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준) 주최로 열린 국민참여개헌 범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최병모 비례민주주의연대 고문, 김상준 경희대 교수, 황도수 건국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선태 고려대 교수가 촛불혁명의 의미와 국민참여개헌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 국민참여개헌 범시민토론회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준) 주최로 열린 국민참여개헌 범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최병모 비례민주주의연대 고문, 김상준 경희대 교수, 황도수 건국대 교수, 김종철 연세대 교수, 김선태 고려대 교수가 촛불혁명의 의미와 국민참여개헌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대통령 권한 분산시키자고 한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국회로 넘겨라? 문제 있다. 대다수 국민은 국회의원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첫 번째 집단 아닌가. 국민이 바라는 분권은 한 가지, 국민과의 분권이다. 누가 앞장서서 대통령 파면시키고 교체했나. 국민들이 다 한 것 아닌가." (연성수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준) 대표)

국회 안에서 시민에게 권력을 넘기라는 주장이 시원하게 터져 나왔다.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안을 추진하고 있는 20여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의 연합체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준)'이 주최한 국민참여개헌 범시민토론회가 21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연성수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준비위원장의 축사 또한 '셌다'. 이 위원장은 "이때까지 헌법 개정에서 국민은 토씨 하나 바꿀 수 없이 찬반 의사만 표시했다. 국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87년 헌법 또한 심지어 전두환 패거리들까지 개정 작업에 참여해 만들어졌다. 유신 헌법 잔재, 5공 헌법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 칭찬해 마지않는 87년 헌법의 실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강하게 말했다.

"이번에 다 갈아엎자."

"촛불 혁명은 진행형... 모든 개헌 논의, 국민이 주도권 행사해야"



이어 황도기 건국대 헌법학 교수는 '촛불 혁명 개헌의 의의와 과제' 주제 발표에서 촛불 혁명에 대한 인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일반적으로 헌법학에서는 혁명의 개념을 헌법 제정 권력 내지 주권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일반적인 혁명 개념은 헌법 제정 권력의 변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국가 권력의 지배체제 내지 사회의 근본체제 변경을 초래하는 변혁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전제했다.

황 교수는 이어 "현대 노동자 하층민 혁명의 효시였던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그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출범한 프랑스 민주국가체제는 프랑스 전체 국민의 1%만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향유하는 제한적 민주정책이었을 뿐"이라며 "1848년 2월 혁명을 통하여 비로소 일반 대중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보통 선거 제도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 질서의 전개에 있어 근대 자본주의 모순을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리고 황 교수는 "정권 교체를 혁명의 완수로 착각하는 순간, 그 혁명은 미완의 혁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혁명은 정권 교체로 시작되고, 사회 체제의 진정한 개혁이 지속되어 사회질서로 자리잡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촛불 혁명'의 의의와 과제가 정리됐다.

"촛불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고, 개헌 논의는 촛불 혁명의 과정이다. 따라서 개헌 논의는 국민을 위한 새로운 사회체제를 구현해야 한다는 적극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 촛불 혁명의 주체는 국민이다. 모든 개헌 논의의 결과는 국민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형태로 귀결될 수 있어야 한다. 촛불혁명의 시대적 사명은 현대 민주혁명으로서 노동자, 하층민, 중소 상공인 등이 재벌 등 자본가와 공존·공영하는 사회 체제를 마련하는 데 있다."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헌법 개정 완성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준) 주최로 열린 국민참여개헌 범시민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회에 앞서 헌법에 대한 선서를 하고 있다.
▲ 헌법에 대한 선서하는 참가자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참여개헌시민행동(준) 주최로 열린 국민참여개헌 범시민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회에 앞서 헌법에 대한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선택 고려대 법학과 교수의 '국민 참여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 발표에서는 흥미로운 방법론이 소개됐다. 먼저 김 교수는 "국민에 의해서 혁명이 일어났는데 언제나 개헌 과정에 국민이 없었다. 국민에 의한 혁명과 국민이 없는 헌법의 반복,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헌법의 제·개정"이라고 우리의 역사를 돌아봤다. 그리고 강조했다. "이제 촛불 혁명의 과실을 수거할 때다".

이어 "헌법은 보통 사람들의 문서"라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명언을 소개한 김 교수는 "개헌 과정에 국민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절차를 밟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많다"고 강조했다. "절차 자체로부터 얻는 이익이 더 막중하기 때문이다.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민 참여로 인한 교육적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헌법이 국민화되고, 국민이 헌법화된다"는 한 마디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김 교수는 1996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헌법 제정 과정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그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가동돼서 초안 작성 과정에 200만 건의 제안이 있었다. 국민에 대한 헌법적 계몽과 제정이 나란히 진행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시민 참여형 개헌으로 2009년 아이슬란드 사례도 소개됐다. 김 교수는 "이른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사용했는데 무작위로 시민을 뽑아 그들로 하여금 헌법적 가치와 테마를 정하도록 했고, 다시 선출한 시민 25명이 회의체를 통해 시민 의견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그 과정에 현직 정치인들을 철저히, 완벽하게 배제하고 헌법안을 만들었다. 다만 아이슬란드 의회가 이걸 뭉갰다"고 전했다. 곧바로 '대한민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그는 "세계적으로 IT가 가장 발전한 나라인 만큼,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헌법 개정 과정에 도입해 완성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우리가 하면 다른 나라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우리가 못하면 어느 나라도 못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곧 박수 소리가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을 가득 채웠다.

원혜영 "국회의원 300명 모두의 밥그릇과 관련된 문제"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이날 행사에 참석한 원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들의 밥그릇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최대 변수로 꼽았다.

원 의원은 토론에 앞서 축사를 통해 "강자가 더 유리한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고 분권형 권력구조를 만드는 건 정말 더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 논의도 개헌과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데 더 어려운 문제다. 개헌은 정부 형태와 권력 구조의 문제이지만,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의원 300명 모두의 밥그릇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원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성, 그리고 동력을 만들어준 것이 촛불 혁명이다. 시민들의 뜻이 반영되느냐 여부가 개헌의 핵심"이라면서 "정치권의 이해 관계에 갇혀 개헌 논의가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년 말까지 개헌에 대한 큰 그림에 대한 합의가 돼야, 내년 2월 국회에서 논의가 끝날 수 있다. 절실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음 순서는 김상준 경희대 교수(백년포럼), 박명림 연세대 교수, 최병모 변호사(비례대표 연대 고문)의 지정 토론. 그 다음 순서는 자유토론이었다. 자유토론 참가자 면면은 다음과 같다.

김준우 변호사(민변), 이태호 위원장(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김상민 사무총장(정의연대), 이호윤 대표(서울대 민주 동문회), 이호승 대표(전국 철거민협의회중앙회), 이창용 위원장(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문석진 서대문 구청장(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김재용 변호사(헌법개정해동인천본부),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 김형남 변호사(참여불교재가연대), 김민식·박유진(고려대 재학생).


태그:#개헌, #이부영, #원혜영, #황도기, #김선택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