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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 청년농부 손주현씨
 23세 청년농부 손주현씨
ⓒ 김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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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던 손주현씨는 지난 1월 당진을 찾았다. 손씨는 현재 석문면 장고항리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 농부'다. 아직은 덜 익은 풋사과 같지만 사과 전문가를 꿈꾸는 손씨는 본인이 노력만 한다면 언젠가 잘 익은 새빨간 사과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호기심 많던 소년, 농업을 진로로

금융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오던 아버지(손요혁)가 손씨에게 종종 "제2의 삶은 고향에서 과수농사를 하며 살고 싶다"고 이야기 하곤 했다. 어릴 적부터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했던 손씨는 고등학교 3학년 막바지에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귀촌귀농 생활을 꿈 꾼 부모님 역시 반대는 없었다. 오히려 직장생활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는 농업이 손 씨를 더욱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손씨는 한국농수산대학 과수학과에 진학해 올해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엄마와 여동생을 설득해, 교직생활을 하는 큰 누나를 제외한 가족들이 아버지의 고향 당진으로 내려왔다.

조부모가 살고 있는 석문면 장고항리 논을 개간해 사과농장으로 바꿨다. 하지만 조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힘든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려고 아들을 공부시켰는데, 아들도 모자라 손자까지 농사를 짓는다고 당진으로 내려왔으니 조부모 입장에서 속이 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손자 손씨는 조부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현재 조부모는 누구보다 더 많이 손씨를 돕고 지지해주고 있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다

손씨는 올 1월에 2200주의 어린 사과묘목을 심었다. 그는 "한 줄로 심은 묘목을 보면, 흘린 땀이 모두 씻겨 나갈 정도로 뿌듯하다"고. 어릴 적부터 직접 콩을 발아시킬 정도로 농업을 좋아한 그에게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딱 체질이다.

"농사 일이 힘든 것은 없어요. 오히려 농사가 한 철이다 보니, 그 사이 자기계발 시간도 생겨서 좋아요.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 좋아요."

서울특별시 양천구 목동에서 나고 자란 손씨는 고등학교까지 서울에서 보냈다.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은 그가 농업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말하자 다들 놀랐다. 하지만 곧 손씨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취업이 어려운 현대사회에 자신의 길을 일찍, 그것도 확실하게 찾았으니 말이다.

손씨는 "지금은 오히려 친구들이 당진에 놀러온다"며 "가끔은 과수원을 구경하면서 시골에만 있으면 우울증 걸릴 것 같다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당진에서 4-H와 한농회(한국농수산대 졸업자 중 당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임) 생활로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어 심심할 겨를이 없다"고 덧붙였다.

농가 실습, 밑거름 돼

손씨는 현재 당진시농업기술센터에서 일주일에 1회씩 강소농 교육을 받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선두농가를 방문해 공부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북 영천에 있는 한 농가를 다녀왔으며 부지런히 영농일지도 쓰고 있다. 대학때는 1학년과 3학년 학생때는 이론 중심의 강의를 들었고, 2학년 때는 농가실습에 참여했다. 그는 충북 음성에 있는 한 과수농가에서 10개월 간 실습한 경험도 있다. 당시 무농약 농가에서 실습을 하게 돼 사과저장기술, 일하는 방식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많이 얻었다. 실습경험이 그에게 가장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손씨가 그 많은 과수 중 '사과'를 선택한 이유는 당진의 기후를 봤을 때 사과가 가장 맞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적인 과일로 사과를 싫어하는 이들도 적다. 손씨는 "사과는 기후적으로 일교차가 가장 중요하다"며 "일교차가 커야 사과가 빨갛고 맛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진의 경우 해양성 기후이면서 일교차가 커 사과 농사를 짓는 데는 안성맞춤"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가 사과농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은 '청결'이다. 밖에서도 농장이 잘 보여 깨끗한 농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 항상 신경 쓰고 있다.

시나노 골드, 루비에스 등 7가지 품종 취급

현재 손씨는 7가지 품종의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노란 사과로 알려진 시나노 골드, 탁구공만 한 루비에스 등 다양하다. 어린 묘목을 심었기에 올해 수확은 힘들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한편 벌써 생각해놓은 사업도 많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하루 사과'라는 이름으로 매일 아침 사과를 배달하는 사업이다. 이밖에 그의 머릿속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손씨의 꿈이 있다면, 사과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손씨는 "후배들이 실습할 수 있는 농가로 성장해, 후배 양성에도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농업이 과거만큼 힘이 들지 않아요. 웬만한 직장보다 마음 편하게 살면서 일할 수 있어  좋아요. 소득도 내가 노력한 만큼 나오니 성취감도 있고 뿌듯하지요. 청년농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농업은 더 이상 힘들고 어렵고 전망없는 업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당진시대 신문사 김예나 기자



태그:#당진, #당진청년, #당진사과, #사과농사,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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