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의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 중 하나는 바로 록, 특히 헤비메탈이다. 뜨거운 폭염에 맞서 싸울 듯한, 마치 "이열치열"의 효과를 느끼게 하는 헤비메탈은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음악팬들을 매료시킨 장르 중 하나였다.

특히 1980년대는 헤비메탈의 전성기였을 만큼 수많은 밴드의 명작들이 쏟아지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지금으로 부터 딱 30년 전인 1987년 이맘때엔 2장의 위대한 음반이 연이어 발매되면서 최전성기를 구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바로 건스 앤 로지스의 < Appetite For Destruction >, 데프 레파드의 < Hysteria >가 그 주인공이다.

닮은 듯 다른 이 두 팀의 작품은 엄청난 음반 판매고 +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록 음악 역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바 있다. 때마침 발매 30주년을 맞아 이 작품들에 대한 해외 일각의 재평가 및 각종 기념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어서 올드팬들에겐 좋은 추억거리가 마련된 셈이다.

"헤비메탈 악동"의 등장, 건스 앤 로지스 < Appetite for Destruction >

  건스 앤 로지스의 데뷔 음반 Appetite For Destruction 표지

건스 앤 로지스의 데뷔 음반 Appetite For Destruction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발매일:1987.07.21(미국)
주요 성적 : 빌보드 200 앨범 차트 1위, 미국에서만 1800만 장 이상 판매, 전세계 3000만 장 이상 판매
평가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 중 하나
롤링스톤 매거진 선정 "위대한 팝 음반 500장" 중 하나
헤비메탈 전문지 케랑 선정 "위대한 록 음반" 1위
수록곡 `Sweet Child o' Mine`, 롤링스톤 선정 "위대한 명곡 500곡" 중 하나


1987~1993년 사이 건스 앤 로지스는 정말 거침없는 질주를 펼친 밴드였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록그룹 데뷔 음반(1800만 장 이상 판매)의 주인공이면서 각종 사건+사고도 빈번했던 악동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정규 2집과 3집에 해당되는 1991년 작 < Use Your Illusion > 시리즈는 총 140분대의 워낙 방대한 분량인 탓에 각각 2장으로 나눠 동시 발매했지만, 전작 못잖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1994년 이후 기타리스트 슬래시 등의 이탈로 인해 사실상 해산 상태에 놓였던 건스 앤 로지스는 보컬리스트 액슬 로즈의 주도하에 2008년 음반 < Chinese Democracy >로 전격 컴백을 단행했고 최근엔 슬래시를 비롯한 전성기 멤버 상당수가 돌아오면서 예전 못잖은 박력 있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건스 앤 로지스의 최근 모습. 액슬 로즈(왼쪽), 슬래시

건스 앤 로지스의 최근 모습. 액슬 로즈(왼쪽), 슬래시 ⓒ 건스 앤 로지스 공식 홈페이지


< Appetite For Destruction >은 여러모로 언급할 사항이 많은 1980년대의 대표적인 음반 중 하나다. 발표 당시 헤비메탈 시장은 대중적인 팝 음악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이른바 '팝-메탈'로 불리는 음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밴 헤일런, 머틀리 크루, 본 조비 등등.

그런데 건스 앤 로지스는 1970년대 선배 밴드들인 에어로스미스, 레드 제플린, 섹스 피스톨스 등의 영향을 받은 원초적인 록 사운드를 전면에 드러냈고 특히 새로운 기타 영웅 슬래시, 퇴폐미를 물씬 내뿜던 액슬 로즈를 앞세워 인기몰이하는데 성공했다.

깁슨 레스폴 기타를 활용한 슬래시의 빼어난 솔로 연주가 삽입된 `Sweet Child O'Mine`(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 박진감 넘치는 드럼 연주를 기반에 둔 `Welcome To The Jungle` 등은 전 세계 인기 순위를 석권했고 음반은 발매 1년이 지난 1988년 8월이 돼서야 뒤늦게 빌보드 200 앨범 차트 마저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 < Appetite For Destrucstion >의 숨은 주역은 리듬 기타리스트 이지 스트래들린이었다. 이 음반 수록곡들은 밴드 멤버 전원의 공동 작사·작곡으로 기재되었지만, 실제 대부분 곡을 그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드러나길 꺼리는 성격 + 보컬 또는 리드 기타리스트가 아니었던 탓에 대중들의 관심 밖에 놓였던 그는 1집의 대성공 이후 팀을 떠났고 액슬 로즈 + 슬래시 중심의 건스 앤 로지스는 1990년대 초반까지 인기 정상의 밴드로 군림을 이어 나간다.

현재 건스 앤 로지스는 본작 발매 30주년을 기념한 월드 투어를 진행 중에 있다.

[추천곡'] `Welcome To The Jungle`, `Sweet Child O'Mine`, `Paradise City`, `Night Train`


건스 앤 로지스 2017 유럽 투어 하이라이트 공식 영상)

대중적인 팝-메탈 사운드의 진수, 데프 레파드의 < Hysteria >

 데프 레파드 `Hysteria` 표지. 밴드 측의 요청으로 인해 이 음반은 아쉽게도 전 세계 음원 서비스를 통해선 감상할 수 없다. 오직 CD 등을 구입해야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다.

