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6일 오후 2시 20분]'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특검이 정유라를 제2의 장시호로 만든다"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특검의 모든 신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최씨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45차 공판에 출석하자마자 "제가 지난번에 출석하려고 했는데 검찰에서 아무 통보가 없었다. 오늘 원래 나오려고 했는데 구인장이 나와 있어서 당황했다"며 "오늘 저는 자진 출석했다"라며 자발적인 출석임을 강조했다.
최씨는 앞서 재판부가 21일 증인 출석을 요구했으나 딸 정유라씨가 이 부회장의 공판에 예고 없이 증인으로 출석해 준비가 필요하다며 26일로 출석을 미룬 바 있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혹시 모를 사정에 대비해 (구인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답했다.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 박주성 검사가 본격적인 신문에 들어가자 최씨는 검찰과 특검을 비난하며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맞섰다.
"재판장님 말씀드릴 게 있다. 저는 지난번 이 재판에 나와 진술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저희 딸 유라가 나오는 바람에 혼선을 빚었다. 특검이 애를 데리고 새벽 2시부터 어디서 유치했는지 제가 부모로서 물어봐야 할 사안이었다. (내가) 자진해서 나왔다고 해도 위법한 증인채택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특검에서 조사받을 때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질문받았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경제공동체를 인정하라는 것과 손자까지 가만 안 두겠다며 삼족을 멸하겠다고 했다. 옛날에 임금님도 함부로 못 하는 무지막지한 얘기를 한 시간 동안 들었다. (특검은) 유라를 왜 데리고 나갔나. 지금 특검에 증언할 수 없다.""특검 신뢰할 수 없어" 재판 내내 증언거부최씨는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증언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권리이지만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특검은 이를 지적했다. 박주성 검사는 "증언거부권은 본인의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이 날 우려가 있을 때 인정되는 권리다. 특검을 불신한다는 게 증언거부권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라며 답변을 요구했다. 재판부 또한 "그러면 왜 나왔나. 이 자리는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검찰, 변호인, 재판부의 질문에 답을 하는 자리"라며 "우선 질문을 들어보고 증언거부권의 행사 여부를 결정해 답할 부분은 답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최씨는 한결같이 증언을 거부하며 침묵했다. 그나마 입을 열 땐 "장시호", "유라",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하며 "여기가 사회주의도 아닌데 박 대통령과 제가 경제 공동체라고 한다. 무슨 얘길 하나. 특검이 자초한 것", "장시호가 '특검 도우미'라는 게 사법행정상 말이 되느냐"라고 특검을 비난했다. 재판부가 "모든 질문에 대해 다 거부하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저는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 특검으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많이 받으며 정신적으로 완전히 패닉상태다.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다. 특검이 저희 딸을 신문한 건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수법이다. '삼족 멸한다'는 말로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어미로서 여기 재판장에 오는 것도 힘들었다. 특검의 비정상적인 회유와 압박에 일일이 대답할 필요 없을 것 같다."최씨는 공판 중간에 자신의 변호인단에게 조력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두 차례 휴정을 요청했다. 최씨 변호인단 이경재 변호사와 권영광 변호사는 방청석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재판부는 최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접견을 허용했다.
객관적 증거에도 침묵으로 일관해... 오히려 특검 향해 날 선 비난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를 전후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차명 휴대폰으로 통화한 내역, 최씨의 이메일 내용, 최씨의 언니인 최순득씨와 박 전 대통령의 통화 내역,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자필 메모 등을 증거로 보여줬으나 최씨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부를 바라보며 반응을 살피거나 중간에 입을 가리고 립밤을 바르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여유 있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날 오후 속개된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최순실씨의) 증언거부권 의사가 분명해 반대신문도 무의미할 것 같다"며 "반대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최씨는 재판 마지막까지 "제가 마지막으로 몇 가지만 얘기해도 될까요"라고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늘 증언을 거부하셨기 때문에 증인의 말을 듣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듣지 않겠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