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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배드> 시리즈는 2010년대 할리우드가 내놓은 최고의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2010년에 일루미네이션이 공개한 <슈퍼배드>는 스티브 카렐이 소화한 그루와 귀염둥이 미니언을 앞세워 북미에서 2억5000만 불(7위), 전 세계에서 5억4000만 불(9위)을 벌어들였다. 2013년에 나온 <슈퍼배드 2>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슈퍼배드 2>는 북미에서 3억6000만 불(4위), 세계 수익은 9억7000만 불(3위)에 달하는 성적을 거두며 유니버설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 올라섰다.

높아진 인기는 외전 <미니언즈>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2015년 공개한 <미니언즈>는 미국에서 3억3000만 불(6위)를 기록하고 세계 수익으론 11억 불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 역사상 10억 불의 고지에 오른 작품은 30편 남짓에 불과하다. 그중 애니메이션은 <겨울왕국> <미니언즈> <토이 스토리 3> <도리를 찾아서> <주토피아> 5편이란 사실을 본다면 <미니언즈>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바나나를 연상케 하는 몸체, 커다란 눈, 고글을 착용하고 멜빵바지를 입은 미니언은 이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벗어나 문화 아이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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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최고의 악당이었고, 2편에선 최고의 비밀 요원으로 변신한 그루(스티브 카렐 목소리). "더는 악당이 아닌 그루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슈퍼배드 3>의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그루가 몰랐던 쌍둥이 동생 드루(스티브 카렐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설정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는다. 가족을 위해서 더는 악당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미니언들에게 버림받은 그루 앞에 나타난 드루. 그는 마치 꽁꽁 감춰두었던 자아처럼 다가온다. 드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함께 최고의 악당이 되자고 말하며 그루에게 흐르는 악당의 피를 자극한다.

<슈퍼배드 3>엔 드루와 그루 이야기 외에 그루 곁을 떠난 미니언들의 가출기, 그루의 세 딸이 겪는 성장담, 악당 발타자르 브래트(트레이 파커 목소리)가 펼치는 악의 향연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야기들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산만하게 나열된다. 별다른 연관성도 없는 이야기가 마구 뒤섞인 형상이다.

'음악'은 <슈퍼배드> 시리즈가 가진 장점들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도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테이크 마이 브레스 어웨이)', 마이클 잭슨의 'Bad(배드)',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피지컬)', 아하의 'Take On Me(테이크 온 미)', 마돈나의 'Into The Groove(인투 더 그루브)', 리키 마틴의 'Maria(마리아)' 등 다양한 노래가 영화에 입혀져 있다. 제작진은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란 '과유불급'을 잊었던 걸까? 영화 속 음악은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보단 음악을 위해 전개가 희생되는 인상이 짙다.

<슈퍼배드 3>에서 악당 브래트는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브래트는 1980년대 아역 스타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자신을 잊어버린 대중을 용서하지 못하고 분노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1980년대 음악과 패션, 헤어스타일을 가진 브래트에 대해 제작진은 "그루가 고딕 스타일, 앞선 영호의 악당 벡터가 괴짜 스타일이라면 브래트는 1980년대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영화의 제작자인 크리스토퍼 멜라단드리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세상에 복수하겠단 이유로 모든 일을 꾸미는 우스꽝스러운 설정에 현란한 비주얼, 그리고 목소리를 맡은 트레이 파커의 뛰어난 연기까지 담기면서 매력적인 캐릭터가 완성됐다"고 말하며 애정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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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루&드루 대 브래트, 미니언 대 브래트의 대결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드는 데 실패한다. 미국의 영화 매체 < JoBlo's Movie Emporium >의 지미오는 리뷰에서 브래트를 잘 활용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남겼을 정도로 영화는 브래트의 매력을 살리질 못한다.

<슈퍼배드> 시리즈는 오늘날 일루미네이션을 만든 주역이다. 이야기의 힘은 <마이펫의 이중생활>로, 음악의 힘은 <씽>으로 이식되어 일루미네이션을 튼튼히 만들었다. 하지만 <슈퍼배드> 시리즈는 <슈퍼배드 3>에서 빛을 잃은 모양새다. 서사는 앙상하고 음악은 과잉되었다. 미니언의 의존도 역시 심해졌다.

일루미네이션과 유니버셜은 디즈니/픽사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존중을 배울 것인가, 아니면 드림웍스가 <슈렉> 시리즈에서 걸었던 몰락의 길을 뒤따를까? 분명 <슈퍼배드 3>만 본다면 시리즈의 미래는 암울하다. 제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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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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