데프 레파드 `Hysteria` 표지. 밴드 측의 요청으로 인해 이 음반은 아쉽게도 전 세계 음원 서비스를 통해선 감상할 수 없다. 오직 CD 등을 구입해야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발매일:1987.08.03 (미국)
주요 성적 : 빌보드 200 앨범 차트 1위, 미국에서만 1200만장 이상 판매, 전세계 2000만장 이상 판매
평가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앨범 1001" 중 하나
롤링스톤 매거진 선정 "위대한 팝 음반 500장"> 중 하나
수록곡 `Pour Some Sugar on Me`, 미국 케이블 채널 VH-1 선정 "1980년대 위대한 노래" 중 2위


일명 "NWO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라는 구호하에 1980년대 초반 수많은 영국 헤비메탈 신예 밴드들이 등장하면서 그 무렵 펑크 록 지배하에 놓였던 영국 록 음악계의 새 바람을 불어 일으킨 일이 있었다.

그중 아이언 메이든과 데프 레파드는 가장 발군의 실력 및 인기를 얻으며 영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데뷔 초기의 공격적인 사운드를 현재까지 꾸준히 계승한 아이언 메이든과 달리, 데프 레파드는 각종 신시사이저 및 전자 드럼을 적극적으로 채용한 팝-메탈 사운드로 변모하면서 엄청난 상업적 성공 vs 이에 반하는 일부 마니아들의 비난이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았던 팀이었다.

1983년에 발매된 그들의 정규 3집 < Pyromania >(미국 1000만 장 판매)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드러머 릭 앨런의 자동차 사고 및 왼팔 절단이라는 비운을 겪었던 데프 레파드는 4년의 공백기를 마감하고 발매한 4집 < Hysteria >로 전작 이상의 대성공을 거둔다.
이 음반의 특이한 점은 이른바 "역주행 히트". 발매한 지 1년이 지나서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다.

첫 싱글 `Women`이 빌보드 핫 100 싱글 차트 하위권에 머무는 등 활동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전후좌우가 따로 없는 "360도 회전" 무대로 화제를 모은 순회공연으로 꾸준히 지지세를 얻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8년 8월, 드디어 빌보드 200 앨범 순위 정상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싱글 `Love Bites` 또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르며 말 그대로 "쌍끌이" 인기를 끌어냈다.

 데프 레파드의 최근 모습

데프 레파드의 최근 모습 ⓒ 데프 레파드 공식 홈페이지


< Hysteria >의 매력은 기존 헤비메탈의 고정된 이미지였던 공격적인 면 대신 매끔하게 잘 다듬어진 라디오 친화적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중성을 확보했다는데 있다.

이 점은 발매 2년째인 1989년까지 이 음반 수록곡 중 무려 6곡이 빌보드 핫 100 차트 중 40위권 이내에 진입하는 등 고른 성과를 얻었던 이유 중 하나다.

당시 AC/DC 등을 담당했던 프로듀서 로버트 존 머트 랭지(후일 브라이언 아담스, 샤니아 트웨인 담당)의 진두 지휘 속에 헤비메탈 밴드라면 의례 등장하는 화려한 기타 솔로는 가급적 배제하고 리듬 배킹에 치중한 스티브 클락, 필 콜렌 2명의 기타리스트의 "받쳐주는" 연주로 기존 팀들과의 차별성을 뒀다.

한 손밖에 사용할 수 없었던 드러머 릭 앨런을 위해선 전자 드럼 장비를 특수 제작해 정상인 못잖은 화려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도와준 팀 동료들의 눈물나는 노력은 이 음반 속 숨은 미담이다.

비록 1991년 기타리스트 스티브 클락이 알코올 중독+약물 과용으로 인해 사망하면서 데프 레파드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지만 보컬리스트 조 엘리엇을 비롯한 남은 멤버 + 새 기타리스트 비비안 켐벨을 영입, 지금까지 인원 변동 없이 모범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는 8월에는 < Hysteria > 발매 30주년을 맞아 무려 5 CD + 2 DVD라는 방대한 구성의 디럭스 버전을 출시하면서 월드 투어도 진행할 예정이다.

[추천곡] `Pour Some Sugar On Me`, `Armageddon It`, `Hysteria` , `Rocket` 등


Hysteria 발매 30주년 기념 하이라이트 공식 영상

데프 레파드+건스 앤 로지스의 공통 분모 = 록 뮤지컬 영화 <락 오브 에이지>

 영화 `락 오브 에이지`의 한 장면. 극중 스테이시 잭스(톰 크루즈 분)은 액슬 로즈를 참고한 캐릭터였다.

영화 `락 오브 에이지`의 한 장면. 극중 스테이시 잭스(톰 크루즈 분)은 액슬 로즈를 참고한 캐릭터였다. ⓒ 워너브러러즈코리아


특별히 닮은꼴이 없는 이 두 팀의 연결 고리는 바로 록 뮤지컬이자 동명 영화로도 제작된 <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다.  비록 뮤지컬과 달리, 영화는 온갖 혹평 속에 흥행 참패를 맞았지만 의외로 즐길 구석이 많다.

먼저 작품의 제목은 바로 데프 레파드의 1983년 음반 < Pyromania > 수록곡이다. 하지만 데프 레파드 측의 불허로 인해 정작 뮤지컬에선 이 곡을 사용하지 못했고 대신 영화에선 극 중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고 < Hysteria >가 배출한 히트곡 `Pour Some Sugar On Me`가 톰 크루즈의 보컬 버전으로 수록되었다.

영화 속 스타 "스테이시 잭스"(톰 크루즈 분)는 상당 부분 건스 앤 로지스의 액슬 로즈를 참조해 탄생한 캐릭터였다. 각종 문신부터 머리에 두른 두건, 각종 여성 편력 및 알코올 남용 등등.

여기서 톰 크루즈는 건스 앤 로지스의 명곡 `Paradise City`도 기대 이상의 가창력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데프 레파드 건스 앤 로지스 헤비메탈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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