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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이 와도 시각장애인들은 에어컨을 맘대로 켤 수가 없다.
 더운 여름이 와도 시각장애인들은 에어컨을 맘대로 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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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전자제품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점자, 음성인식 등의 기능이 필요하다. 여름의 필수품 에어컨도 예외는 아니다. 허나 삼성, LG 전자 고객센터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에어컨이 있는지의 여부를 문의한 바, 양 사 모두 시각장애인을 고려한 제품은 생산하고 있지 않다는 대답을 받았다.

양 사 모두 에어컨의 버튼에는 점자가 찍혀있지 않았고 그렇다고 점자로 된 리모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점자가 없다면 시각 장애인은 혼자 힘으로는 버튼을 보지 못하기에 작동시킬 수도 없다.

주위의 시각장애인의 에어컨 사용 경험을 물었을 때, LG의 휘센 에어컨이 그나마 사용하기 편한 기종으로 꼽혔다. 먼저 휘센은 에어컨을 막 켰을 때 시작 온도가 18도이다. 에어컨 액정에 떠오른 현재 온도를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시작 온도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은 편리한 점이다. 또한 휘센의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서, 가령, '20도로 올려줘' 등의 명령을 내려 제한적으로나마 사용이 가능하다. 허나 LG 전자에 문의한바 시작 온도가 18도인 경우는 전원을 껐다 켰을 때가 아닌 전원을 끄고 코드를 뽑았다가 다시 시작했을 때에 한한다고 한다.

휘센이 아닌 다른 에어컨, 음성 인식 기능도 점자도 없는 기종을 사용할 때는 키 버튼 조작이 어려워 아예 버튼의 위치를 외워서 사용하고 있다. 가령 파워버튼은 리모컨의 맨 위에 있는 가장 큰 버튼이라 기억해두는 식이다. 허나 버튼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온도를 내리거나 올리고 자연풍을 설정하거나 작동 시간을 예약하는 등의 에어컨의 다른 기능은 사용할 수가 없다. 특히 예약기능은 전혀 사용할 수가 없다.

에어컨 리모콘에 점자 표시만 해도...

점자와 음성 기능이 없는 에어컨을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점자와 음성 기능이 없는 에어컨을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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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기능만 갖추어진다면 시각장애인들도 에어컨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하고 우선적인 대안으로 양사가 시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 리모컨을 보급하고 에어컨의 버튼에 역시 점자표시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또한 시각장애인은 본인에게 필요한 적정 온도 및 바람세기를 눈으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의 온도라든가 바람세기 등 시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에어컨의 현재 설정을 음성으로 말해주는 장치가 요망된다. 스마트폰 아이폰의 보이스오버 기능을 통해서 시각장애인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실제로 현재 스마트 가전제품 시장에서 개발되고 있는 기능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 4월 LG전자가 선보인 '스마트씽큐 허브 2.0'의 경우 LG의 다른 가전제품과 연동된 IoT (Interm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기기로,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Hi LG'라는 명령어로 음성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음성으로 에어컨을 조작할 수 있게 하고 단순히 액정에 상태를 띄우는 것을 넘어 그것을 직접 읽어주는 기술을 추가한다면, 또한 이러한 기능을 스마트폰 어플과 연동, 바람세기 및 온도를 제어하고 파워를 끄거나 켜는 기능을 조작할 수 있게 하며 현재 에어컨에 나타나고 있는 상태 역시 스마트폰이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읽어준다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태그:#시각장애인, #에어컨, #시각장애인 에어컨, #에어컨 점자, #에어컨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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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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