년 부산영화제 개막식 당시 모습. 영화제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 개막이 7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산영화제는 7월 말로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4명이 동시에 그만둬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프로그램과 초청업무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실장을 비롯한 주요 팀장들이 사직하면서 내부적으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프로그램과 초청은 영화제 운영에서 핵심 업무다.

이들 직원은 개인적인 건강 문제와 육아 문제 등을 사직 사유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영화제 개막을 두 달여 남긴 상태에서 핵심 업무 담당자들이 그만둔 것은 조직 내부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직원들의 사직이나 신규 채용이 일반적인 현상이기는 해도 주요 책임을 맡은 실무담당자들이 영화제 준비가 한창일 때 동시에 그만뒀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계 인사는 "집행부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불신이 큰 게 영화제를 목전에 두고 주요 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그만둔 가장 큰 이유"라며 "영화제 내부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영화제의 내부 관계자 역시 "영화 프로그램과 관련해서 프로그래머와 담당 직원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지난 5월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타계도 영향을 끼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후임자들에게 업무인수인계가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영화제 준비에 지장이 없도록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만둔 담당자들이 근속기간이 긴 경력자들이라는 점에서 안팎의 우려를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산지역 영화계 인사들은 "박근혜 정권과 서병수 시장의 정치적 탄압에 부산영화제가 만신창이가 됐다"며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이를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면서 영화제에 대한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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