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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남매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기 초에는 새초롬하던 아이들도 한 학기가 지나고 1년이 지나자 엄마 아빠와 노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즐거워하게 됐다.

얼마 전 땡글이(아들)의 1학년 엄마들이 반 모임(초등 플레이 데이트)을 하자고 연락을 해왔다. 워킹맘을 배려해서 잦은 모임을 주선해줬던 반대표 엄마들의 요청이라 기꺼이 시간을 내서 참석하겠다고 답신을 보냈다.

학기 중의 주말에 이뤄지는 반 모임도 반갑지만 긴 방학 동안 문화 프로그램을 함께 참여하자고 주선하는 엄마의 행동도 무척 좋다. 집 근처 영화관에서 어린이 영화를 보여주는 게 전부지만 아이들은 처음으로 친구들과 영화를 보게 됐다며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땡글이의 반 친구 모임이지만 우리 집의 경우 방글이(딸)도 늘 동반 참석이다.

동갑인 두 아이 (쌍둥이)는 1학년에 이어 2학년에도 서로 다른 반으로 배정을 했다. 그리고 한쪽만에 늘 두 녀석이 함께 참석한다. 서로 다른 반 친구였다가 2학년으로 학년이 바뀌면서 같은 반이 되기도 하는 등 서로 어울리기에 무리가 없는 상황으로 변했기도 하고 친구 엄마들이 우리 집의 쌍둥이 남매가 (비록 두 녀석이 사이가 좋지는 않아도) 늘 한 세트로 움직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주기도 해서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
▲ 아이들 아이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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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식을 전후로 생일파티 혹은 반 모임 등을 주최하는 일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아직 어린 1~2학년의 경우 생일파티나 반 모임은 아이들의 놀이 시간이기도 하지만 엄마들의 친목 시간이 되기도 한다. 반 모임이 늘 무탈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반 모임에 형제자매를 데리고 가는 것을 민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해당 학년에 맞는 놀이를 가장한 학습 프로그램 등을 참여하려고 모임을 주최하는 경우 당사자인 아이 외에 형제자매를 데리고 오는 것을 극히 꺼리는 모임도 있더라는 거다.

형제자매들이 오는 것이 싫은 엄마들의 이유는 프로그램 예약의 수고는 아이의 친구들에 한해 베풀 수 있는 것이지 친구의 형제자매에게까지 베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친구라고 한정했던 인원 외에 추가로 형제자매들을 포함시키면 늘어난 인원만큼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한다. 간혹 나이 많은 형제자매의 참여가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빼앗는 거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소수 의견으로는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게 하려는 거지 그 형제자매들과 어울리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도 했다.

키즈카페나 오픈된 놀이터는 형제자매들을 추가로 데리고 와도 덜 불편하다고 인식하지만 아이당 일정 비용을 내야 하는 프로그램의 참여는 그것을 기획하는 엄마들의 수고 역시 일은 채를 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얻기 힘든 기회를 친구 엄마를 통해 누릴 수 있다는건 고맙고 아이에게는 즐거운 일은 맞다.

플레이데이트
▲ 플레이데이트 플레이데이트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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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이런 식의 친구 가르기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친구 모임에 형제자매를 데리고 가는 것이 민폐라는 것은 어디서 나온 끼리끼리 문화인 건지 모르겠다. 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특히 아이들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면 동네의 모임에 가기 위해 한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도 무척 부담되는 일이다. 남은 아이를 부탁할 곳을 찾지 못해 모임에 못 나가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인 건 마찬가지. 가끔 6~7세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동생이 동반되어 엄마들의 대화가 끊기거나 모임의 주인공들이 다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누군가의 부모이고 형제자매다. 서로 조금씩 배려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사회에 나오면 동갑내기를 만나기 힘들다. 대학교만 해도 재수, 삼수가 많기 때문에 심한 경우 40여 명의 같은 전공 중에 절반 이상이 동갑이 아닌 과(科)도 봤다. 직장생활 18년 동안 동갑내기와 한 사무실에서 일한 경도 그리 많지 않다. 우연히 맘에 맞는 동갑내기를 만나도 잠깐의 기간 이후 발령, 이직 등으로 함께 근무를 못하는 시점이 오게 마련이다. 아이들끼리는 같은 학년 친구더라도 엄마끼리 동갑인 경우 역시 거의 없다. 이런 사회생활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배려하면서 생활하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

요즘은 외동아이가 무척 많다. 특히 워킹맘은 한 번의 출산으로 일과 육아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든 경험을 하고 나면 둘째 출산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외동이라면 일부러라도 주위에 형제자매가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우라고 해야 하는데 특별한 체험이라는 이유로 형제자매의 참여를 꺼리고 불편한 마음을 가진다면 결국 끼리끼리 어울릴 수밖에 없게 된다.

일하면서 육아하는 게 힘들어 내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든 세상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 이웃의 아이, 내 아이의 친구와 그 형제자매까지 둘러볼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육아가 엄마 개인 혹은 부부라는 가정 단위의 책임으로 한정하기보다 다 같이 고민하고 배려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쌍둥이라 친구들이 서로 겹치기는 하지만 혹 아닌 혹을 꼭 데리고 다니는 나는 모임에서 걷는 회비 외에 아이들에게 소소하게 줄 간식을 추가로 준비할 때가 많다. 물론 그때 동갑내기 친구들 몫뿐만 아니라 그 형제자매의 몫까지 넉넉하게 챙긴다. 간식을 받아드는 아이들의 표정이 내게는 에너지가 되어 돌아온다.

"언니~ 방글이가 땡글이랑 모임에 늘 함께 나와서 우리 애들이랑 같은 반 친구 같아."

좀 더 잦은 모임을 하는 땡글이네 반에 방글이를 매번 데리고 다니던 중에 어떤 엄마가 해준 말이다. 1학년, 아니 그 이전의 유치원 모임부터 늘 쌍둥이라는 혹을 달고 다닌 내가 한 번도 민폐라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배려해 준 아이의 친구 엄마들이 고마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나연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반모임, #플레이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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