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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파기환송심 공판 출석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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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된 국정원 전 부서장회의 녹취록에서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간부들을 야멸차게 몰아세웠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향해서는 "보도매체를 없애버리는 걸 공작하든지 그게 여러분의 할 일"이라며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발언을 가차없이 내뱉은 게 확인됐다. 

2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원 전 원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공판이 시작되자마자 원 전 원장이 2009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주재한 '전 부서장회의 녹취록 복구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등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전 부서장회의 녹취록은 2013년 국정원이 보안을 이유로 일부를 가리고 검찰에 제출했던 문건이다.

이날 공판에선 가린 부분이 드러난 복구본이 증거로 제출됐다.

"대북심리전보다 중요한 건 국민 심리전"

"(정부 비판 기사에 대해)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 나고 하면 그것을 어떻게 죽이려는 그것을 상식으로 생각해야지. 뭐 어떻게 기사가 났는데 다음에 보도를 차단시키겠다. 이게 무슨 소리야. 기사 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 나가게 하든지, 보도 매체를 없애버리는 걸 공작하든지 그런 게 여러분이 할 일이지."

"4대강 문제 계속 좌파들이 발목 잡으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데."

"선거 자체의 결과를 바꿀 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더군다나 큰 선거가 두 개나 있는데. 온라인상 대처도 대처고, 오프라인 쪽에서의 대처도 대처고."

"심리전이라는 게 대북심리전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 꽤 중요해요."

국정원의 심리전단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원 전 원장의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원 전 원장은 검찰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복구본의 내용을 읽는 동안 몸을 돌려 화면을 바라봤다.

재판부는 이날 두 문건을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지시가 있는 걸로 봐서 알지 못했다는 (원 전 원장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라며 "(2013년에) 국정원이 (녹취록 내용을) 삭제해서 보낸 의도 자체가 선거개입 목적이라고 보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민주적 근간을 뒤흔드는 반헌법적인 그릇된 인식으로 중요한 안보자원을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사유화했다"며 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원세훈 최후진술 "보통 사람의 일상으로 보내달라"

원 전 원장은 마지막으로 진술 기회가 주어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한 A4용지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읽어 내려갈수록 울먹거려 발음이 뭉개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혐의를 끝까지 부인했다.

"국정원장으로 4년 1개월을 지내왔고 퇴임하면서 이제는 좀 쉴 수 있겠구나, 보통 사람처럼 살 수 있겠구나 했는데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을 위반했다고 기소돼서 만 4년 동안 재판받고 법정구속 됐다... 국정원 간부들과 한 달에 한 번 나라 사정을 걱정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범죄를 저지르게 시켰다고 보는 일부 시각이 너무 안타깝다... 이제는 보통 사람의 일상으로 보내주길 간절히 바란다. 재판부께서 자유의 몸으로, 대한민국에서 떳떳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게 해달라."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SNS를 통한 여론 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2013년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뒤 2014년 1심에서 "계획적이고 능동적인 선거 운동을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국정원법 위반만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선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 받으며 법정에서 구속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2015년 7월 16일 "핵심 증거의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며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날 복구된 국정원 전 부서장회의 녹취록이 증거로 제출됐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복구 녹취록이란 증거를 통해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난 것으로 인정하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구애받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검찰은 재판부에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이 전 3차장과 민 전 심리전단장을 각각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에 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건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30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태그:#원세훈, #이종명, #민병주, #국정원,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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