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이틀 연속 kt를 제압하고 파죽의 6연승 행진을 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7-3으로 승리했다. 두산의 선발 함덕주는 5.1이닝 동안 99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3사사구5탈삼진2실점으로 시즌 5번째 승리를 챙겼고 지난 4월25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안면에 타구를 맞는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던 두산의 루키 김명신은 92일 만에 1군 복귀전을 가졌다.

전날 마무리 이용찬이 흔들리면서 6-5로 간신히 승리한 두산은 이날도 8회말 이현승이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홈런을 맞으며 2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두산은 이현승을 구원한 투수가 추가 실점 없이 위기가 될 수 있었던 8회를 무사히 막아내며 두산의 승리를 지켰다. 프로 입단 11년 만에 드디어 두산 불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김강률이 그 주인공이다.

좀처럼 메우기 쉽지 않았던 '메시아' 정재훈의 공백

두산은 작년 시즌 중반까지 홀드 1위를 질주하던 정재훈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셋업맨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우완 윤명준(상무)과 사이드암 김성배로 근근이 불펜진을 이어오던 두산은 시즌 막판 홍상삼과 이용찬이 각각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홍상삼은 입대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기복이 심했지만).

어깨수술을 받은 정재훈의 복귀시기가 여전히 오리무중인 올 시즌에도 선발 투수와 '더블스토퍼' 이용찬, 이현승 사이를 잇는 셋업맨은 두산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작년 후반 전역 후 5세이브1홀드를 기록했던 홍상삼에게 내심 기대를 걸었지만 홍상삼은 11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7.94로 부진하다가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정재훈의 동기 김승회와 김성배도 친구의 대안이 되진 못했다. 김승회는 5월까지 1승1패5홀드3.14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6월 평균자책점이 10.45로 추락하며 경기 후반 승부처를 맡길 수 있을 만큼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김성배 역시 전성기에 비해 구위가 많이 떨어져 승리를 지켜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신인 박치국을 비롯해 부상을 딛고 복귀한 이영하도 당장 승부처에서 투입하기엔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더블 스토퍼 이용찬과 이현승을 승부처에서 조기 투입할 수 밖에 없었고 잦은 등판으로 부하가 걸린 두 투수는 투구 내용에 기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이현승은 허리 통증으로 전반기 막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렇게 김태형 감독과 두산 팬들의 불펜 고민이 점점 커져 가던 7월, '포기한 유망주'라 생각했던 김강률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월 들어 9경기 10이닝 1실점, 필승 셋업맨으로 신분상승

2007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이용찬, 임태훈(은퇴) 등과 함께 두산에 입단한 김강률은 동기들이 차례로 신인왕을 차지하며 스타로 도약할 때 홀로 유망주의 껍질을 벗지 못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은 누구보다 위력적이지만 대부분의 강속구 유망주들이 그런 것처럼 김강률도 좀처럼 잡히지 않았던 제구력이 문제였다.

프로 입단 5년째이던 2011년부터 1군에서 조금씩 공을 던지던 김강률은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 필승조로 중용되며 입단 9년 만에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3승1패3홀드2.45로 승승장구하던 5월초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됐고 공교롭게도 그 해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시즌에도 승리 없이 2패4홀드5.14에 그쳤던 김강률은 올 시즌에도 승리조에 포함되지 못한 채 롱릴리프로 간간히 마운드에 올랐다. 6월까지의 성적은 2승2패2홀드5.66. 4월 중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후 한 번도 2군으로 내려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필승조로 쓰이지도 못한 전형적인 '불펜 자리 채우기용' 투수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6월까지 평범한 투수에 불과하던 김강률은 7월부터 전혀 다른 투수로 변신했다. 7월 들어 9경기에 등판한 김강률은 10이닝을 던지며 단 1점만을 내주는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김강률은 7월에만 1승3홀드0.90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제 김태형 감독도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김강률을 투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26일 kt전에서도 김강률은 3번째 투수 이현승이 8회 로하스에게 추격의 홈런을 허용하자 2점 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김강률은 첫 타자 윤석민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지만 박경수를 내야 플라이, 유한준,장성우를 각각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가볍게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김강률은 5점대 중반을 상회하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4.73까지 낮췄다.

두산은 지난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서울권 투수 '빅4'로 불리던 이용찬,임태훈,이원재,김강률을 모두 지명하는데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이들은 10년 이상 두산 마운드를 이끌 기대주로 평가 받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이들 중 기대만큼 성장한 선수는 이용찬 한 명 뿐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17년, 그 시절 '빅4'로 불리던 투수 중 가장 낮은 순번에 지명됐던 김강률이 두산 불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며 자신의 첫 번째 전성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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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김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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