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이었던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 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서울청소년연극축제 폐막에 부쳐, 시상식과 연극제의 모습을 담아내고 기대감을 걸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기자 말

 청소년들의 꿈과 열정의 무대를 담은 무대를 만날 수 있었던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제가 폐막했다.

청소년들의 꿈과 열정의 무대를 담은 무대를 만날 수 있었던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제가 폐막했다. ⓒ 박장식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가 18개 학교 310명의 꿈과 열정의 무대를, 120명의 절실함을 담은 독백무대를 싣고 십여 일간 달렸던 여정을 마무리지었다. 다양한 학교의 다양한 무대, 그리고 가족, 친구, 학교 등에서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무대는 무대 위에 섰던 청소년들의 추억 속으로, 관람객들의 기억 속으로 그대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단순히 연극을 두고 두 개의 전국공연 티켓을 노리는 전투가 아니다. 이름이 '축제'이니만큼 다양한 청소년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연극 열 여덟 개가 무대 위를 장식한다. 서울청소년연극축제의 첫 연극이 무대 위에 올랐을 때부터 시상까지, 열흘 가까운 기간동안 있었던 고등학생들의 '고농축 열정'이 섞인 무대, 그리고 시상식의 모습을 담았다.

서울국제고의 첫 무대부터 대성고등학교의 마지막 무대까지

 영동고등학교 '극단 끼'의 <타조 소년들> 무대.

영동고등학교 '극단 끼'의 <타조 소년들> 무대. ⓒ 박장식


첫 공연이었던 서울국제고의 창작극인 '작은 화가들'부터 마지막 공연인 대성고등학교의 창작극 '섬 그늘'까지, 무려 열 여덟 학교에서 올린 열 여덟 개의 연극이 대학로의 작은 소극장, 후암스테이지를 채웠다. 지난해 14개 학교가 참여했던 7회 축제에 비하면 네 개나 많은 학교가 무대를 빛낸 점이 돋보였다.

전년도 전국티켓을 얻었던 대진여자고등학교와 영등포여자고등학교의 무대도 돋보였다. 두 학교가 모두 창작극을 준비했는데, 대진여고 '일막일장첫구절'은 장애인이 연극반에 들어오고 싶다고 해 일어나는 일들, 그리고 화해를 다룬 <소녀 가시나무에 별을 걸다>를 상연했다. 영등포여고 '온새미로'는 연극을 하고 싶은 고등학생과, 그런 딸을 반대하는 소시민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엄마가 딸에게>를 올렸다.

 대진여자고등학교 '일막일장첫구절'의 <소녀 가시나무에 별을 걸다> 무대.

대진여자고등학교 '일막일장첫구절'의 <소녀 가시나무에 별을 걸다> 무대. ⓒ 박장식


200석 규모 공연장의 만석을 채운 무대도 있었다. 동북고등학교 '맷돌'은 <햄릿>을 무대에 올렸는데, 모든 자리를 꽉 채워 늦게 온 관람객이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극장 공연의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이러한 소극장 공연의 장점이 꽤나 드러났다. 더욱 가까운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극부' 다룬 연극도, 가족과 친구 관계 이야기가 '대세'

 영등포여고 '온새미로'의 <엄마가 딸에게> 무대.

영등포여고 '온새미로'의 <엄마가 딸에게> 무대. ⓒ 박장식


'햄릿', '죽은 시인의 사회' 등 이전의 명작을 각색하거나 하여 무대 위에 올린 사례도 있지만, 이번 연극제의 가장 큰 맥락은 가족과 친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 성적이나 대학교에 대한 고민, 또는 부모님에 대한 효도 등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 가장 많이 상연되었다.

'연극 속의 연극'을 보듯 학교 연극부가 좌충우돌 하는 모습을 그대로 연극 위에 올린 모습 역시 전년도에 이어 볼 수 있었다. 선일이비지니스고등학교 '별무리'는 연극부 단장의 사고와 그를 극복해나가는 친구 이야기 <조각으로 만든 별>을 상연했고, 계성고등학교 '새별'은 연극부 내에서의 일들을 다룬 <데스데이>, 한영고 '극소리'는 연극부 학생을 다룬 이야기 <다녀오겠습니다>를 상연했다.

 선일이비지니스고등학교 '별무리'의 <조각으로 만든 별> 무대.

선일이비지니스고등학교 '별무리'의 <조각으로 만든 별> 무대. ⓒ 박장식


더욱이, 다양한 창작극을 만날 수 있었고, 기성극도 자신들의 끼를 살려 개조한 것이 눈에 띄었다. 창작극의 경우 그대로 성인 무대에 올려도 손색없을 정도의 대본이 보였고, 기성극 역시 자신의 학교, 그리고 고등학생의 나이대에 맞춰 대본을 새로 각색하고, 고전극은 현대에 맞게 개선시킨 모습이 보였다.

현실 문제 꼬집는 연극도... '신선한 충격'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소품을 공연장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모습,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소품을 공연장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모습, ⓒ 박장식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점은 현실문제를 다룬 연극이 꽤나 많았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문제에 대해 다룬 대진여고의 무대, 그리고 영동고 '극단 끼'의 <타조 소년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비선실세 게이트' 문제를 겪었던 상황에서 '원조판'인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역시 성남고에 의해 무대에 올랐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 답게, 성적 문제와 가족 간의 관계에 고민을 가진 청소년들의 고민을 다룬 연극인 해성여고의 <우리 엄마>가 무대 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현재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중앙여고의 <엄마의 하루> 등 다양한 현재의 문제를 다룬 연극이 무대 위에 올랐다.

