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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등 수초가 키를 키우고 있다. 농경지 구간별로 형성된 배수지선은 정비가 시급함에도 이번 사업에서 빠져 농민들의 불만이 높다.
 갈대 등 수초가 키를 키우고 있다. 농경지 구간별로 형성된 배수지선은 정비가 시급함에도 이번 사업에서 빠져 농민들의 불만이 높다.
ⓒ <무한정보>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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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가 충남 예산군 신암면 탄중리 일대에 104억여 원을 들여 '탄중지구 배수개선사업'을 시행했으나 현지 특성을 반영하지 않아 시설재배단지 침수예방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예산군 신암·오가지역에 내린 게릴라성 호우로 물난리를 겪은 농민들은 "배수개선사업을 했지만 나아진 게 없다.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아 농작물이 침수됐다. 100억 원이나 들였는데 헛 일을 했다"며 원성을 쏟아냈다.

이번 비로 탄중리 구역에서만 수박, 열무 등 시설재배하우스 496동(25만㎡)이 침수됐다. 피해 규모만 15억 원이 넘는 돈이다.

신암면 신원·탄중리 일대는 전국적으로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시설채소 재배단지다. 봄배추의 경우 전국 최다생산량을 자랑할 정도다.

그런데 집중호우가 내리면 상습적으로 단지 전체가 침수피해를 입곤 해 농민들의 고통이 컸다.

이에 농민들의 줄기찬 요구로 지난 2014년 이 지구에 대한 배수개선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사업을 시행한 농어촌공사 예산지사는 중앙배수로와 신원배수로 2곳을 정비하고, 무한천으로 물을 뿜어올리는 종경제2배수장을 신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물난리가 나고 말았다.

배수개선사업이 잘못됐다는 농민들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중앙배수로만 정비해서는 농경지 침수를 막을 수 없다"는 것. 배수지선(농지구간별 배수로) 정비가 우선인데도 사업비를 중앙배수로 정비와 배수펌프장 짓는데 전부 투자했다는 얘기다.

더욱이 중앙배수로공사도 현지 실정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신암면 탄중리에서 만난 농민 이병호씨는 "(배수개선사업이 침수예방에 보탬이 안될 줄) 이미 예상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 일대는 전부 평지다. 갑자기 폭우가 왔을 때 농작물 침수를 막으려면 배수지선을 통해 중앙배수로까지 물이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그런데 배수지선 정비를 하지 않아 물이 중앙배수로로 빨리 빠져나가지 않는 바람에 침수됐다. 배수펌프장에서 퍼낼 물이 없으니 무용지물 아니냐? 비가 억수로 쏟아진 3일 밤에도 하우스는 전부 침수됐는데 배수펌프장에는 물이 안내려와 밤늦게까지 가동되지 않았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가 지난해 12월 준공한 중앙배수로.
 한국농어촌공사 예산지사가 지난해 12월 준공한 중앙배수로.
ⓒ <무한정보>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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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배수로 정비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앙배수로와 배수지선 간에 구배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중앙배수로 폭을 넓히고 바닥을 낮춘 뒤 공구리(바닥 시멘트 포함)를 해야 풀도 나지 않아 배수펌핑장으로 물을 빨리 빼낼 수 있다. 그런데 둑만 높이고 사면만 보강했다. 게다가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유속을 더디게 하고 있다.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이런 얘기를 했는데도 반영을 하지 않았다. 왜 공사를 했는지 모를 지경이다"라고 성토했다.

배수펌프장 인근에서 만난 한 농민도 "여기가 침수되지 않으려면 얼만큼 짧은 시간에 물을 무한천으로 뿜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럴려면 하우스 단지 구간별로 있는 배수로를 정비하고 중앙배수로를 낮추든지 바닥면적을 넓혀야 한다. 배수장 쪽을 깊게 파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는데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특히 중앙배수로는 바닥폭을 넓혀야 하는데 둑만 높여 놨다"며 답답해 했다

한편 농민들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농어촌공사 예산지사는 "이번 배수개선사업은 일부를 제외하고 배수지선정비가 없었으며, 기본적으로 하우스단지가 있는 것을 기준으로 설계하지 않고, 답(논)을 기준으로 맞춰 설계시공해 채소단지 침수를 막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설계부터 현지실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비를 지원해 놓고 탁상행정을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앙배수로 바닥에 콘크리트 포장을 해야 한다는 농민주장에 대해서도 "현지실정상 타당한 요구지만 환경정책상 승인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지역개발부 담당직원은 "앞으로 배수개선사업 예산을 더 확보해 탄중지구 배수지선정비를 하도록 하겠다. 그 때는 비닐하우스 재배단지 특성에 맞는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배수개선사업, #무용지물, #한국농어촌공사, #탁상행정,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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