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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글: 오연호 김경년 기자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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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그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박원순 서울시장/김상곤 교육부장관-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 개혁세력 조합이 천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기회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진보교육감들은 어느 정도 힘을 받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일선 교육현장의 개혁과제들은 전보다 잘 해결될 수 있을까? 그 결과 학생들의 표정은 좀 더 밝아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조희연 교육감을 1시간 30분간 만나 봤다. 4년 임기의 마지막 1년을 남겨둔 조희연 교육감을 지난 2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났을 때 그의 표정은 '밝음 속 긴장'이었다. '밝음'은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기 때문이고, '긴장'은 그런 조건 속에서도 교육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서울시민의 실망감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인터뷰 내내 '세심한 진보'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개혁해야 할 교육 사안들이, 최근의 수능절대평가 논란처럼 하나같이 찬반 격론을 불러일으키는, 인화성이 강한 것들이라는 전제에서다. 그간 추진해온 혁신교육정책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골고루 체감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느라 "요즘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민선 서울교육감 최초로 4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반으로 내년에 재선에 도전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혁신학교가 고등학교까지 확산되지 않은 이유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교육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교육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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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년간 서울시교육감으로 일했는데, 이게 진짜 '조희연식 교육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하나만 들어달라.
"현장에 대대적으로 영향을 미친 점으로 보면,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아닐까 싶다.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서 마을과 교육기관과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는 마을결합형 교육모델을 새롭게 만들었다. 서울 25개구 가운데 22개에 확산시켰다. 다른 데서 많이 부러워하는 걸로 알고 있다."

- 의미있게 추진했으나 이런저런 한계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들도 있을텐데, 대표적인 것은?
"자사고 폐지라는 정책방향을 가지고 전념했지만 서울의 25개 자사고 중 2개만 일반고로 전환됐다. 여러 혁신교육정책들이 현장에 뿌리내린 정도가 천차만별인 점도 아쉽다."

- 조희연 교육감 3년에 대한 점수를 스스로 준다면?
"취임 1주년때 언론의 같은 질문에 71점을 말했다. 지금은 열심히 달려온 것에 대한 추가점수를 받고 싶다. 욕심을 내자면 80점 이상 받고 싶다."

조희연 교육감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후한 점수를 줬지만, 서울시민들이 느끼는 교육개혁의 체감점수는 어떨까? 채점표에 들어갈 항목 중의 하나는 이른바 '서울형 혁신학교 사업'이 얼마나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가일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 시대에 서울의 학생, 교사, 학부모의 표정은 좀 더 밝아지고 있는가?

- 서울형 혁신학교 확산에 주력해 왔는데, 학교마다 '혁신'의 편차가 큰 것 같다.
"임기 첫해에 68개에서 지금은 200개를 목표로 가고 있다. 현재 168개 정도 왔는데, 자연스러운 확대를 지향하면서 왔다. '무늬만 혁신학교'는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에 그리 치중하지는 않고 있다. 나는 혁신학교가 혁신교육정책의 알파와 오메가라고 생각한다. 혁신학교의 동력은 현장교원 중심의 자발성과 헌신성이다. 기존의 수직적 학교 행정체제에서 질식돼 있었던 선생님들에게 자발성과 헌신성이 꽃피울 수 있는 민주적 교육공간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 왔다."

- 서울에 혁신학교가 초등 120곳, 중등 34곳, 고등 14곳이다.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현격히 줄어든다. 혁신학교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현재의 경쟁적 대학입시라는 블랙홀 때문이다. 그 블랙홀로부터 가까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혁신교육이 고등학교로 확대되고 궁극적으로 대학입시제도까지 바뀌어야 되는데 참 아쉽다. 그래서 이제 새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 그동안 혁신교육 운동은 일선 교사와 지방교육청에 의해 주도돼 왔는데 이제 새 정부에서 이것을 국가교육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학입시 자체를 바꿔내는 방향으로, 위로부터의 개혁이 완결돼야 한다."

"사교육 줄이려면 사회개혁으로 '사교육 투자가치'를 없애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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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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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사교육으로 돌려봤다. 전국적으로 혁신학교가 늘고 있는데도, 진보교육감들의 공교육 강화정책이 계속되었는데도 사교육이 줄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다는 아니지만 서울의 상당수 혁신학교들은 오후 수업이 파할 때쯤이면 학원 차량으로 포위당한다. 학생들은 혁신학교에 등교해서는 '더불어 함께 행복한 삶'을 배우고, 학원차량에 실려간 이후엔 '경쟁에서 1등급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이런 '이중생활'이 일반화돼 있다면, 혁신학교의 확산은 무엇을 이뤄낸 것일까? 

