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 관련 사진.

영화 <청년경찰> 포스터. 개봉 전에 품었던 걱정은 '기우'였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전혀 경찰이 되고 싶지 않았던 두 학생이 경찰로 활약한다. 과학고 출신의 수재 희열(강하늘)과 학비가 무료라 경찰대에 입학한 기준(박서준)은 외출 중 우연히 목격한 여고생 납치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오눈 8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청년경찰>의 주요 골격이다.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25일 오후 언론에 선 공개된 영화는 일단 박서준과 강하늘 두 청년 배우의 재능과 기지에 많이 기댄 작품이다. 줄거리에서 예상할 수 있듯 기본적으로 액션 버디 무비를 표방하며, 기존 오락 영화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선택과 집중의 묘미

그래서 오히려 의외로 다가온다. 올여름 어김없이 극장가에서 경쟁할 대작들이 작품성과 역사성을 겸비한 시대물인 점을 감안하면 <청년경찰>의 외형은 왜소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던 버디물이라니. 철 지난 옛날 유머와 그럴싸한 캐스팅만으로 현재 관객들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

기우였다. 독립영화 <코알라> 이후 4년 만에 상업영화로 데뷔하는 김주환 감독은 "지금 이 시대가 고민하는 열정이 담기길 원했다"며 연출 의도를 시사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는데 그 진정성이 영화에 잘 담겨있다. 분명한 목표 없이 경찰대에 입학한 두 청년은 성인의 시각에선 한참 배울 게 많은 부족한 인간상이지만 위험에 처한 약자를 지나치지 않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낸다.

 영화 <청년경찰>, 두 남자의 버디물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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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버디물에 가미된 코미디는 자칫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었다. 최근까지 드물게 등장한 코미디물이 상황과 캐릭터에 따라 철저히 계산되고 준비한 결과물이었다면 <청년경찰>은 흔히 말해 '요즘 청춘들'의 언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게 또 배우들 사이에서 겉돌면 문제지만 박서준, 강하늘이 제법 밀도 있게 표현해낸다. 아무래도 시나리오의 빈틈을 두 배우가 치열하게 고민했고 채워낸 덕으로 보인다.

캐릭터 또한 매력 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들이 청년인데 더 세밀하게 구분해보자면 사회에 나갈 준비 중인 예비 성인이다. 사건을 해결해 보려는 이들에게 "아직 정식 경찰이 아닌 학생이야"라고 일갈하는 경찰대 교수나 성인들과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가출 청소년 사이에 기준과 희열이 자리한다. 낀 세대, 미성년과 성년 사이에서 취직과 열정 착취의 대상이 되곤 했던 예비 사회인들을 이렇게 집중 조명한 영화가 또 있었던가.

가까이엔 이병헌 감독의 <스물> 정도가 떠오른다. 다만 <청년경찰>이 다른 점은 현실적 고민, 방황의 원인을 기능적으로 소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액션과 코미디에 집중한 게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것저것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살을 붙이기보단 과감하게 했어야 할 이야기에 집중한 게 주효한 셈이다.

웃음 속에 숨긴 따뜻함 

'청년경찰' 팬들을 향해 경례! 17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련 영화 <청년경찰>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강하늘과 김주환 감독, 박서준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청년경찰>은 믿을것이라곤 전공서적과 젊음뿐인 두 명의 경찰대생이 눈 앞에서 목격한 납치 사건을 직접 수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수사 액션 작품이다. 8월 9일 개봉 예정.

17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련 영화 <청년경찰>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강하늘과 김주환 감독, 박서준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그렇다고 <청년경찰>이 단순히 웃고 즐기기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약 5년 넘게 작품을 준비하던 김주환 감독이 그 많은 이야기 중 두 청년에게 애써 집중한 것도 곧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 젊은이들이 누구일까. 이런 청년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모두가 든든하지 않을까"라는 고민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주요 사건인 미성년 납치 설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경찰대에서 배우는 여러 이론 중 납치 사건 해결에서 '크리티컬 아워'(의학용어로는 골든 타임) 7시간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가상의 설정이지만 이 7시간, 그리고 두 청년이 청소년을 구해낸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우리가 겪어온 사회적인 큰 상처를 상징한다.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감독에게 묻자 감독은 "구체적 사건은 말하기 어렵지만, 한국 사회에 실제 있었던 사건이 있지 않나?" 반문하며 "여기서나마 누군가를 꼭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답했다. 사실상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둔 것이다. 때가 아니라며 가만히 있으라고 한 기성세대의 말을 따르지 않고 두 청년은 할 수 있는 도리를 다했다.

이걸 대놓고 드러내진 않는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어설프게 아픔을 건드릴 때, 때로 더 큰 상처가 되는 법. 관객 입장에선 사실 크게 인지하지 않고 스쳐 지나갈 설정이지만 그런 생각이 감독에게 있었다는 점만 알아두면 되겠다.

대작들 틈에 <청년경찰>은 이런 시원한 웃음에 갈증이 컸던 관객 입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말 간만에 군더더기 없는 버디물이 나왔다. 후반부 설정이 다소 관성적이라는 점만 빼면 크게 미덕을 해칠만한 요소가 없다.

한 줄 평: 한국 버디무비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통쾌함
평점: ★★★★(4/5)

영화 <청년경찰> 관련 정보
감독: 김주환
출연: 박서준, 강하늘, 성동일, 박하선
제공 및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무비락
공동제작: 도서관옆스튜디오, 베리굿스튜디오
크랭크인: 2016년 11월 21일
크랭크업: 2017년 2월 23일
러닝타임: 109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7년 8월 9일


청년경찰 박서준 강하늘 청소년 세월호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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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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