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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에서 활동하던 한인가이드 문아무개씨가 지난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베트남 다낭에 차려졌던 숨진 문씨의 빈소.
 베트남에서 활동하던 한인가이드 문아무개씨가 지난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베트남 다낭에 차려졌던 숨진 문씨의 빈소.
ⓒ 베트남 중부한인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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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활동하던 한인 여행가이드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 가이드들은 문씨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 여행사의 초저가 패키지 상품의 문제와 이로 인한 해외 한인가이드들의 고충이 이슈가 된 바 있다.

베트남 중부한인회와 한국노총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에 따르면, 숨진 문아무개씨는 26일 베트남 다낭에 위치한 자신의 숙소에서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가 23일 동료 가이드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아래는 문자메시지 전문이다.

"미안한 소리만 자꾸 하고... 목구멍까지 찰 만큼 차서 이제는 억지로 떠 넣어야 할 지경까지 왔다 생각되는구나. 그동안 미안한 소리만 하고... 일 열심히 하고... 잘 살아라..."

이를 토대로 동료 가이드들은 문씨가 23일부터 26일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트남 중부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유서는 없지만 타다 남은 연탄이 발견됐다. 타살의 흔적도 없다"라며 "석 달 전 연탄으로 자살한 시신과 (문씨의 시신이) 동일한 시반(사람이 죽은 후에 피부에 생기는 반점)을 보였다"라고 전했다.

"밥 못 먹고 집세 밀렸다며 돈 자주 빌려"


동료 가이드들은 문씨가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려왔다고 증언했다. 지상비(숙박·식사 등 현지 비용)가 포함돼 있지 않은 초저가 패키지 상품 때문에, 현지 여행사(랜드사)와 가이드들이 이른바 '메꾸기'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관련기사 : "목에 빨대 10개가 꽂혀 있어요" '29만9000원 여행'에 담긴 노동착취).

문씨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받은 동료 가이드 A씨는 <오마이뉴스>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가 여행상품과 메꾸기로 인해 (문씨가) 돈을 벌지 못했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했다"라며 "평소 집세도 밀렸고, 밥 먹을 돈도 없다며 (문씨가) 자주 돈을 빌려 달라고 말했었다. 그것 때문에 마지막 문자메시지에 '미안하다'는 말을 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도 식사할 돈이 없다고 해서, 제가 일을 하고 있을 때 손님들이 저녁 먹는 곳에 와서 같이 밥을 먹었다. 그 정도로 힘들어했다"라며 "정말 (내게) 잘해줬던 형이다. 화가 많이 난다"라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던 한인가이드 문아무개씨가 지난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숨진 문씨가 동료 가이드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
 베트남에서 활동하던 한인가이드 문아무개씨가 지난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숨진 문씨가 동료 가이드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
ⓒ 문씨 동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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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다낭에서 일하는 동료 가이드 B씨는 "(패키지 상품으로 온) 손님들이 (쇼핑이나 선택관광을 하지 않고) 그냥 가시면 한인가이드들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라며 "다낭에서 최소한으로 생활하려고 해도 한 달에 1500달러는 들어간다. 문씨가 A씨 말고도 다른 가이드들에게 5만 원, 10만 원씩 꿔서 겨우 생활을 이어온 것 같다"라고 전했다.

문씨의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그의 장례는 베트남 중부한인회와 동료 가이드들이 치렀다. 베트남 중부한인회 관계자는 "29일 화장 후 베트남 다낭의 선짜(Sơn Trà) 바다에 뿌렸다"라며 "문씨가 평소 생활고와 심한 당뇨로 주변에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로 인한 자살이라는 것이 문씨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의 전중길 사무처장은 "한국 여행사의 초저가 패키지 상품으로 인해 수많은 해외가이드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라며 "다시는 한인가이드가 생활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나투어쪽 "초저가 패키지 상품문제는 많이 개선됐다"

한편 지난 7일 태국 한인가이드 248명은 한국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에 따른 '갑질'을 호소하며 한국노총에 가입한 바 있다. 해외 한인가이드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지상비가 없는 패키지 상품의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의 여행사는 여행사가 아닌, 정확히 말하면 비행기 좌석판매 대행업체다. (여행사에서) 비행기값만 받고 손님을 태국으로 보내면 그걸로 끝이고, 그때부터 가이드들의 메꾸기 무료봉사가 시작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메꾸기 금액 축소 ▲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노동시간 보장 및 초과근무수당 인정 ▲ 가이드 팁 정상화 ▲ 노조 가입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과거에 비해 여행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초저가 패키지 상품의 문제는 지금 많이 개선이 됐다"라며 "(가이드들과) 입장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이전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라고 해명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도 "현지 한인가이드는 한국 여행사가 아닌 현지 여행사(랜드사)에 소속돼 있다"라며 "우리는 랜드사와 거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이드들에게 무엇을 강요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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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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