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금은 돌아가신 조부께선 세상을 떠나시기 직전 요양병원에 잠시 입원해 계셨다. 골절에 의한 외상을 비롯해 치매 증상도 동반돼 있었다. 병실에 들어가니 "이거 놔, 이것들아!"라고 소리치는 할아버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팔엔 끈이 묶여 있었고, 그 끈 때문에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계셨다. 왜 이렇게까지 묶어놔야 하냐고 병동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할아버지가 코 줄(L tube)을 잡아 빼서 묶을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할아버지가 지르시는 쩌렁쩌렁한 분노의 목소리가 오히려 본인의 건강을 해롭게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코 줄을 잡아빼지 못하도록 묶어둘 수밖에 없는 간호사의 입장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간호사의 인력 부족도 문제거니와 하루 종일 신체를 구속당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 인권도 문제 중에 큰 문제다.

신체구속 요양병원에서의 노인 신체구속
▲ 신체구속 요양병원에서의 노인 신체구속
ⓒ 녹색병원

관련사진보기


신체 구속 방지법

최근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이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법안을 발의하여 주목받았다. 요양병원 및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벌어지는 신체 구속을 법으로 금지하는 '노인 복지법 개정안' 이다.

개정안엔 '노인의료복지시설에 입소한 노인에 대해 노인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험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고 신체적 제한 외 방법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뚜렷하게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증상의 완화를 목적으로 긴급히 필요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체 구속이나 제한을 할 수 없도록'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라도 보호자에게 신체 구속의 이유와 노인의 상태를 보호자에게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였다. 이 법안이 상급 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특히 중환자실) 전반에 영향력을 주진 못한다 할지라도 환자의 인권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법안이라 판단된다.

신체구속에 대한 세미나

지난 20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선 '신체구속 없는 의료,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강연자는 우리나라 최초 신체구속 폐지를 선언했던 창원 희연병원 신경과 송현석 과장이었다(현 녹색병원). 송 과장은 희연병원 근무 경험과 해외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녹색병원 입사 전 3년간 경남 창원의 희연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송 과장은 "본인이 희연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신체구속을 하지 않는다는 점" 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덕진 희연병원 이사장/한국만성기의료협회장은 신체구속에 관심이 많아 병원 내 신체구속을 절대 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이와 관련하여 일본에서 출판된 <신체구속 제로를 창조한다>를 번역하여 국내에서 출판하기도 하였다.

일본은 1999년 지정 간호노인복지시설, 지정 간호 요양형 의료시설 등의 운영 기준에 신체구속 금지 규정을 포함하는 법률이 발의되었고, 후쿠오카 내 요양병원 시설 연합에서 신체구속을 하지 않는다는 '후쿠오카 선언'을 하기도 하였다(후쿠오카는 일본 내 병원 밀도가 높은 지역).

그는 말레이시아 사례도 예로 들었다. 일반병실에서는 2~7.5% 신체구속이 행지고 있으며, ICU의 경우 56%, 정신과는 0~35.6%(22개국 조사 대상) 신체구속이 행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구속에 대한 간호사의 지식과 자세, 마음(의도)이 환자의 신체구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면, 결론적으로 신체구속을 하지 않으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고,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과 '자세'의 유무로 인해 신체구속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나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집트 사례에서도 '누가 신체구속을 하는가?'하는 물음에 "(신체구속에 대해) 교육받지 못하고 알지 못하여 문제의식이 없는 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는 신체구속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신체구속은 가장 적은 제한으로, 신체구속 말고 다른 방법을 우선적으로, 환자의 존엄과 편안함을 고려해야 하며, 신체구속은 일상적인 행위가 아니다."

간호사와 환자의 비율이 1:1, 1.2:1 정도인 영국, 포르투갈의 경우 ICU 신체구속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미나 진행하는 송현석 과장 송현석 신경과 과장이 '신체 구속 없는 의료, 가능할까?' 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세미나 진행하는 송현석 과장 송현석 신경과 과장이 '신체 구속 없는 의료, 가능할까?' 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이준수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선?

현재 우리나라는 간호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중소병원의 간호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신체구속 없는 의료'를 시행하려면 간호사의 인력 충원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앞서 영국과 포르투갈의 경우 간호사와 환자의 비율이 1:1, 1.2:1 정도로 인력이 풍부하며, 이에 따라 신체 구속 없는 의료가 실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말레이시아와 이집트 사례에서처럼 '의식'과 '자세' 에 초점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간호인력 부족은 이미 심각할 대로 심각해진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세미나의 말미에 어떤 질문자가 "해외의 사례처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 판단되며, 기초공사 없이 집 짓자는 느낌이다. 본인(질문자)의 경험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요양원 내 간호사 비율이 높고, 폐쇄병동도 보다 개방적이다. 우리나라는 제반시설이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논의만 하는 것 같다" 고 꼬집었다. 이에 송 과장은 "꿈이 있어야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꿈을 같이 꾸고 나아가자는 취지의 발제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고 밝혔다.

국민의 당 이찬열 의원의 법안 발의와 함께 불거진 논란, 정권 교체와 더불어 커진 인권의식,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과연 '신체 구속 없는 의료'는 실현될 수 있을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