- 진보교육감들도 사교육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나.
"실패했다기보다는 노력은 했는데 객관적 조건으로 충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본다. 현재까지는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일정하게 투자가치가 있다고 학부모들이 보는 것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내 자녀를 위해 내가 못 먹더라도 2, 3억을 투자해서 SKY대학에 가면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교육을 잡으려면 이 투자가치를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블라인드 채용도 확대해야 하고 학벌,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도 완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사회개혁을 하면서 사교육의 투자가치를 줄이고, 그러면서 교육 내부에서 사교육의 영향은 차단하는, 그런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다."

- 얼마 전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교육파트를 보면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얘기가 빠져 있다. 조희연 교육감의 취임 3년 기자회견문에도 사교육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없다. 전에는 말이라도 그런 게 있지 않았나. 어떤 방법을 써도 사교육을 잡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13명의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해 왔던 교육정책이 상당 부분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수용된 부분들이 있다. 사교육에 대한 강조가 없는 건 한계를 인정했다는 것보다는 이 모든 혁신교육정책과 교육공약 자체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다면적인 정책패키지의 성격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내신절대평가, 수능절대평가, 대학입시의 단순화라든지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공영사립대 등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종합적인 패키지의 일환이다. 사교육 줄이기가 언어로써 강조되지 않은 것뿐이지 포기는 전혀 아닌 것 같다."

문재인 정부에 314쪽 분량 제안서... 교장공모제 확대해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314쪽의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제안>을 들고 오연호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314쪽의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제안>을 들고 오연호 대표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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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은 인터뷰 내내 두툼한 자료집 한 권을 곁에 두고 만지작거렸다. 314쪽에 달하는 이 자료집의 제목은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제안>. 읽어보면 마치 문재인 정부의 '교육파트 인수위원회'에서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지방 교육청 중에서 이런 종합적 제안을 새 정부에 올린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유일하다. 제안에는 한 지방의 교육청이 담당할 사안이 아닌 대학입시체제 개편, 대학구조개편 등도 포함돼 있다.

- 이건 문재인 정부가 달라고 한 건가, 요구가 없었는데 서울시 교육청에서 스스로 만든 건가.
"요청 없이 우리가 알아서 한 거다. 하하. '좀 오버하는 거 아니냐', '자기 권한도 아닌데 대학체제까지 건드리냐'는 이야기도 솔직히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보자. 박근혜 정부 하에서 야당으로 그리고 비판자로서 문제제기를 할 때는 꽤 편한 위치였지만 지금은 우리가 책임지는 위치에 있지 않는가. 그래서 훨씬 디테일까지 대안적인 정책들을 다양하게 안출하고 여론을 들어가면서 정책으로 실행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도 새 정부와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교육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간의 서울교육청의 경험과 실험을 바탕으로 314쪽에 달하는 기초자료를 풍부하게 제공한 것이다. 이거 만드느라 3개의 TF가 몇 달간 일했다."

- 이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이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와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보나.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고 본다. 수능절대평가, 고교학점제도, 교장공모제 등. 제안서에 담긴 내용의 상당 부분은 우리 서울교육청 경험뿐 아니라 지난 2010년부터 진보교육감들이 추진해 왔던 것들도 포함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제안서는 진보교육계의 집단지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 교장공모제 확대는 그동안 혁신과제로 줄곧 거론돼 왔는데, 이번엔 잘 될 것 같은가.
"기존 학교문화를 바꾸는데 굉장히 결정적인 변수가 교장승진제도의 개선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왜냐면 현존하는 시스템에서는 교사들 중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기 위해서 점수따기 경쟁을 해야 한다. 교장승진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은 아니더라도 교장공모제의 규모를 확대한다든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개혁적 마인드를 갖는 분들이 교장직에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교장공모제는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거다. 현재는 자율학교의 15%를 교장공모제로 뽑을 수 있게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30-40%까지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섬세한 진보가 필요하다"