 대성고등학교 '키 작은 소나무'의 <섬그늘> 무대.

대성고등학교 '키 작은 소나무'의 <섬그늘> 무대. ⓒ 박장식


가장 크게 현실 문제를 꼬집었던 연극은 다름아닌 '조영남 대작 사건'을 모티브로 한 서울국제고등학교 '작은 연인들'의 창작극 <작은 화가들>. 소규모 화가들을 대작으로 착취하는 한 인기 연예인 출신 화백을 두고 벌어지는 고등학생과, 선배, 화백 간의 공방을 보며 내내 작년을 달군 그 사건과 '열정페이 문제'가 생각났다.

전국 무대 티켓은 영동고와 동북고에게

 24일 열린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 시상식의 모습.

24일 열린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 시상식의 모습. ⓒ 박장식


24일 후암스테이지 2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그간 끼를 펼쳤던 많은 청소년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이 되었다. 연극축제 외에도, 별도로 진행된 독백경연대회의 시상식 역시 이 날 진행되어 후암스테이지의 공간이 부족해, 서 있을 자리도 없던 경우가 많았다. 전년도 수상했던 대진여고의 김서연 씨, 계성고등학교의 박기란 씨의 사회로 수상식이 시작되었다.

 시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장식


축하무대가 있은 직후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영상편지로 시작해, 임정혁 예술감독과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임정혁 예술감독은 "협소한 공간에서 무대를 펼치게 해 죄송하다, 다음 축제에는 더 나은 무대에서 뵐 수 있게끔 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송형종 회장은 축사에서 "우리 마음 속 깊이 있는 진실을 함께한다는 것이 연극의 상징"이라는 발언을 했다.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 독백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시상한 중산고교의 조현진 씨.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 독백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시상한 중산고교의 조현진 씨. ⓒ 박장식


독백경연대회의 수상자가 먼저 발표된 가운데, 중산고등학교 조현진 씨가 대상을 수상했다. 조현진 씨는 수상소감에서 "이런 기회가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윽고 연극축제 영상이 상연되고 연극축제 수상을 했는데, 최우수 연기상에는 해성여고 고건영 씨와 동북고의 권순호 씨가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동북고등학교의 시상이 알려지자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는 동북고 연극반원들.

동북고등학교의 시상이 알려지자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는 동북고 연극반원들. ⓒ 박장식


가장 기대되는 전국티켓이 걸린 작품상 수상 때는 모두 긴장한 모습이었다. 특별작품상에는 대진여자고등학교, 한영고등학교, 성남고등학교가 꼽혔고, 장려상에는 대성고등학교와 해성여자고등학교, 영등포여자고등학교가 수상했다. 이후 우수상과 최우수상 시상에는 큰 긴장이 감돌았고, 호명되지 못한 학교는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억누르지 못했다.

 영동고등학교의 시상 소식이 알려지자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로 뛰어나오고 있다.

영동고등학교의 시상 소식이 알려지자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로 뛰어나오고 있다. ⓒ 박장식


우수상에 동북고등학교, 최우수상에 영동고등학교가 호명되자, 연극단원들이 모두 큰 함성과 함께 학교 이름을 크게 연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동에 벅찬 단원들이 뛰어오르며 힘찬 악수를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영동고를 대표하여 나온 박승규 씨는 "감사하다"는 말만 여러 번 반복하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의 시상자 단체사진. 정 중앙에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이 있다.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의 시상자 단체사진. 정 중앙에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이 있다. ⓒ 박장식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모두 끝나고 내년을 기약하며 서로 격려하며 마무리지어지는 분위기에서 시상식이 모두 끝났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중학교 교육과정에 연극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학생들이 '모두가 함께하는 예술'인 연극에 참여함으로써 함께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후기를 남겼다.

제9회 축제도 기대되지만... 29일부터 '전국축제'

 영동고 '극단 끼'의 커튼 콜

영동고 '극단 끼'의 커튼 콜 ⓒ 박장식


해가 갈수록 성장하는 서울청소년연극축제는 "뽐내다, 뿜어내다"라는 행사의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청소년들의 기량을 200% 만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9회 축제는 얼마나 더 많은 학교가 무대를 빛낼 지, 그리고 이미 참전하는 학교가 얼마나 더 값진 무대를 꾸밀 지 기대가 된다. 이미 7회와 8회에 모두 참여한 학교의 연기가 해가 갈 수록 늘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

 계성고등학교 '새별'의 <데스데이> 커튼콜.

계성고등학교 '새별'의 <데스데이> 커튼콜. ⓒ 박장식


하지만 더욱 기대되는 것이 있다. 내일(29일)부터 광주광역시 금남로의 구 전남도청에 세워진 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제20회 전국청소년연극제가 열린다. 전국의 학교에서 이러한 '빛나는 경쟁'을 통해 나온 청소년들이 무대를 꾸미는 전국청소년연극제는 8월 7일까지 열리고, 전국 8도에서 모인 청소년들이 경쟁을 펼친다.

단지 영동고와 동북고 뿐만 아니라, 전북 김제 지평선고, 광주 전남여고, 대전 대덕고 등 다양한 지역의 학교들이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꿈의 무대'를 선보인다.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출전한 각 지역의 대표 학교의 연극단원들에게는 건투를 빌고자 한다. 결과와는 상관 없이 더욱 아름다운 그들의 꿈을 만날 수 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청소년 연극 서울청소년연극축제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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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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