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에서 가장 '핫'한 동물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벌꿀오소리를 이야기할 것이다. 벌꿀오소리는 기네스북이 '세상에서 가장 용맹한 생물'로 꼽기도 했는데, 목표(먹기)를 위해선 어떤 위험에도 두려워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독사를 잡아먹다 독에 기절했다가도 다시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마저 독사를 먹는가 하면, 벌꿀을 훔쳐 먹다 벌 수백 마리에 쏘여도 끄떡하지 않는다. 맹수인 사자와 마주쳐도 쫄지 않는다. 길게 벌꿀오소리를 설명한 이유는, 배우 신혜선이 연기한 <비밀의 숲> 영은수 검사를 설명하는데, 벌꿀오소리만한 동물이 없기 때문이다.

영또, 영꿀오소리, 불나방... 포기를 모르는 영은수

 tvN <비밀의 숲> 스틸 사진.  신혜선. 배두나. 조승우.

앞뒤 없이 달려드는 영은수의 캐릭터는, 주인공 황시목 입장에서 보자면 분명 '민폐'다. 하지만, 영은수는 서툴고 어리숙해 사고나 치고 다니는, 기존 드라마 속 민폐 캐릭터와는 그 결이 다르다. ⓒ CJ E&M


'떡값'을 받았다는 누명을 쓴 전 법무부장관 딸인 영은수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이창준(유재명 분) 검사장이 살인 사건의 범인이어야 하는데, 갑자기 서동재(이준혁 분) 검사가 범인으로 몰리자,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서 검사를 도발해 목을 졸리기까지 한다.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린 영은수는 죽다 살았다는 두려움은커녕, 원하는 진실에 다가갔다며 기뻐한다.

벌떡 일어나 제 갈 길 가는 영은수의 모습에서, 독사 독에 기절했다 정신을 차린 뒤 아무렇지 않게 손에 쥔 독사를 마저 먹어치우는 벌꿀오소리의 기개가 느껴졌다. 많은 시청자들이 영 검사를 '영또(영은수+또라이)' 혹은 '영꿀오소리(영은수+벌꿀오소리)'라 불렀는데, 2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혜선은 자신의 이런 별명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전 캐릭터들도 좀 또라이 같다는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그땐 밝은 또라이였다면, 이번엔 다크한 또라이? 하하하. 목 졸린 다음에 뚜벅뚜벅 걷어가는 장면을 그렇게 좋아해 주실 줄 몰랐어요. (웃음)"

앞뒤 없이 달려드는 영 검사의 캐릭터는, 주인공인 황시목(조승우 분) 검사 입장에서 본다면 때로 민폐였다. 하지만 기존 드라마 속 서툴고 어수룩한 민폐 캐릭터들과는 결이 다르다. 황 검사와 목적이 어긋나 있을 뿐, 영 검사 입장에서는 분명한 자기 목적을 위한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저돌성과 영리함으로 황 검사를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했다.

모든 사전제작 드라마가 그렇겠지만, 촬영을 모두 마칠 때까지 시청자의 피드백을 얻을 수 없다는 것, 시청자 반응이 좋지 않더라도 수정할 기회도 없이 장기간 방송된다는 건 분명 위험부담이다. 특히 영은수처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캐릭터는, 시청자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도 많이 됐을 것이다. 신혜선 역시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기분"이었다면서, "영은수의 행동들이 한 번에 딱 이해되진 않았지만, '또라이'로까지 보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다행히 반응은 좋았지만, '민폐 캐릭터'로 비호감이 되는 건 아닌지, 마냥 이상한 아이로만 비치진 않을지 걱정도 컸다고.

"감독님, 작가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마냥 민폐로만 보이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캐릭터지만, 마냥 민폐로만 보이는 것도 안 되는 친구잖아요. 은수의 입장을 잘 이해해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하죠."

황시목을 화나게 하는 유일한 사람

 tvN <비밀의 숲> 스틸 사진.  신혜선. 배두나. 조승우.

허무하게 죽은 영은수의 모습에 충격받은 건, 시청자만이 아니었다. ⓒ CJ E&M




극 중 한여진(배두나 분)이 감정 없는 황시목을 웃게 하는 유일한 인물이라면, 영은수는 그를 화나게 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아직 <비밀의 숲>은 2회가 남았지만, 영은수는 지난 13회 말미에 살해당하며 작품을 떠났다.

허무하게 바닥에 누워있는 영은수의 모습에 충격받은 건, 시청자만이 아니었다. 늘 이성적이고 정제된 모습만 보이던 황시목은, 영은수의 죽음에 흔들리고 소리치고 이성을 잃는다. 아마, 그의 죽음으로 인해 한조그룹을 무너뜨릴 만한 비리의 증거를 쥐고도 침묵의 세월만 보내고 있던 영일재(이호재 분) 장관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비밀의 숲>을 관통하는 가장 큰 사건과, 인물이 변화하는 중심에 영은수가 있었던 셈이다.

"영은수는 '아빠 명예 회복' 하나만 생각하는 불나방 같은 친구예요.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게 자신을 정말 죽일만한 위협인지 생각 않고 달려들었다가 결국 불나방처럼 죽게 됐죠. 억울함이 많은 아이였는데, 결국 억울하게 죽기까지 했어요. 

