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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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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7일 오후 6시 20분]

박근혜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지원배제명단)를 작성·실행하도록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에 유죄가 인정됐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김 전 비서실장 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한 일을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예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각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김소영 전 청와대 문체비서관에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에 반대하거나 야당을 공개 지지한 문화예술계 개인과 단체 명단을 작성해 정부 지원에서 배제한 사건이다. 지난 3일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나라를 분열시키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고 했다"며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판단 ①] 노태강 국장에 대한 사직요구

"헌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2급 공무원인 노태강의 신분은 보장된다. 노태강은 자발적으로 사직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사직서를 제출해 2016년 5월 31일경 면직 처리됐다. 이는 직업 공무원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직권을 남용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측근인 최순실씨의 딸이 출전한 승마대회에서 판정시비가 일었고, 이 일을 조사해 '최씨와 그 반대쪽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한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은 한차례 좌천 인사를 당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 전 국장에 대해 '참 나쁜 사람'이라며 인사 조치를 지시, 결국 사직하게 만들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좌천돼있던 노 전 체육국장에게 사직을 요구한 김상률 전 수석과 김종덕 전 장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시를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이들과 공범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판단 ②] 1급 공무원 3명 사직

"김종덕 등의 증언을 볼 때 김기춘이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1급 공무원은 법상 신분보장에서 제외돼 본인 의사에 반해 면직될 수 있다."

2014년 김기춘 비서실장 등은 블랙리스트 실행에 소극적이거나, 면직된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과 가깝다는 이유로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에게 사직서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태강 전 국장 사례에 대한 판단과는 반대로 1급 공무원은 법적으로 신분 보장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김기춘 전 실장과 김종덕 전 장관은 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았다.  

[판단 ③]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관련 직권남용, 강요

"문화예술 진흥법은 예술위가 어떤 지시나 간섭받지 않고 과반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문체부 장관이 감독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위원위에 반해 지시하는 건 직권남용이며 모두 유죄이고 부정개입이다. 다만 문체부 직원들이 예술위 직원들을 협박했다고 보기 어려워 강요죄는 모두 무죄다."

예술위 지원 사업을 심사하는 책임심의위원을 임명하면서 좌파를 배제하라고 지시, 결국 2014년도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19명이 선정되지 않도록 한 김기춘 전 실장, 김소영 전 비서관, 신동철 전 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로 판단됐다. 김 전 실장은 책임심의위원 선정배제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보고 받아 승인했으며 김 전 비서관과 신 전 비서관은 이를 검토했다.

[판단 ④] 문예기금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 강요

"예술위 직무상 의결방법, 심사 등은 의결사안 중 핵심이다. 따라서 신청부터 명단을 제출받아 그 중 배제대상자를 선별한 다음 문체부에 하달하는 비공식 가이드라인이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은 그 어떤 명목으로도 허용할 수 없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 다만 예술위 직원에게 협박으로 볼만한 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기에 강요죄는 모두 무죄로 판단한다."

2015년 문예기금 지원 심의 과정에 배제 재상자 명단을 내려보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도록 한 김기춘 전 실장, 김상률 전 수석, 김소영 전 비서관, 김종덕 전 장관, 신동철 전 비서관, 정관주 전 차관을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실장은 배제기준 및 실행방안을 수립하게 했으며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를 보고 받고 검토했다.

[판단 ⑤] 영화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 강요

"특정 영화의 구체적인 지원 시기에 대해 지시하는 것은 문체부의 정당한 감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지원 삭감 등을 지시하는 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또한, 특정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지원배제나 삭감 등을 지시하고 관철한 것은 모두 직권남용 유죄다. 영진위 임직원에게 의사 결정 자유를 제한하거나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강요죄는 무죄다."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와 인디스페이스 등의 2015년도 지원금을 삭감하도록 한 김기춘 전 실장, 김상률 전 수석, 김소영 전 비서관, 김종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로 결론났다. 2014년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에 대한 영진위 지원을 중단시킨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김소영 전 비서관만 유죄로 인정됐다.

[판단 ⑥] 도서 지원배제 관련 직권남용, 강요

"문체부 출판진흥원의 운영지침에 따라 절차를 투명하게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으므로 시국선언 등으로 배제대상자를 선별하는 등의 일방적 지시는 문체부 감독 권한을 남용한 것이기에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 다만 형법상 협박으로 보는 강요죄로 보기는 어려워 이는 무죄로 판단한다."

2014년 출판진흥원의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 도서 13종을 탈락시킨 김기춘 전 실장, 김소영 전 비서관, 김종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유죄로 선고됐다. 2015년 세종도서 선정과정에 대해선 김상률 전 수석, 김소영 전 비서관, 김종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됐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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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위증은 모두 유죄...조윤선은 직권남용 모두 무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혐의에서는 유무죄가 엇갈렸지만, 국회에서 거짓으로 증언한 부분(위증)은 모두 유죄였다.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정 전 차관은 지난해 말 국회가 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아래 국정조사)'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모른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블랙리스트 예술인 지원 배제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에도 "진실을 은폐하는 데 급급하여 위증을 했다"고 봤다.

조윤선 전 장관은 문예기금 지원배제, 영화 지원배제, 도서 지원배제 등과 관련해서도 기소됐으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주요 범죄 행위들이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취임하기 전에 이미 시작됐고, 이후에도 직권남용 행위에 적극 가담하거나 상세히 보고받고 승인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국정조사에서 위증한 혐의도 무죄로 인정받았다. 

조 전 장관에게 유일하게 유죄가 선고된 부분은 2015년 10월 13일 국정감사에 나와 전날 <한국일보>가 보도한 '9473명의 블랙리스트 명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한 일이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국정 감사 하루 전 문체부 국장으로부터 이 명단이 존재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객관적 사실과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위증"이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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