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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김홍모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만화가 김홍모. 만화가 김홍모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최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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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만화가인 형이 있다. 유년시절 형을 보고 만화에 대한 꿈을 키웠고 중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에게 눈에 띄어 미술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예술고등학교와 미술대학교를 진학하며 만화가의 꿈에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다. 평소 김홍도를 존경했던 그는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는 서총련 투쟁국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만화가로 데뷔를 했다.

만화가 김홍모씨 이야기다. 그런 그가 제주도에 둥지를 틀고 제주를 주제로 만화를 그리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김홍모씨는 '내가 살던 용산', '두근두근 탐험대', '내 친구 마로', '우주 최고 만화가가 되겠어' 등의 작품으로 부천국제 만화제에서 지난 2010년 어린이 만화상과 일반 만화상을 탔다.

김씨는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 세상 문제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그가 그린 '내가 살던 용산'이라는 만화에서는 용산참사의 아픔이 담겨 있다. 또 그는 마음이 맞는 만화가들과 함께 '빨간약'이라는 만화를 그려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부정선거, 전교조, 남파된 간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정말 이 모든게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화에 담아내는 편"이라며 "조금은 무겁지만 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고민하는 작품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홍대에서 망원동으로, 보다 싼 작업 공간을 찾아 점점 밀려났다. 예술인의 비애였다. 결국 그는 현재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터를 잡아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만화가 김홍모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만화가 김홍모 만화가 김홍모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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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주로 처음 내려와 '해녀'를 주제로 만화를 그렸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제주를 주제로 한 만화를 고민하던 중 '제주의 신'을 그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결과 현재 '신들의 섬'이라는 웹툰을 K-Toon에 연재하고 있다.

그는 "제주도의 무속신앙은 다른 지역에서 알고 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종합예술, 잔치 같았다. 내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버렸다"며 "동유럽 신화를 주제로 만든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제주의 독특한 신화도 그렇게 만들지 못할 법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제주의 아쉬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너무 개발이 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제주 바다가 너무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네 해녀할망(할머니)들이 '이 바다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르겠다'고 말하더라. 새로운 해녀가 들어오는게 문제가 아닌 이 바다가 점점 황폐화 되고 있다는 뜻이었다"며 "또 하나는 제주도가 정글 자본주의 처럼 너무 급속도로 팽창하고 개발이 심각화 되고 있다"고 무분별한 제주개발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런 그는 또다시 짐을 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연세(1년단위로 집을 계약해 한 번에 돈을 지불하는 것)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행원리에 터를 잡은지 1년이 됐는데 집 주인이 집세를 올려달라고 하더라. 가난한 예술인의 비애다. 싼 작업공간을 찾아서 제주까지 내려왔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홍모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홍모 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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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그는 만화를 접을 생각은 없다.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을 써내는 '작가'의 숙명처럼 그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작업하는 철학과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는 "현실을 반영하는 만화를 그려내는 게 철학이다. 그래서인지 만화가 좀 진지하다"며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다. 한번 보고 버려지는 만화가 아닌 인문학과 철학이 담긴 작품이 오래 갈 수 있고 인간의 삶과 함께 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리는 게 제 목표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제주에 오랫동안 머물며 제주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게 김작가의 희망이자 꿈이다. 그래서 그는 100페이지 분량으로 만들었던 '해녀항쟁'도 장편의 웹툰으로 다시 연재할 구상을 갖고 있다. 제주 4.3은 워낙 어려운 문제지만 공부를 좀 더 해서 웹툰으로 세상에 알려낼 계획이다.

김홍모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홍모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최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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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만화가 김홍모, #내가 살던 용산, #신들의 섬, #빨간약, #해녀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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