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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위주로 영업하는) 국민은행처럼 됐습니다."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들의 가계와 주택담보대출 등의 영업관행에 대해 날을 세웠다. 은행들이 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줄이는 대신, 좀더 손쉬운 이익을 올릴수 있는 가계 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질타한 것.

그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시중) 은행들의 가계대출 비중이 30%가 채 안됐지만 지난해 말 43%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시중은행들의 영업에 차이가 있었다"며 "지금은 우리은행으로 바뀐 한빛은행과 다른 은행들은 주로 기업대출 위주로 영업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민영화 전) 국민은행만 국민은행법에 의해 중소기업, 가계 위주로 대출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지금은 은행들 간에 그런 구분이 없어졌다"며 우리·신한·하나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이 1999년 60~70%에서 작년 기준 40%대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이를 두고 보는 것이 감독당국의 역할에 맞는지 고민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최 위원장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담보를 잡고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이 70% 수준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그대로 두면 이러한 경향도 심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대기업 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등 요인도 있어 은행만의 잘못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은행이 개별적으로 수익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담보 없이 기술력으로 자금 빌릴 수 있도록 돕고, 연대보증 단계적 폐지

이날 간담회는 '생산적·포용적 금융' 추진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금융위가 마련한 자리다. 생산적 금융은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원활하게 유입해 일자리 창출, 소득 주도 성장을 견인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는 "혁신 중소기업 등 생산적인 분야보다 가계대출, 부동산 금융 등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금융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필요한 부문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금융위는 생산적 금융을 위해 담보·보증 없이도 기술·아이디어 만으로 자금을 지원받아 창업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올해 안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위는 기술력, 특허권, 매출전망 등을 종합 평가하는 모형을 개발해 활용하고, 향후 은행 대출심사에 도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법인대표자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보증 위주의 대출관행도 과감히 개선할 예정이다. 또 오는 9월까지 금융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민간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금융위 쪽 계획이다.

"돈 받을 수 있다는 확신으로 과도하게 대출해주는 것이 문제"

이와 더불어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적정한 수준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투명하게 금리·수수료 등을 산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와 대출자가 위험을 분담하는 비소구 대출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비소구 대출은 빚을 더 이상 갚을 수 없을 때 대출자는 가지고 있는 담보인 집까지만 책임을 지고 그 이상의 채무부담은 은행이 면제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은행이 돈을 다 돌려 받을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과도하게 대출해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최 위원장은 돈을 빌려주는 계약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이슬람에서는 채무계약을 하지 않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가 빌린 사람의 사업이 망했을 때 돈을 끝까지 받아내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신이 올바르지 않나 생각합니다. 부채계약의 문제를 지적하는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같은 생산적 금융과 더불어 포용적 금융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포용적 금융은 금융 소외계층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여 취약가구·기업에 대한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최 위원장은 쉬운 대출을 조장하는 대부업계의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부업 대출모집인 영업 필요한가... 규제방안 강구할 것"

이어 최 위원장은 "대부업 광고가 아주 많이 나오는데 지금도 시간규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다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출의 경우 대출모집인을 통한 영업을 활발히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돈을 갚을 능력이 확실치 않은 사람들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고, 이들이 신용불량자로 떨어져 추심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에는 대출모집인 문제도 있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어 최 위원장은 "대출 광고와 모집인을 규제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7.9%에서 24%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보완 대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선 금융위는 불법 사금융 확대 가능성을 감안해 검찰·경찰 및 범정부 차원의 단속과 감독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복지시스템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금융위 쪽 계획이다. 이에 최 위원장은 "최고금리를 낮추면 취약계층이 사금융으로 얼마나 옮겨가느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 소액장기연체 채권을 탕감해주는 데 드는 예산에 대한 질문을 받은 최 위원장은 "1~2주 이내에 협의가 완료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포용적 금융의 대상을 몇 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최 위원장은 "최소한 40만 명 이상은 돼야 할 것"이라며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최종구,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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