우리 드라마 속 인물들이 다들 목표가 있지만, 저는 영은수의 목표가 가장 뚜렷했다고 생각했어요. 목표가 딱 하나니까. 하지만 검찰청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햇병아리일 뿐이죠. 유일하게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용의자 중 하나고요. 기댈 데 없던 은수가 안타까웠어요."

변신에 능한 배우 

 배우 신혜선 프로필 사진

처음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오 나의 귀신님>부터, <그녀는 예뻤다> <푸른 바다의 전설>, 그리고 <비밀의 숲>까지. '신예' 신혜선이 맡은 캐릭터는 하나같이 개성있고 매력적이었다. ⓒ YNK엔터테인먼트


<학교 2013>으로 데뷔한 신혜선은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처음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뒤, <그녀는 예뻤다> <검사외전> <아이가 다섯> <푸른 바다의 전설> 등 여러 작품에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변신을 거듭해왔다. 작품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줘 눈길이 갔다고 말하니 "그런 캐릭터를 연기할 기회가 주어졌을 뿐,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인터넷에 공개돼있는 신혜선의 프로필을 보면 고3(서울국악예고) 때 출전한 전국청소년독백대회 금상 수상 내역이 눈길을 끈다. 데뷔 전, 학창 시절 수상 내역이 프로필에 있는 게 독특하기도 했고, 학창 시절부터 연기에 두각을 나타냈구나 싶기도 해서다. 이 이야기를 하니 신혜선은 "꺄~" 하며 얼굴부터 감쌌다. "그것 좀 빼주셨으면 좋겠다. 예전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프로필에 들어가 있더라"며 부끄러워했다.

귀여운 외모에,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말투도 밝고 경쾌해 아이돌을 했어도 잘 했겠다 하니, "노래랑 춤 엉망이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어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고, 두각도 일찍 나타냈는데, 그에 비해 늦은 데뷔(24살) 시기가 의아해 던진 말이었다.  

"어릴 때부터 배우는 되고 싶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몰랐어요. 대학에 들어간 뒤 여기저기 오디션을 보기 위해 돌아다녔는데, 가끔 선배님들 인터뷰 보면 '오디션 100번 떨어졌다' 이런 말 있잖아요. 저는 그 말도 부러웠어요. 늘 서류에서 떨어져서 오디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거든요. 정말 암울했죠."

첫 주연 "조급함 버리고 잘 해볼게요" 

 배우 신혜선 프로필 사진

신혜선은 20대 끝자락에, 드디어 첫 주연을 맡게 됐다. 평소 팬이었다는 소현경 작가의 작품,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서다. ⓒ YNK엔터테인먼트


신혜선은 <비밀의 숲> 촬영을 마치고 '아 이제 뭘 하나' 했을 정도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아직은 선택하기보다 선택 받아야 하는 입장.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고, 더 유명해지고 싶은 바람도 있고, 그러다 보니 불안과 걱정도 따라왔다. 스스로도 "멘탈이 약하다"고 말할 만큼, 흔들림이 많아 부러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고. 워낙 고민이 많고, 고민이 고민을 물고 오는 스타일이라 요즘엔 알람을 맞춰두고 그 시간까지만 고민하는 나름의 마인드 콘트롤 방법도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 불안감을 조금은 내려두어도 좋을 것 같다. <비밀의 숲>에서 보여준 호연에 힘입어 대중의 사랑도 받게 됐고, 드디어, 첫 주연까지 맡게 됐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이상해> 후속으로 방송되는 KBS 2TV <황금빛 내 인생>에서 어려움과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사회 초년생의 모습을 연기할 예정. <검사 프린세스> <찬란한 유산> <내 딸 서영이> 등을 집필한 소현경 작가 작품이다.

"소현경 작가님의 팬이에요. 언젠가 꼭 한 번 작가님 작품에 출연해 보고 싶었는데, 작가님 작품으로 첫 주연을 맡게 돼 영광스러운 마음뿐이죠. 곧 첫 촬영인데, 부담도 되고, 걱정도 돼요. 긴 호흡의 주말극인데, 제 부족한 내공과 역량으로 잘 끌고 갈 수 있을까 싶어서요. 우선은 주어진 역할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잘 해보려고요. (웃음)" 

20대 끝자락에 첫 주연으로 발탁된 신혜선. 빠르다면 빠르고, 늦다면 늦다. 신혜선은 "여유를 갖고, 조급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듬고 싶다"고 말했다. 10년 후에는, 사람들에게 '호감 가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인정도 받고 싶고, 성장하고 싶고, 조금 더 성공하고도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부터 마음을 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영은수는 떠났지만, <비밀의 숲> 남은 이야기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고, 곧 시작할 <황금빛 내 인생>에도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  

 tvN <비밀의 숲> 스틸 사진.  신혜선. 배두나. 조승우.

특유의 저돌성과 무대포 정신으로 '영또', '영꿀오소리'라는 별명을 얻은 영은수 검사. 배우 신혜선은,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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