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인기 시리즈물 중 하나였던 <혹성탈출> '리부트 3부작'의 대미가 31일 국내 언론에 첫 공개 됐다. 이미 지난 14일 북미에서 개봉해 관객들의 호평(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6%)을 받았기에 국내에서도 기대감이 컸던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지난 2011년 첫 시리즈의 화두를 깔끔하게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유인원과 인간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이 전쟁은 이미 피에르 불의 원작 <원숭이 행성>을 기반으로 한 고전 시리즈 물 때부터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지구를 떠나 우주를 탐사하던 승무원들이 유인원의 행성에 불시착하며 발견한 진실'이라는 간단한 뼈대 설정을 하고 지난 1968년 이후 여러 시리즈물이 탄생했다.

이중 오는 15일 국내 개봉 예정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1968년 <혹성탈출>의 처음 시작 부분과 이어진다. 정리하면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마무리면서 어떻게 유인원 사이에 인간 노바(아미아 밀러)가 살게 됐는지까지 서사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인 셈.

사라진 이분법

영화는 우선 인간 대 유인원, 유인원 대 인간의 갈등 구도를 설정해 놓고 있지만 파고들면 그 관계가 사뭇 복잡해 보인다. 전 세계에 퍼진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간은 퇴화해가고 그 원인이 점점 진화해 가는 유인원에게 있다는 결론으로 이 불행한 전쟁이 시작됐다. 인간과의 공존을 믿는 유인원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와 그의 믿음을 종종 배신하는 인간과 유인원 동족들로 이들 사이의 갈등과 불신이 깊어진다.

'반격의 서막'에선 결국 인간에 의해 아내와 아들을 잃은 시저의 분노가 극에 달한다. 그 감정으로 인해 동족들은 몰살 위기에 빠진다. 자신의 오랜 적이었던 코바의 망령에 시달리던 시저가 다시 각성하며 동족을 구한다는 게 이번 작품의 줄거리다.

과연 시저는 훌륭한 리더였을까. 그의 의무를 되새기게 하는 과정, 인간과 반복되는 신뢰와 불신의 연결고리를 잃지 않는 게 이번 시리즈의 핵심이었다. 단순히 특정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각 캐릭터 간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1차 목표였다. '유인원은 뭉치면 강하다',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절대 명제를 영화는 지속해서 강조한다.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동족, 배신에서 참회하는 동족을 제시하며 관객의 긴장감을 담보한다.

이 과정에서 나쁜 인간 대 좋은 유인원 혹은 나쁜 유인원 대 좋은 인간 식의 이분법을 배제했다. <혹성탈출> 전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이 설정은 영화가 단순한 영웅주의나 미국 제일주의로 이어지는 함정을 피할 수 있게 했다.

인류 멸망 시기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들이 무장한 미군 병사들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팍스아메리카나를 읽을 법하지만, 이번 시리즈물은 그 의심을 거두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를테면 유인원과의 전쟁 중에 허무하게 불타버리는 성조기, 유인원과 싸움이 결국 같은 동족끼리의 전쟁으로 전환되며 마지막 이들에게 내린 자연재해 등으로 말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종의 전쟁은 곧 서로 다른 종끼리의 것이자, 동시에 같은 종족의 것이기도 했다.

 영화 <혹성탈출>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배우의 조합

이야기와 별개로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는 유인원 시저 역을 훌륭히 해낸 모션캡쳐 연기의 대가 배우 앤디 서키스 하나만으로 충분히 볼 이유가 된다. 이미 우리에겐 <반지의 제왕> 골룸으로 잘 알려진 그는 유인원으로 가려진 자신의 표정과 제한된 언어를 몸짓과 눈빛, 그리고 몸으로 표현했다. 리더 시저의 고뇌와 불안감이 전달될 수 있는 건 순전히 그의 능력이라 하겠다.

이와 함께 마지막 남은 인류의 아이 노바의 존재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시리즈 팬들에겐 '섹시하고 관능적인' 노바로 각인됐을 텐데, 순진무구하며 동시에 퇴화 바이러스를 지닌 어린 노바의 존재는 그간 고정관념을 뒤집는 주요 설정이다.

다만 이런 설정을 뒤집는 뛰어난 반전은 없다. 이미 우린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 영화는 어떻게 유인원이 새로운 땅에 정착하는지, 어떤 위기를 극복해왔는지에 집중해야 했다. 특별한 결말을 기대한 이들에겐 다소 심심하거나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한 줄 평: 고전 시리즈에 버금가는 깔끔한 리부트.
평점: ★★★☆(3.5/5)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 관련 정보
감독 : 맷 리브스
각본 : 마크 봄백
출연 : 앤디 서키스, 우디 해럴슨, 스티브 잔, 아미아 밀러, 카린 코노발, 테리 노터리 등
수입 및 배급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러닝타임 : 140분
관람등급 : 12세 관람가
미국 개봉 : 2017년 7월 14일
국내 개봉 : 2017년 8월 15일



혹성탈출 노바 유인원 미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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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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