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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 AI 테크센터에서 KT 융합기술원과 제휴사 직원들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25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 AI 테크센터에서 KT 융합기술원과 제휴사 직원들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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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우면동 OO번지 OOO 전화번호가 뭐지?"

"네 고객님이 문의하신 OOO 전화번호는 02-5OO-OOOO번입니다."

114로 전화를 걸자, 인공지능 상담사가 응답했다. KT의 음성인식 기술과 구글 알파고와 유사한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이 결합한 결과다. 앞으로 114 상담사 일자리도 로봇에게 밀려 사라지는 걸까?

AI 테크센터 공개한 KT "인공지능 기술이 '좋은 일자리' 기여"

KT는 25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융합기술원 안에 있는 AI테크센터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지난 6일 문을 연 AI테크센터에는 약 72만 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코어를 사용한 슈퍼컴퓨터가 있어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딥러닝 연구를 지원한다.

KT는 앞서 인공지능 TV 서비스인 '기가지니'를 비롯해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날 처음 공개한 '인공지능 콜센터'와 '인공지능 114'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KT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콜센터로 걸려온 전화를 자동 분류하고 직접 답변까지 하는 '인공지능 ARS' 기술을 앞으로 콜센터 시스템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화번호 데이터만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간단해 보이는 '인공지능 114'는 상용화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류창선 AI테크센터 서비스연구팀장은 앞으로 이 기술이 도입되면 앞으로 114 상담사가 모두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상담사를 없애려는 게 아니라 간단한 응답이나 욕설 등을 자동으로 걸러 상담사들의 감정노동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라면서 "(인공지능 114는) 상용화하려고 만든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인공지능 114' 상용화 계획 없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창출' 부담

KT는 자회사인 KTIS와 KTCS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 임직원 숫자만 각각 1만 명에 이르고, 수천 명의 콜센터 직원들이 KT뿐 아니라 주요 정부기관, 기업체의 고객센터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114 전화번호 안내 업무도 두 회사에서 나눠 맡고 있다.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114 이용건수와 상담사 숫자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수백 명의 상담사가 24시간 교대로 일하고 있다.

KT는 이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되면 감정노동으로 고통 받는 콜센터 직원들의 노동 강도를 줄여 현 정부가 추구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으로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은 간단한 답변만 가능한 수준이어서 인간 상담사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지만, 데이터가 쌓일수록 진화하는 딥러닝 기술 특성상, '감정노동'에 취약한 사람이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AI 기술 개발로 수백 명, 수천 명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당장 새로 생기는 '좋은 일자리'는 소수다. KT는 음성인식 기술을 연구하던 100여 명의 기존 연구 인력에 인공지능 분야 석박사급 신입사원 35명을 새로 채용했다. 이마저 AI 분야의 극심한 인력난 속에 거둔 성과다.

KT로선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도 부담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18일 '일자리 15대 기업 초청 정책간담회'에서 KT가 지난 2015년부터 콜센터, 개통·AS 인력 등 9000여 명을 정규직화하거나 계열사에 편입시켜 '좋은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올해도 일자리 1만 개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해관 KT 새노조 대변인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사람이 하던 일을 장비로 대체하면서 불법 퇴출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일하던 사람을 아무 대책 없이 쫓아내던 KT의 과거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될까 우려스럽다"면서 "문재인 정부도 제4차 산업혁명을 이윤 확대와 같은 기업 효율성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노동 인권 차원으로도 접근해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그:#KT AI테크센터, #인공지능, #114상담사, #제4차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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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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