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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 당시 윤소하 정의당 의원
 지난 1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 당시 윤소하 정의당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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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란 말이 수 차례 반복됐다. 자유한국당의 담뱃값 인하 추진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묻자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였다.

휴대폰 너머에서 "서민 호주머니 턴 도둑이 자기 배 채워놓고 잘못했단 말도 없이"란 음성이 들려왔다. "후안무치의 전형", "자기 모순도 이런 자기 모순이 없다"는 개탄이 잇따랐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지"란 지적도 튀어나왔다.

지난 6월 어린이집이나 의료기관 등 시설 반경 10m 이내에서 흡연을 금지시키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윤 의원 입장에서는 더욱 황당한 소식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26일 윤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부자 증세 여론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적 프레임"이다. "서민의 이름"으로.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 사과가 먼저"

윤 의원은 소식을 듣고 처음에 "말이 안 나왔다"고 했다. 그는 "정권을 잡았을 때는 나서서 서민들 호주머니 털고, 정권이 바뀌니까 선심 쓰듯 담뱃값 내리자는 것이니 참으로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자신들이 저지른 실정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담뱃값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역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 의원은 "담뱃값 인상으로 추가 확보된 세수를 어떻게 국민들을 위해 건전하게, 건강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하는 논의로 옮겨가야 할 문제"라면서 "이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 한국당은 담뱃값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듭 "대국민 사과가 먼저"라면서 "그런 사과도 없이 이렇게 하는 건 책임 있는 정치 집단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한 추가 세수를 이용해 모든 암치료 비용과 어린이 병원비를 국가가 지원하자고 한 정의당의 대선 공약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이런 제안에 대해 한국당 쪽은 적극적이지 않다"며 "앞서 추경안에 계속 어깃장을 놓은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고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느닷없이 내놓은 것(발표)"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통화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서민 호주머니 턴 도둑이 자기 배 다 채워놓고..."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내가 집권하면 담배세 인하, 유류세를 절반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으며 유세 과정에서 "담뱃값 인하하겠다고 하니까 홧김에 담배 피우던 젊은애들도 신이 났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진은 4월 28일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렸던 토론회 모습.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내가 집권하면 담배세 인하, 유류세를 절반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으며 유세 과정에서 "담뱃값 인하하겠다고 하니까 홧김에 담배 피우던 젊은애들도 신이 났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진은 4월 28일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렸던 토론회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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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이 담뱃값 인하하겠다고 한다.
"처음에 말이 안 나오더라. 자기 모순도, 이런 자기 모순이 없다. 지난 정권에서 부자 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려고 억지로 짜낸 꼼수가 바로 담뱃값 인상 아니었나. 국민 건강 증진이란 원래 목적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담배 판매량이 실제 크게 줄어들지도 않았다. 결국은 교묘하게 가격을 올려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간 꼴이다.

정권을 잡았을 때는 나서서 서민들 호주머니 털고, 정권이 바뀌니까 선심 쓰듯이 담뱃값 내리자는 것이니 참 후안무치한 일 아닌가. 국민 건강과 별 상관없이 담뱃값만 올린 지난 정권 당사자들이다. 그럼 자신들이 저지른 실정에 대해 사과와 반성을 먼저 하고 무슨 이야기하든지 그래야 하지 않나. 그런데 전혀 그런 것 없이. 이거야말로 역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서민 등골 뺀 담배세를 그럼 어떻게 할거냐, 국민 건강으로 돌려드리겠다'는 공약까지 발표했다. 추가 세수 5조 4천억 원 중에 소방안전세와 지방소비세를 제외하면 3조8천억원이 있다. 이걸 이용해 국가가 모든 암치료 비용과 어린이 병원비를 지원하자고 한 바 있다.

담뱃값 인상으로 추가 확보된 세수를 어떻게 국민들을 위해 건전하게, 건강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는 논의로 옮겨가야 할 문제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여러 구체적 방안이나 이런 것들을 더 고민해야지, 느닷없이, '2천원 내리네 어쩌네' 하는 것은 후안무치의 전형이다. 담뱃값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왜곡돼서는 안 된다. 한국당은 담뱃값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 지금까지 통화 내용은 오늘 나온 정의당 논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말한 것을 우리 당에서 논평한 것이다(웃음). 이건 서민 호주머니 턴 도둑이 자기 배 다 채워놓고 잘못했다는 반성도 없이 느닷없이 (가격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 여론에 찬물 끼얹으려고 서민 이용"

- 담뱃값 내린다고 하기 전에 대국민사과가 먼저다?
"그렇다. 국민의 충분한 동의도 없이 담뱃값 인상 강행했지 않나. 그럼 '우리들 생각이 잘못됐다, 급하게 했다' 사과가 먼저지. 이런 사과도 없이 이렇게 하는 건 책임 있는 정치 집단의 모습이 아니다."

- 담뱃세를 국민 건강으로 돌려드리겠다는 정의당 공약 등에 대한 한국당 쪽 반응은?
"어린이 병원비 국가 보장제 등에 대해 실제 적극적이지 않다. 이렇게 제대로 세수를 쓰는 부분에 대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고... 이건,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느닷없이. 무슨 고민을 하고 이야기한 것인지, 어느 날 잠자다 깨어나서 생각나서 던져 버린 것인지. 나도 깜짝 놀랐다."

- 도둑놈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 휘두른 격이다?
"그렇다. 느닷없이, 뭐. 그럴 정신 있으면 정말 민생 챙기는 데 더 신경 쓰고 서민들을 더 어루만져주는 마음 갖고 다가서는 것이 우선인데, 앞에 추경안 계속 어깃장 놓고 그래놓고. 그래서 많이 비판받고 정치적 부담 커지니까 느닷없이 담뱃값, 경유세, 어쩌고, 저쩌고."

- 앞서 홍준표 대표가 대선에서 이야기하기는 했다.
"이야기할 수야 있지. 하지만 서민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대단히 선정적으로 던진 이야기라고 본다."

- 서민 입장에서 특히 살펴봐야 할 지점은?
"부자 증세 여론에 찬물을 끼얹고자 서민을 이용하는 것 아니겠나. 서민이란 이름을, 느닷없이. 더위 먹었나?"

- 끝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담뱃값이 낮다는 말도 있지만, 담뱃값을 너무 한꺼번에 대폭 인상한 부분에 대해 국민적 부담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제대로만 쓰인다면'이라거나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제대로 활용이 된다면'이란 단서가 충족된다면, 조세 저항이 줄어들 수 있을 거라 본다. 걷힌 세금부터 제대로 국민을 위해 쓸 연구나 했으면 좋겠다."


태그:#윤소하, #담뱃값, #홍준표, #정의당,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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