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현지시간)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과 K리그 올스타팀 경기. 베트남 응유엔 반 퇀이 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0대1, 베트남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과 K리그 올스타팀 경기. 베트남 응유엔 반 퇀이 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이날 경기는 0대1, 베트남의 승리로 끝났다. ⓒ 연합뉴스


K리그 올스타가 지난 29일 베트남 동남아시아게임 대표팀과 원정에서 0-1로 패했다. 결과로만 보면 동남아 시장 개척이라는 달콤함에 눈이 먼 무리수였다.

경기에서 지는 것은 애초 이 시나리오에 없었다.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K리그 올스타가 베트남 선수단을 꺾으면서 관중들 마음도 사로잡는 게 밑그림이었다. 분명 '한 수 가르쳐줄게'라는 우월의식이 밑에 깔렸다. 대다수가 시즌 중에 이런 행사를 벌이는 게 옳은가 그른가에만 관심이 있었지, 경기에서 진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가운데 K리그 올스타가 베트남에 경기마저 졌다. 그에 따른 연쇄 충격은 돌덩이로 뭉쳐져 책임 단체인 프로축구연맹으로 날아가고 있다. 시즌 중에 이런 대형 이벤트가 열렸다는 점과 국제경기도 아니고 리그 축제도 아닌 애매한 성격의 경기였다는 지점이 건드리기 좋은 표적으로 솟구쳤다.

K리그 올스타의 이벤트 경기,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과 K리그 올스타팀 경기. 올스타팀 김민혁이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과 K리그 올스타팀 경기. 올스타팀 김민혁이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나는 모든 걸 경기 결과에 맞춰 '이런 일을 왜 벌였느냐' 하는 비판에 동조하진 않는다. 그것 또한 '내셔널리즘'과 '성적지상주의'에 갇혀버린 시각이다. 엄밀히 말해 이 경기는 이겨도 져도 비즈니스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2만5천 명의 현지 관중은 기대 이상이었으며 프로축구연맹은 꽤 쏠쏠한 수입도 얻었다. 예전처럼 국내 개최였으면 돈은 돈대로 쓰고 그만큼의 관중도 채우지 못했을 거다. 다시 쓰지만 이건 '자생력'이라는 프로스포츠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K리그 올스타전 흥행이 수명을 다한 상황에서 베트남 개최는 실험으로서 의미가 충분했다. 가만히 앉아서 리그 위기라느니 흥행 참패라느니 죽는소리 떠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실험이 끝났다. 원점으로 돌아가 관성적으로 올스타전을 치르진 않았는지, 올스타전은 과연 필요한지 등등 관련 질문에 대답할 때도 됐다.

매년 관성적으로 치르던 올스타전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개인적으로 이 의문은 2010년 FC바르셀로나 초청 올스타전 인터뷰장에서 처음으로 가졌던 질문이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K리그 올스타전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당대 선수들이 들러리로 전락했다.

한일 월드컵 4강 멤버도 부르고 은퇴한다는 박지성도 부르고 쓸 수 있는 소재는 다 끌어 썼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오히려 감추려 했던 본질은 변하지 않고 틈새로 흘러나왔다. 자체 올스타전만으로는 관중이나 소비자에 호소할 수 없으며 이미 매력이 다했기에 그런 술수를 써서라도 치렀다는 것만 선명해졌다.

올스타전은 세계 스포츠 문화를 양분하는 미국 스포츠와 유럽 스포츠 사이에서 미국 스포츠에 가까운 행사다. 그들의 야구나 농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세계 축구의 중심지인 유럽 리그에서는 올스타전이 없다. 일정 때문에도 그렇고 문화 때문에도 그렇고 축구라는 종목 특성 때문에도 그렇다.

K리그 올스타전, 정말 필요한 행사일까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과 K리그 올스타팀 경기. 올스타팀 염기훈과 김신욱이 볼을 쫓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현지시간)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과 K리그 올스타팀 경기. 올스타팀 염기훈과 김신욱이 볼을 쫓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축구는 유럽이고 야구와 농구는 미국이니까 우리도 거기에 발맞춰야 한다는 논리는 '사대주의'다. 그런데 왜 올스타전을 해야 하며 이게 종목 특성과 주변 환경에 맞는가, 하는 점은 생각해 볼 때다. 그런 기본 철학 없이 막무가내로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돌려대면 전통도 사라지고 선수들만 축난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실험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야구와 농구는 미국에서 올스타전을 개최하면 세상에서 가장 그 종목을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다는 상징성이 있다. 이건 해당 종목에서 야구는 MLB가 있고 농구는 NBA가 있어서 가능한 얘기다. 그런데 축구는 그렇지 않다. 유럽 어느 리그가 다른 리그보다 단순히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나? 시장 자체가 전 세계에 뻗어있으므로 이런 부분에서도 올스타전은 의미가 없다. 하물며 그 안에서도 주변부 시장으로 정의된 K리그는 말할 것도 없다.

상징성이 부족하기에 '설렁설렁' 뛰는 올스타전이 목적을 상실하고 흥행성을 잃는 것이다. 이건 K리그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국내 스포츠 리그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외국 스포츠 리그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 가속할수록 이런 현상은 점점 더 짙어질 것이다.

본질적인 질문이 때론 허망할 수 있어도 지금은 그게 필요해 보인다. K리그 올스타전은 정말 필요한 행사인가? 매년 동남아 원정을 돌면 돈은 벌겠지만 그게 정말 우선으로 둘 가치인가? 시즌 전이나 후가 아닌 이상 리그 도중의 실험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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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팟캐스트 방송 <스포츠라떼> 원고를 다듬어 썼습니다.
K리그 올스타전 베트남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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