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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디밴드 화분이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홍대 인디밴드 화분이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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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서 서울의 홍대 근처 클럽에서 주로 공연하는 인디밴드 음악을 접하는 것은 좀처럼 어려운 일이다.

지난 23일, 충남 홍성군의 작은 마을인 홍동에서는 삼바 음악을 주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홍대 인디 밴드 '화분'의 공연이 열렸다. 화분은 지난 2008년 결성된 남녀 혼성 5인조 그룹이다. 9년차를 맞고 있는 화분은 지난 2012년 첫 앨범을 냈다. 이후 싱글앨범과 2집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화분이란 그룹명에 뭔가 특별한 뜻이라도 있을까. 멤버들에 따르면 홍대의 바인 '꽃'에서 공연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룹 이름을 화분으로 짓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화분의 리더 이태훈(33)씨는 "홍대의 꽃이란 바에서 버스킹(길거리 연주) 형태의 게릴라 공연을 자주했다"며 "그룹 이름도 자연스럽게 화분이 되었다"고 말했다. 결국 '꽃(바)'에서 연주를 하다가 꽃을 담는 '화분(그룹 이름)'이 된 것이다.    

드럼과 심벌즈 등 흥겨운 타악기 소리에 기타와 피아노 연주가 곁들여진 삼바 공연에 시골마을 사람들은 오래만에 어깨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홍대 인디밴드인 화분이 작은 시골마을까지 찾아와 공연을 하게 된 이유는 홍동과의 작은 인연 때문이다.

홍동은 귀농귀촌인 마을로 유명하다.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마을에 도시인들의 귀농 귀촌은 그 자체로도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귀농 귀촌인들은 때로 인적 물적 자원을 덤으로 가져오기도 하는데 한길순(52)씨의 경우도 그랬다.

화분에서 피아노 연주와 보컬 등을 맡고 있는 이지연(27)씨는 '홍동사람 한길순'씨의 첫째 딸이다. 지난 2006년 서울에서 홍동으로 귀촌한 길순씨는 홍동에서는 '작은산'이란 예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작은산 한길순 씨가 인디 밴드 화분을 소개하고 있다. 화분 여성 보컬 이지연씨는 한길순 씨의 딸이다.
 작은산 한길순 씨가 인디 밴드 화분을 소개하고 있다. 화분 여성 보컬 이지연씨는 한길순 씨의 딸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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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화분 여성 보컬 지연씨가 홍동에서 살았던 적은 없다. 어머니인 '작은산'이 귀촌할 무렵 지연씨는 서울 외가에 남아 고등학교를 다녔다. 서울에 남아 인디밴드활동을 한 지연씨에게 홍동은 '어머니의 마을'로만 남았던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인연으로 인디밴드 화분은 작은 시골마을인 홍동에서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작은산 한길순씨는 "인디밴드 화분을 불러 홍동에서 작은 규모의 공연을 여는 게 꿈이었다"며 "그동안 좀처럼 시간이 맞지 않아 초청을 할 수 없었는데 공연이 성사되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금요일 서울 강남 공연, 토요일 보령(대천)시 공연, 마지막 일요일 홍동공연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화분 멤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개기일식만큼이나 희귀하다는 주말삼연전'을 펼친 것이다.  

물론 고생한 보람은 있었다. 화분은 홍동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화분의 곡 중에는 <서교호텔>과 같은 연주곡도 많지만 <파도>처럼 서정적이면서도 동시에 흥겨운 느낌을 주는 음악도 있다. 화분이 결성되고 처음 작곡된 것으로 알려진 <선샤인파파>는 마지막 곡으로 연주됐다. 

보컬 지연씨가 부른 <파도>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에 대해 공연을 관람한 이현욱씨는 "삼바는 좀 낯선 장르일 수도 있는데 연주곡과 노래가 적절하게 잘 배분되어 관객의 호응도가 높았던 것 같다"며 "여자 보컬의 목소리가 청아하고 깨끗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관객은 70명을 훌쩍 넘겼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열린 공연 치고는 꽤 성공적이다.

귀촌한 어머니의 마을에 찾아와 노래와 연주를 펼친 딸과 그 공연을 함께 즐긴 시골 마을 사람들, 그 사이에 도시와 농촌의 벽은 없었다. 작은 인연 하나를 연결고리 삼아 도시와 농촌이 문화를 교류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인디밴드 화분의 공연이 열린 홍동중학교 해누리관에는 7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 공연을 관람했다.
 인디밴드 화분의 공연이 열린 홍동중학교 해누리관에는 70여명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 공연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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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대 밴드 , #홍동중학교 공연 , #홍대밴드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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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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