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의 양보도 없는 몸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진 라이벌 매치였다. 한여름 일요일 저녁 시간대를 감안하면 2만3913명의 관중은 놀라운 숫자였다. 그만큼 이 경기가 반드시 상대를 이겨야 하는 매치였던 것이다.

챔피언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그들을 위협하는 라이벌 팀을 이기고 당당히 그 자리에 올라서는 일이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이 상대 선수를 그냥 놓아줄 리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어웨이 팀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과 홈 팀의 간판 미드필더 고요한이 예민한 신경전을 펼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니,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3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FC 서울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라이언 킹 이동국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를 거두고 선두(47점, 14승 5무 4패 43득점 20실점) 자리를 굳게 지켜냈다.

주세종 퇴장 변수

곡절이 많았던 지난 시즌 우승 경쟁을 펼쳤던 두 팀이 디펜딩 챔피언의 홈 구장에서 다시 만났다. FC 서울은 2년 연속 우승 꿈이 조금 멀게 느껴지는 6위까지 내려가 있기에 현재 1위 전북을 잡고 자신들도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민감했던가? 경기 초반 FC 서울의 고요한과 전북의 김신욱이 공을 다투다가 신경전을 펼쳤다. 그런데 두 선수의 표정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김신욱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고요한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덤벼들고 싶은 싸움닭 표정이었다.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충돌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고요한이 공을 소유했을 때 키다리 김신욱이 바짝 뒤에 달라붙어 잡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고요한이 김신욱을 뿌리치기 위해 팔을 휘두를 정도로 신경질을 부렸다. 곧바로 김신욱이 사과하여 일이 더 커지지는 않았지만 불똥은 다른 곳에서 더 크게 튀었다.

25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퇴장 변수가 생긴 것이다. 전북 미드필더 정혁이 공을 몰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순간 바짝 뒤를 달라붙은 FC 서울 미드필더 주세종을 뿌리치기 위해 오른팔을 먼저 휘둘렀다. 이 순간 먼저 한 방 얻어맞은 주세종은 약 180도 회전하면서 역시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의 손끝에 맞은 정혁이 얼굴을 감싸고 쓰러진 것이다.

김성호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고 최종 판정은 '정혁 = 경고, 주세종 = 퇴장'이었다. 주세종이 팔을 휘두른 동작에서 보복성이 짙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후반전 25분도 아니고 전반전 25분에 벌어진 일이라 이 양보 없는 라이벌 매치는 어웨이 팀 전북 현대가 조금 더 여유를 찾으며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전설 이동국, 200호골이 눈앞에 보인다

최근 '포항 스틸러스, 제주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3경기를 모두 승리로 만들며 상위권으로 올라서서 우승 경쟁에도 끼어들 수 있을 것 같았던 홈 팀 FC 서울은 주세종의 빈 자리로 인해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 멀티 플레이어 오스마르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주세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에 실점하지 않고 후반전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 말할 수 있었다. 31분에 터진 전북 골잡이 이동국의 왼발 발리슛이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난 순간이 가장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핵심 가운데 미드필더를 잃은 FC 서울은 전북의 위력적인 공격을 쉽게 막아낼 수 없었다. 특히, 라이언 킹 이동국의 빼어난 공격 감각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로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을 맡은 신태용 감독이 지켜보고 있었기에 그의 활약은 더욱 특별하게 보였다.

51분에 기습적인 왼발 슛으로 FC 서울의 골문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린 이동국은 59분에 명품 크로스 실력을 뽐내며 선취골을 뽑아내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김신욱의 패스를 받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이동국이 반대쪽에서 움직이는 동료를 보고 오른발 크로스를 보냈다. 각도가 매우 까다로운 지점이었지만 그의 오른발 휘어차기 실력은 전성기의 데이비드 베컴도 혀를 내두를 수준이었다.

포물선을 크게 그린 이동국의 오른발 크로스는 정확하게 반대쪽에서 달려든 후반전 교체 선수 에델에게 배달되었고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이재성의 왼발에 제대로 걸렸다. '김신욱-이동국-에델-이재성'으로 이어진 역습 흐름이 너무나 완벽했고 그들의 연결과 마무리 동작 하나하나가 군더더기 없는 기술력의 승리였다.

이 선취골을 만들 때 명품 크로스를 올린 이동국은 78분에 천금의 추가골을 직접 터뜨렸다. 좁은 공간에서 에델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흔든 것이다. 상대 골키퍼 양한빈의 동작을 바라보면서 정확하게 찬 공이 다리 사이를 꿰뚫었다.

라이언 킹 이동국은 이 득점으로 통산 기록 196골이 되었으며 68 도움까지 연결하여 70-70 클럽 전설도 시즌이 끝나기 전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FC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67분에 데얀 다미아노비치, 80분에 코바를 차례로 들여보내며 마지막 안간힘을 썼지만 둘이 코너킥 세트 피스로 합작한 뒤늦은 만회골(90분)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온힘을 다해 끝까지 도전했지만 극적인 동점골까지는 10명의 인원으로는 뒷심이 모자랐다.

이제 K리그 클래식은 올스타전 휴가를 짧게 보내고 다음 달 2일(수)부터 더 뜨거운 여름을 예고한다. 선두 전북 현대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까다로운 어웨이 경기를 펼치며, FC 서울은 같은 승점(34점)으로 중위권 싸움을 펼쳐야 하는 강원 FC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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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23R 결과(23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

★ FC 서울 1-2 전북 현대 [득점 : 데얀 다미아노비치(90분,도움-코바) / 이재성(59분,도움-에델), 이동국(78분,도움-에델)]

◇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현재 순위
1 전북 현대 23경기 47점 14승 5무 4패 43득점 20실점 +23
2 수원 블루윙즈 23경기 42점 12승 6무 5패 42득점 25실점 +17
3 울산 현대 23경기 42점 12승 6무 5패 24득점 25실점 -1
4 제주 유나이티드 22경기 37점 11승 4무 7패 40득점 23실점 +17
5 강원 FC 23경기 34점 9승 7무 7패 35득점 34실점 +1
6 FC 서울 23경기 34점 9승 7무 7패 34득점 27실점 +7
7 포항 스틸러스 23경기 29점 9승 2무 12패 32득점 36실점 -4
8 전남 드래곤즈 23경기 26점 7승 5무 11패 39득점 42실점 -3
9 상주 상무 23경기 24점 6승 6무 11패 21득점 37실점 -16
10 대구 FC 23경기 22점 5승 7무 11패 28득점 36실점 -8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23경기 19점 3승 10무 10패 29득점 38실점 -18
12 광주 FC 22경기 19점 4승 7무 11패 19득점 34실점 -15
축구 K리그 클래식 이동국 전북 현대 FC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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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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