- 문재인 대통령에 김상곤 교육부장관이다. 그리고 조희연 서율교육감 등 13명의 진보교육감이 있다. 대통령과 교육감들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것의 역사적인 의미는 어떻게 보나.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개혁적 대통령과 혁신교육정책을 선도하는 교육부총리와 13명의 진보교육감이 포진하고 있는 구도는 정말 천재일우의 기회인 것 같다. 그동안 아래로부터 교육을 바꾸기 위한 거대한 흐름이 있어 왔는데 이번에 한 사이클이 종료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로운 사이클로 가야 된다. 왜냐면 인공지능시대의 교육개혁이라는 새로운 도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과거에 '10%만의 승자'를 만들어낸 수직적 교육의 굴레로부터 해방이 돼서 '90% 이상이 승자'가 되는 수평적 다양성 교육으로 혁신되었으면 좋겠다."

- 진보교육감인데다가 개혁적인 대통령까지 됐는데 그럼에도 앞으로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엄청난 실망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그래서 매우 큰 책임감을 느낄 것 같다.
"물론이다. 우리로서 가장 큰 고민이다. 지금까지는 편한 문제제기형 비판자였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혁신을 추진할 때 여러 당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갈등을 최소로 줄이는 '섬세한 진보'가 필요하다. 한때는 싸가지 있는 진보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젠 섬세한 진보가 필요하다고 본다."

- 대안을 제대로 종합적으로 제시하고 실행으로 입증하는?
"그렇다. 섬세한 대안이다. 개별정책이 아무리 옳아도 여러 개혁적 정책들이 모여서 패키지가 되었을 때 선순환된다는 보장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수능절대평가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은 없는가, 수능절대평가와 내신절대평가가 결합되어서 나타나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은 없는가, 고교학점제가 과연 현재의 고교 교육여건에서 반대의 부작용을 낳지는 않겠는가, 그리고 자사고나 외고의 폐지 과정에서 어떻게 관련자들의 동의를 만들어내고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미래지향적인 탁월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과제를 훼손시키지 않고 특목고 폐지를 진행하는 방법은 없는가. 나는 섬세한 진보의 미덕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서울대 포함한 통합국립대 방안 계속 검토해야"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취임 3주년을 맞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육청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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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중고에 혁신교육이 강조되어도 문화로 정착되지 못한 것은 '10%만이 승자가 되는' 대학입시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보면 대학개혁의 핵심으로 '거점 국립대 집중육성'을 잡았다. 조희연 교육감이 그간 주장해 왔던 통합국립대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 교육감은 대학개혁의 핵심을 여전히 통합국립대라고 생각하는가.
"그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약간 후퇴한 거 같다. 원래는 2012년에도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라는 공약이 있었다. 이번에도 사실은 대선 경쟁과정에서는 문재인 캠프 안에서 국공립대 공동학위제라는 말이 살아 있었는데 국정기획위원회 과정에서 거점국립대학 지원으로 정리됐다. 그런데 서울 중심의 시스템, 중앙과 지방의 서열화,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구조를 해체적으로 개편하지 않고 단순히 거점대학에 돈을 많이 쏟아붓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선 국공립대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저는 통합대학 같은 모델은 충분히 실험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미 서울대를 뺀 지역거점국립대학이 연합국립대학을 만들어서 공동학위제라든가 여러 가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서울대까지 포함하는 통합국립대학, 그리고 낮은 수준의 통합국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학위제같은 문제는 여전히 의제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본다. 프랑스 파리의 통합국립대학도 6.8혁명의 성과 위에서 학력, 학벌, 차별을 철폐하려는 정신의 성과로 나타난 건데, 우리의 촛불혁명은 6.8혁명에 못지 않은 사회혁명의 열망을 담고 있다고 본다. 나는 김상곤 교육부총리가 여전히 그 부분의 의제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잘 할 것으로 보는가.
"얼마 전 전국시도교육감회의에서 만나 김상곤 교육부총리와 얘기해 보니 확실히 교육감을 오랫동안 하면서 초중등교육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예리하게 다듬어왔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의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더라.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우리가 이제 말을 적게 해도 되겠다'고 했다.(웃음) 우리가 좀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당장 모든 것을 해야 할 것처럼 조급하게 요구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대해서도 이제 3개월도 안 됐는데 여유 있게 지켜보자."

