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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 규제가 빠진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양도소득세를 올리면서 다주택 투기 세력이 '임대주택 사업자'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 그렇다고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한 것도 아니었다.

정부는 일단 이번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았다.

이용주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2일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보유세 인상 부분은 우리 재산 과세 수준이 적정한지, 그리고 보유세와 거래세의 비중이 적정한지,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 없는 대책, 다주택자들의 '퇴로' 확보해줘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를 잡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포기한 것이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부동산 보유세율이 낮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동산 보유세인 주택재산세 세율은 0.1~0.4%가 적용된다. 6억 원이 넘는 주택에 붙는 종부세는 0.5~2%다. 일본은 보유세율이 1.4%로 종부세와 맞먹고,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위스콘신과 텍사스, 일리노이 등은 주택가격 대비 1.7% 수준의 재산세가 붙는다.

세율이 미국 다른 주보다 훨씬 낮은 루이지애나(0.14%), 하와이(0.24%), 앨라배마(0.32%)도 한국의 일반 재산세율과 비슷하다. 보유세를 건드리지 않았으니,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지 않고 있으면 전혀 영향이 없다.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사회에서 보유세를 강화할 수 있는 로드맵이 나왔어야 했다"라면서 "이번 대책은 정부가 투기꾼들에게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혹평했다.

아파트 팔기 어려워졌지만, 오히려 장기 보유 '진지전' 가능성

물론 다주택자가 집을 팔기는 어려워졌다.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 소득세율도 올리기로 했다. 양도 소득세율의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10%p, 3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를 더한다.

그런데 보유세율을 그대로 놔둔 상황에서 양도세만 인상한 것은 투기 세력에게 일종의 '선택지'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즉 현재 보유한 아파트 등을 팔지 않고 '임대사업'을 하면서 진지전을 펼치다가 정부 기조가 감세로 돌아서면 물건을 내놓는 것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은 임대 수요가 넘쳐 나니, 공실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아파트를 안정적으로 보유하면서, 가격 상승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사업 진행에 따라 가격이 수직 상승하니 오히려 더 느긋해질 수 있다.

투기 세력이 오피스텔 등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아파트 분양 등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으니, 청약을 하지 못하는 투기 세력이 몰리면서, 오피스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오피스텔은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분양권 전매 제한과 거주자 20% 우선분양 외에는 별다른 추가 규제도 없다.

최환석 KEB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분양권 전매 제한 등 풍선 효과를 약간은 예방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보인다"면서도 "오피스텔은 사실 마땅한 투자처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었고 기존에 있었던 풍선효과는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풍선효과와 관련해)오피스텔에 대한 인터넷 청약제도 등의 규제 제도를 마련하겠다"라면서 "지역에 따른 풍선효과도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지정을 해서 풍선 효과가 확대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등록도 '선택' 사항, 투기 세력이 할 유인 없어

'진지전'에 돌입한 다주택 투기 세력을 걸러내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임대주택 등록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것도 '선택' 사항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세금 등 인센티브를 강화해 다주택자의 자발적인 임대 주택 등록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는 자발적 등록이 저조할 경우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세금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지만,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가 임대 사업 등록을 할 유인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향후 다주택자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도 임대 사업 등록 등 필요한 자료는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다주택자 규제의 경우, 임대 등록하는 사람은 완화하고 투기자에 대해 규제하는 것은 정교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실 부동산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도 투기자들에게는 일종의 내성이 생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대책의 효과는 빠르고 충분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추가 대책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실장의 말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효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태그:#부동산대책, #보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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