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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고 고릴라가 사라지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한 시간도 견딜 수 없죠. 휴대폰 없는 세상을. 이제는 휴대폰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휴대폰 때문에 목숨을 잃고 상처를 입으며 중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 숲, 동물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콩고민주공화국이 고향인 영국 사회운동가 반디(Bandi Mbubi)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반디는 휴대폰 부품인 '콜탄'이란 광물을 채굴하는 콩고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사람이 죽고 더 나아가 고릴라와 코끼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반디는 '콩고 컬링(Congo Calling)'을 통해 '휴대폰 속 피의 광물'을 말합니다. 콩고에서 콜탄이란 광물의 90%가 나는데 이를 정제하여 휴대폰 부품인 '탄탈룸'을 얻는답니다. 탄탈룸은 전기를 붙들어 두는 기능이 있어 휴대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없어서는 안 될 물질입니다.

휴대폰에는 가난한 이들의 핏자국이 묻어있다

<1등이 목표가 아니야> (김이경 글 / 문신기 그림 / 나무야 펴냄 / 2017. 7 / 157쪽 / 1만2000 원)
 <1등이 목표가 아니야> (김이경 글 / 문신기 그림 / 나무야 펴냄 / 2017. 7 / 157쪽 / 1만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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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휴대품 부품 탄탈룸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분쟁과 전쟁, 노동착취가 일어난다고 알려줍니다. 광산 소유권을 두고 콩고 반군은 전쟁을 불사합니다.

어린이를 납치해 노동을 착취하고 그것도 모자라 같은 또래의 어린이에게 총을 들려 그들을 감시하게 합니다. 콩고의 어린이들은 채굴을 위해 대야를 들고 광산으로 가든지, 총을 들고 가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답니다.

채굴이 폭탄을 사용해 이뤄지다 보니 성한 집이 한 채도 없을 지경이고요. 책은 갑자기 들이닥친 반군에 의해 광산으로 끌려가 총을 들고 친구들을 감시할 수밖에 없는 마크라는 15살짜리 소년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반군에게 끌려간 후 생사확인조차 안 되는 친구들도 많답니다.

콜탄 채굴 때문에 열대우림이 훼손돼 카후자 국립공원의 고릴라 280마리가 절반도 남지 않았답니다. 코끼리도 350마리에서 겨우 2마리만 남았고요. 지금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이 우리 손에 들려지기 위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끔찍하지 않은가요. 저는 책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디는 이렇게 말합니다.

"휴대폰에는.... 핏자국이 서려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단 하나의 광물, 탄탈룸 때문에 일어난 일이에요. 탄탈룸은 콩고에서 콜탄의 형태로 채굴되는데, 녹이 슬지 않는 열전도체랍니다. 아주 적은 함량으로도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효과적이라 휴대폰, 노트북, 의료장비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사용되죠. (중략) 콩고에 저주를 가져다 준 콜탄은 '피의 광물'이죠."(24,25쪽)

탄탈룸 뿐 아니라, 휴대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광물들이 분쟁지역에서 채굴된다고 합니다. 분쟁지역에서는 어린이들이 희생양이고요. 콩고, 수단, 르완다, 우간다, 잠비아 등 가난한 아프리카 국가들이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열악한 광산에서 일당도 제대로 못 받는 어린이들에 의해 채굴됩니다.

책은 무장반군들에 의해 장악된 광산에서 어린이 노동력의 착취로 채굴된 '핏자국 광물'을 이용하지 않는 게 정의라고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공정무역이죠. <1등이 목표가 아니야>는 공정무역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반군들이 채굴한, 어린이들의 핏자국이 묻은 콜탄이 아니라, 정당한 임금이 지불되어 채굴된 콜탄을 사용하는 휴대폰이 있습니다.

2013년부터 공정한 휴대폰이란 뜻의 '페어폰(Fair Phone)'이 네덜란드에서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바그 소사이어티'의 아벨(Bas van Abel)이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바그 소사이어티는 휴대폰 광물의 아픔을 캠페인을 통해 알리고 공정무역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성, 애플 등 대기업이 만든 신제품 휴대폰을 손에 넣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세상입니다. 그들 중 누구 하나 핏자국어린 광물, 콜탄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값싸게 사들여 사용하는 콜탄 대신 정당한 가격을 준 콜탄을 쓰는 휴대폰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휴대폰 사용자의 인식변화로 가능하지 않을까요.