재선 도전 강력 시사 "서울교육 안정성 지속되었으면"

"내가 진보교육감으로서의 정체성은 누구보다도 확실하지만 다양한 입장에 열려 있는 중도주의적 포용성이 있는 교육감으로도 평가되는 거 같은데, 그건 반대자의 합리성을 존중하려고 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보교육감으로서의 정체성은 누구보다도 확실하지만 다양한 입장에 열려 있는 중도주의적 포용성이 있는 교육감으로도 평가되는 거 같은데, 그건 반대자의 합리성을 존중하려고 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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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은 3주년을 맞아 일선 학교 선생님들에게 2장짜리 편지를 썼다. 그 안에 "요즈음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라는 표현도 있다. '진정한 혁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기 때문이란다.

- 취임 3주년을 맞아 선생님들에게 보낸 편지와 기자회견에서 "대통합"을 강조하면서 "혁신에 조급하지 않고 안전과 신중을 우선하겠다"고 했는데 왜 이 시점에서 이런 표현을 썼나.
"철학적 측면에서 존재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존재의 근거를 없애야지 존재를 강압적으로 말살하는 방식이 꼭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반대자의 비판이나 주장의 합리성을 경청하려고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진보교육감으로서의 정체성은 누구보다도 확실하지만 다양한 입장에 열려 있는 중도주의적 포용성이 있는 교육감으로도 평가되는 거 같은데, 그건 반대자의 합리성을 존중하려고 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어 5시에 일어난다는 조희연 교육감은 등산과 자전거타기, 기호흡 등으로 건강을 지켜나간다. 그런데 이 모든 운동보다 그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보람'이란다.

- 언제 교수 그만두고 교육감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나.
"교수 때는 비판자로서 아이디어만 많이 제기했지만 이제는 그것을 실천할 집행력이 있다.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뭔가를 바꿔가고 있다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보람도 느낀다. 그렇게 해서 오딧세이학교도 만들고, 공영형 유치원도 만들고, 서울국제고 전형시 50% 학생 사회저소득층 선발 등을 해온 것 아닌가. 오딧세이학교는 3년 전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 이야기를 오연호 대표로부터 듣고 우리 식으로 실험해 본 것이다."

조 교육감은 그런 실험과 혁신에 함께해 준 선생님들이 고맙다고 했다. "3주년때 쓴 편지에 선생님들로부터 200여 통의 답장을 받았는데 일일이 답을 써주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 다른 교육감들 중에 이분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 드는 사람은?
"재선교육감들을 보면 좀 위대해 보이더라. 전북 김승환, 광주 장휘국, 강원 민병희 등..."

- 왜 위대해 보이나.
"혁신교육정책도 갈등이 많다. 갈등을 헤치고 재선을 한다는 거는 1기에서 했던 정책을 다수의 학부모들이 동의했다는 거잖나. 참 대단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 내년에 재선에 도전하나?
"아니 뭐.(웃음) 남은 기간에 3년간 했던 혁신교육정책들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온기를 느꼈다면 더욱 뜨겁게 느낄 수 있도록 내년 초까지 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민선 서울교육감이 임기 4년을 채운 적이 없다. 내가 최초가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 영광으로 생각한다."

재선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있는 거 같다. 서울교육의 안정성에 제가 기여한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낀다. 수장이 계속 바뀌면 중장기 의제를 하기 어렵다. 임기를 마칠 정도로 해보니까 중장기 의제들, 즉 그동안 추진해 왔던 정책들의 2단계 프로젝트도 만들게 되더라. 예를 들어 2단계 학생인권증진정책, 2단계 교권보호정책, 교복입은시민정책 추진 등은 안정성이 있으니까 가능한 것 같다. 단기에 급변하게 되면 긴 호흡의 정책을 못하게 되는 면이 있다. 가능하면 서울교육의 안정성이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말씀 들어 보니 재선에 나올 것 같다.
"(웃음)"

조희연 교육감은 "3년 전 출마는 95%가 주변의 강요로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이제 주변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 의지로 내년 재선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바뀐 건 또 있다. 3년 전에는 95%의 강요 속에서 본인이 최종적으로 결단하면 '후보'가 되었다. 이젠 그가 결단하더라도 서울시민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후보가 되기 어렵다. "다시 한번 조희연"이라는 답이 주저없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가 이 인터뷰에서 강조한 '섬세한 진보'가 어떤 마무리 그림을 그려낼지 주목된다.


태그:#조희연, #오연호, #섬세한진보, #김상곤, #진보교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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