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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독일에 방문하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세찬 바람과 함께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 터빈들이다. 독일 남부로 내려오면 주택 지붕과 교외 들판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교외 지역을 방문하면 녹색지붕으로 꾸며진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있고 가축 분뇨와 바이매스를 발효시켜  메탄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2000년 초반 탈핵정책과 함께 시작된 독일의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에너지는 현재 전력 공급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전 세계 국가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독일을 방문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재생에너지 공급률은 아주 낮은 수준이다. 올해도 미세먼지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고 2016년에는 경주 지진과 많은 여진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독일이 만들어낸 고유명사 'Enegiewende' (에너지 전환, Energy transition)는 전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가능성과 비용에 대한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독일이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국가이며 이는 탈핵정책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독일재생에너지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현재 풍력, 태양광, 바이오에너지를 통해 약 3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했으며 2014년 23조 원이 재생에너지 발전산업에 투자되고 발전소 운영으로 18조 원의 전기 판매 수입을 올렸다. 그리고 13조 원의 수출을 올리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더불어 재생에너지로 약 13조 원의 에너지 수입 대체 효과를 보고있어 해외 자원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많은 연구결과들 (DIW (2014), IRENA (2016), Rafindadi and Ozturk (2017)) 이 높은 전기요금으로 지원된 재생에너지 개발은 실제적으로 독일 내의 투자와 고용 그리고 수출을 늘려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내수 시장에 대한 지원은 독일의 기술적 독점력을 높이고 이로 인해 수출을 늘리는 시장 선도자 (first mover) 전략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

다른 나라가 아닌 독일에서 이러한 변화가 시작된 것은 많은 1차 오일쇼크 및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 등의 복합적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1986년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큰 영향을 끼쳤다. 독일에서 1300km나 떨어진 현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원전 폭발이 발생했지만 바람을 타고 이동한 방사능 물질은 스칸디나비아,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그리고 독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 남부 지역 토양에서는 아직도 세슘137이 측정되고 있으며 현재도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에서 잡힌 야생맷돼지들에게 높은 방사능 수치가 측정되어 식용으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독일의 EEG 추가요금 증가 추세 (왼쪽, 녹색,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고정가격 구입을 위해 kwh당 추가로 지불하는 금액), Feed-in-Tariff (FIT) 지불액 변화 (오른쪽, 주황색, 전력망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로 부터로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매입하고 다시 전력 도매시장에 판매한 금액의 차액)
 독일의 EEG 추가요금 증가 추세 (왼쪽, 녹색,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고정가격 구입을 위해 kwh당 추가로 지불하는 금액), Feed-in-Tariff (FIT) 지불액 변화 (오른쪽, 주황색, 전력망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로 부터로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매입하고 다시 전력 도매시장에 판매한 금액의 차액)
ⓒ Germany Energy Trans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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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독일에서 탈핵에너지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녹색당(Green party)과 사회민주당(SPD)의 연립 정권 아래에서 역사적인 재생에너지법(EEG, Erneuerbare-Energien-Gesetz, Renewable Energy Act)이 2000년 독일에서 도입되었다. 이는 재생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전기의 전력망 접속에 대한 우선권을 보장하고 전력회사가 고정가격구매제도 (Feed-in Tariff)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게 일정한 투자수익률을 보장하여 전력을 구매하는 제도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은 예산 기존 정부의 세수에서 충당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독일 국민들에게 기존 일반 전기요금에 EEG 추가요금 (surcharge, EEG-umlage)을 부과하는데 현재 6.68 euro cent/Kwh를 지불하고 있다.  연간 3500 kwh (월 291 kwh)을 사용하는 가정을 기준으로 연간 233.8 유로 (월 19.4 유로, 약 2만 5천원)를 부담하는  것이다. 소득정도와 전력 사용양에 따라 이는 또 부담이 되는 가격이기도 하지만 독일 국민들은 탈핵과 에너지 전환에 대하여  90% 이상의 높은 수준의 지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 독일 전력 시장의 추세를 보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순간 전력 공급률의 90% 까지 오르지만 발전량을 급속히 변화시킬 수 없는 원자력, 석탄 발전 때문에 전력거래 시장에서 일정기간 동안 과도한 전력 공급이 벌어지고 전력도매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낮아지는 전력 판매가격는 국민들이 부담하는 EEG 추가 요금을 더 올려야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기업들은 대부분 EEG 추가요금 대상에서 제외되고 전력도매 가격 하락으로 오히려 이득을 보고 있다. 국민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 폐쇄 (2022년 예정) 이후에 좀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저장기술 활용 및 에너지 수요 조절로 함께 조정해야 할 숙제이다.  

한편 최근에 발표된 흥미로운 연구 (영어, 독일어)에서 재생에너지 100%  전환에 따른 독일의 발전 비용 단가를 평가했다. 80GW의 최대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여러 기상 조건을 고려하여 풍력, 태양광, 바이오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기술적 시나리오를 구성하였다. 재생에너지의 최대 단점인 발전의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을 (예-  Power-to-Gas (P2G)와 전기자동차 내의 배터리) 가정했다. 그리고 약 2주간의 자체 전력 생산없이 전력 수입, 전력수요 전환, 전력 저장만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상황도 가정되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고려하고 탈원전, 탈석탄 하는 시나리오에서 발전단가는 현재에 비해 오직 30%상승한다. 현재의 급속한 풍력, 태양광의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혁신이 지속된다면 발전단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도 미래 탄소가격 시나리오와 화석연료시나리오를 비교했을 때 100% 재생에너지 시나리오가 비용효과적인 에너지 시스템이 될 수 있음을 지지하고 있다(100% 재생에너지 63-64 bil. Euro vs 화석연료 시나리오의 평균값 67 bil. Euro). 탈핵과 탈석탄을 넘어 완벽한 재생에너지 시대를 여는 것도 현재 기술로 가능하며 기술적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책적 의지와 함께 오직 비용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세계 재생에너지의 누적 설치용량 및 연증가율
 세계 재생에너지의 누적 설치용량 및 연증가율
ⓒ IR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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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에너지의 신규 설치용량 변화
 전세계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에너지의 신규 설치용량 변화
ⓒ IR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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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시장은 현재  급속히 팽창 중이며 재생에너지 설비는 연 9% 증가하며 현재 수력 발전을 포함해 재생에너지는 연간 380조 (347 bil. USD)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이미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및 원자력 신규 발전을 추월하여 국제 에너지 시장의 주도자가 되었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또는 비용효과적이고 수용성 높은 에너지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뛰어난 ICT 기술과 반도체 기술로 지능형 전력망, 태양광 시장에서 수출국가가 될 수 있는 잠재력도 크다. 
독일에서 시행되는 Agrophotovoltaic system 프로젝트의 구상도
 독일에서 시행되는 Agrophotovoltaic system 프로젝트의 구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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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산지가 많고 평지가 부족하여 유럽에 비해 풍력과 태양광발전의 지형적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좁은 국토로 인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태양 복사에너지는 독일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기술적 혁신을 통해 농지에서 식량생산과 태양광 발전이 양립 가능하다.

동북아 에너지 협력, 해상풍력 개발 등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미국, 독일 및 유럽국가들의 기술 혁신 노력 덕분에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단가의 경제성이 향상되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추가 비용은 독일의 경우보다 적게 소요될 것이라 예상된다. 추가로 재생에너지도 절대선이 아니며 무분별하게 확대되면 자연과 지역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과 농부가 함께 참여하는 독일의 모델을 잘 참고 하여 한국형 재생에너지 발전 모델이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태그:#탈원전, #재생에너지, #독일, #탈핵,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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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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