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가요계 소규모 업체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여자친구.  최근 들어선 이와 비슷한 경우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가요계 소규모 업체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는 여자친구. 최근 들어선 이와 비슷한 경우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 쏘스뮤직


하나. 

한때 방탄소년단, 여자친구의 성공을 두고 몇몇 연예 매체에선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인) "흙수저"의 반란이라는 식으로 기사를 만들곤 했다. 대자본의 틈바구니에서 영세 업체도 보란 듯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좋은 본보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 최근 들어선 이와 같은 성공 사례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물론 몇몇 인디 음악으로 분류되는 기획사들의 분전이 있긴 했지만.

특히 <프로듀스 101>로 대표되는 아이돌 그룹 멤버 발굴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얻은 후론 방송 같은 외부적 요인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소규모 업체 소속 신인 팀들을 찾긴 더욱 힘들어진게 최근의 흐름이다.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이쪽에 쏠리다보니 그렇지 못한 그룹들은 좀처럼 눈도장을 받기 어려워졌다.

본의 아니게 "잠정 탈퇴" 형식으로 오디션 출전하는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라도 대중들에게 본인 및 소속팀의 이름을 알리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일은 이제 흔한 모습이 되었다.

요즘 들어 소규모 회사 종사자들을 힘들게 하는 건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일부의 따가운 시선이다. 화제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진행되면서 몇몇 인기 연습생들을 다룬 기사 속 댓글에는 "그 회사 가망없다. 얼른 나와라"식으로 언급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업체-연습생 사이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자주 보도되면서 마치 "중소업체 = 사람 있을 곳이 아니다", "인기가수 만들 능력 없으면 회사 접어라"라는 식으로 호도되기도 한다.

연습생 피 빨아먹다시피하는 악덕 업체라면 당연히 이에 따른 응분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와 무관한 곳임에도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그런 식의 취급, 눈총을 받다보니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의욕이 꺾인다라고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CJ E&M의 음악채널 엠넷이 만든 대표적인 히트상품인 <프로듀스 101>의 한 장면

CJ E&M의 음악채널 엠넷이 만든 대표적인 히트상품인 <프로듀스 101>의 한 장면 ⓒ CJ E&M


둘.

최근 들어서 대자본을 등에 업은 업계 상위권 업체들은 점차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기존에 다루던 분야 외에 그렇지 않은 장르로 손을 뻗치고 전문 레이블을 설립/인수하는 식으로 사업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주로 R&B, 아이돌 음악 위주로 운영되는 업체가 팝페라, 홍대 인디팀 등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외부 음악인들을 영입한다든지 힙합 성향 메이저 업체인데 산하 레이블을 신설하고 록그룹이나 어쿠스틱 성향 듀엣 팀을 육성한다든지 하는 의외의 행보를 보이는 건 기존 주요 매출원 외에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비록 마이너한 장르라 엄청난 수입을 올리진 못하지만 나름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선 다변화의 수단으로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 업체 특유의 기획력 및 홍보 수단 등을 활용해 기존 주력 가수 못잖은 지원도 거침없이 이뤄지기도 한다.

반면 이 쪽 장르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소규모 회사들은 큰 업체를 새로운 경쟁자로 두고 사업을 펼쳐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좋은 음악 만들면 된다고 하지만 갈수록 음악 외적인 요소가 인기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즘의 흐름에선 제법 쉽지 않은 상대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지난해 부터 지속되고 있는 이른바 "현한령"은 더욱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한때 틈새시장으로 공략하던 중국 진출의 길이 막힌데다 그간 꾸준히 이어지던 중국 업체들의 투자마자 최근 들어선 끊어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업체들이 일찌감치 보도자료까지 뿌려가며 공을 들이던 신인 그룹들의 데뷔가 엎어졌다는 소문도 이와 무관하진 않다.

셋. 

최근 들어서 영화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배급사이자 초대형 극장 체인을 동시에 보유한 CJ그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히 크게 나오고 있다. 이른바 "계열 수직화"에 따른 독과점이라는 의견이 그 중 하나다.

음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음악 서비스 사이트(엠넷닷컴) 운영, 음원/음반 유통 및 배급업, 소속가수를 여럿 거느린 매니지먼트 사업, 음악방송 채널(엠넷) 운영 등 음악과 관련된 모든 것을 계열사 CJ E&M을 통해 모두 진행하기 때문에 그만큼 영화 쪽 못잖게 사업을 더욱 손쉽게 꾸려나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해부턴 로엔 등 타 회사 배급 가수들도 간혹 있지만 CJ 와 연관된 가수들 위주로 신보 공개 1시간 전엔 <엠넷 프레젠트...>라는 이름의 신작 홍보 프로그램도 엠넷 채널을 부정기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가뜩이나 홍보가 절실한 측에서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과연 대기업의 손대야 할 영역은 어디 까지 일까? 지금의 사업 방식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넷.

몇몇 영세 업체들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단지 회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계약상 당연히 해야할 의무 사항을 무시하거나 소흘히 했다든지,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빈축을 사는 사례 역시 비일비재 했기 때문이다.  

연습생 또는 대중들이 대형 업체를 선호하는 건 그간 실적이 많았고 체계적인 기획 및 운영으로 성공한 가수/팀들을 배출해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로 선보이는 신인들 역시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본, 인력 모두 부족한 소규모 회사로선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가로 막혀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린 "돈, 직원 다 없어"라는 식으로 막연히 대응한다면 가요계 기획사들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면 심화될 뿐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죽는 소리를 한다고 이를 들어줄 대중들은 없다. 업체마다 여건/내용이 다르겠지만 계약상 의무 조항에 대해선 괜한 핑계댈 필요 없이 지킬 건 지켜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회사의 운영 및 기획에 관해선 "체계적인 틀"을 잡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 마치 청와대가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처럼 중요 핵심 부문에 대해선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준, 규칙 등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누군가에겐 분명 쉽지 않은 여름나기. 지혜롭게 이겨내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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