카카오, 면화, 바나나, 사탕수수... 공정무역이 답이다

휴대폰 속 부품 광물들의 종류와 용도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들을 채굴하는 현장은 핏자국으로 가득하다.
 휴대폰 속 부품 광물들의 종류와 용도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들을 채굴하는 현장은 핏자국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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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이경은 대학 시절부터 인도, 네팔 등 여러 나라의 공정무역 현장을 여행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작가입니다. <1등이 목표가 아니야>에서는 앞에서 말한 콜탄 뿐 아니라, 카카오, 면화, 바나나, 사탕수수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얼마나 혹사당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지 알려줍니다. 그 해결법도 가르쳐주고요.

달콤한 유혹을 떨칠 수 없는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카카오 농부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가나 초콜릿'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나공화국이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의 주산지입니다. 초콜릿의 달콤함을 안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을 잡아 노예로 부려 카카오 재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노동력의 부당한 착취로부터 초콜릿의 달콤함이 시작된 거지요. '신의 음식'이라 일컫는 초콜릿이 그들에게는 '피의 초콜릿'이 된 거지요. 카카오 농부는 초콜릿 수익의 6%밖에는 받지 못한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공정무역 조합이 탄생되어 '디바인 초콜릿'이 생산되고 있어요. 스타벅스에서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순면은 어떨까요. 목화가 원료인 거 아시죠. 주산지는 인도나 파키스탄입니다. 역시 가난한 나라들입니다. 슬픈 역사는 그들에게도 있습니다. 책은 이렇게 말합니다.

"목화 산업은 유럽의 식민지배와 제국주의, 그리고 노예제도를 거쳐 성장했어요. '하얀 황금'으로 불릴 만큼 높은 수익을 내는 작물이기도 해요. 전 세계 1억 가구 이상이 목화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여전히 농민보다는 다국적 의류 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죠."(101쪽)

역시 저자는 공정무역이 답이라고 합니다.

싼 과일의 대명사인 바나나는 어떨까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바나나 하면 동남아를 떠올리지만 가장 큰 바나나 생산국은 콜롬비아입니다. 노란 바나나? 원래 바나나는 여러 종류, 여러 색깔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국적 기업이 장사가 되는 '캐번디시'라는 노란색 바나나만 남겼기 때문입니다. 이는 식물다양성의 파괴로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바나나를 먹으면서 여기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바나나 생산자는 겨우 1.5%의 수익만 가져간다고 하니 너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탕수수 역시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적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작물들처럼 노예에 의해 생산되었고요. 책은 바나나는 '프바푸리오 협동조합'을 통해, 사탕수수는 '대안무역그룹'을 통해 공정한 대가를 받게 되었음을 소개합니다.

공정무역은 책에 소개된 '콩고 컬링(Congo Calling)' 반디의 말처럼, 1등이 목표는 아닙니다. 하지만 작은 걸음이지만 소비자인 우리가 호응할 때 가난한 생산자들에게도 제 몫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휴대폰 신제품에 열광하기 앞서 부품 생산자들의 노고와 고통에 감사하면 어떨까요. '가나 초콜릿'의 유혹 앞에서 '디바인 초콜릿'으로 선택의 방향을 전환하는 건 어떨까요.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나비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과일 가게에 진열된 바나나 한 송이, 백화점에 진열되어 있는 색색 티셔츠들, 달콤한 유혹을 떨치기 힘든 초콜릿과 설탕, 이들 앞에서 생산자의 땀과 노고에 감사할 줄 안다면 우리도 공정무역의 현장으로 한 발자국 들어선 게 아닐까요. 그렇게, 느리지만 발걸음을 조심스레 떼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1등이 목표가 아니야> (김이경 글 / 문신기 그림 / 나무야 펴냄 / 2017. 7 / 157쪽 / 1만2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1등이 목표가 아니야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공정무역 이야기

김이경 지음, 문신기 그림, 나무야(2017)


태그:#1등이 목표가 아니야, #김이경, #공정무역, #휴대폰,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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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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