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은 스포츠에 있어서 보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마련된 시스템이다. 한 순간 흘러가는 장면을 육안으로 즉시 판정하기 어려울 경우 또는 다소 특이한 상황에서 이의가 제기될 경우 경기 중계를 위해 촬영된 화면 등을 활용해 더욱 정밀한 판독을 하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할 때부터 뉴욕에 있는 판독 센터에서 화면을 다시 돌려 본 뒤에 판정을 내려 해당 경기장에 전달한다. KBO리그에서는 2013년부터 경기장 현장에 있던 심판들이 합의 판정을 하다가, 2017년부터 서울에 비디오 판독 센터를 신설하고 판독 센터의 결정대로 경기를 진행하게 됐다.

이를 위해 KBO리그에서는 각 방송사들의 촬영 카메라를 포함하여 비디오 판독을 위한 카메라까지 추가 설치하고 새로운 판정 시스템에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공정한 판정을 위해 도입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7월 20일 울산 남구 문수 야구장에서 열렸던 경기에서 홈런 판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타구의 홈런 판정 번복, 기본 규정 숙지 미흡

 지난 20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7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 말 1사에서 롯데 손아섭이 좌중간 펜스를 맞추는 타구를 날린 뒤 심판진이 이를 홈런으로 판정하자 멈칫거리며 홈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손아섭의 타구는 비디오 판독에서 2루타로 번복됐다.

지난 20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7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 말 1사에서 롯데 손아섭이 좌중간 펜스를 맞추는 타구를 날린 뒤 심판진이 이를 홈런으로 판정하자 멈칫거리며 홈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손아섭의 타구는 비디오 판독에서 2루타로 번복됐다. ⓒ 연합뉴스


상황은 당시 경기 3회말에 발생했다. 홈 팀인 롯데 자이언츠가 원정 팀인 삼성 라이온즈에 1-4로 뒤지고 있었는데, 손아섭이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삼성의 선발투수 윤성환을 상대하게 됐다. 손아섭은 윤성환의 2구 째 공을 그대로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 때 손아섭의 타구가 담장 위에 있는 노란색 라인에 맞고 뒤에 있는 철망에 맞은 뒤 외야로 떨어졌다.

 지난 20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7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 말 1사에서 롯데 손아섭의 타구가 홈런으로 판정됐다가 비디오 판독에서 다시 2루타로 번복되자 조원우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7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 말 1사에서 롯데 손아섭의 타구가 홈런으로 판정됐다가 비디오 판독에서 다시 2루타로 번복되자 조원우 감독이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처음에 심판은 홈런 제스처를 취했고, 손아섭은 베이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나 삼성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서울에 있는 비디오 판독 센터에서는 이 장면을 다시 확인한 뒤 판정을 내렸는데, 홈런 판정이 번복되어 2루타로 정정되었다. 이에 롯데 벤치가 항의했지만 비디오 판독 센터의 결정이 유지됐다.

결국 이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진행된 끝에 4-4 무승부로 끝났다. 이후 KBO리그 사무국은 비디오 판독에 오독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롯데 관계자들에게 연락했다. 만일 이 오독이 아니었다면 경기의 향방은 바뀔 수도 있었는데, 이로 인하여 롯데는 이후 맹렬히 추격했지만 끝내 역전승이 아닌 무승부로 끝나게 됐다.

외야 담장에는 홈런과 인플레이 타구를 구분하는 노란 선이 그어져 있다. 홈런과 파울을 구분하는 폴대 역시 마찬가지다. 만일 타구가 이 노란 선이나 폴대를 맞고 외야나 파울 구역에 떨어질 경우에는 홈런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문수 야구장에는 노란 선 뒤에 철망이 있었고, 당시 손아섭의 타구는 노란 선을 맞고 철망에 막힌 뒤 다시 외야로 떨어졌다. 이 경기장에서는 2014년 4월 이승엽의 타구가 이 철망에 맞고 외야로 떨어졌는데, 합의 판정으로 인해 홈런이 인정된 적이 있었다. 이런 선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난 뒤 이에 대한 규정 숙지가 미흡했던 것이다.

오독으로 인하여 놓친 롯데의 1승, 이 판정으로 인해 가을야구 무산된다면

이 날 손아섭의 타구가 홈런으로 인정됐다면 롯데는 20일 기준으로 공동 4위 그룹을 이뤘던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그리고 6위 넥센 히어로즈(승차 없이 승률 상 6위)에 3경기 차까지 따라 붙을 수 있었다. 같은 7위더라도 후반기에 3경기 차와 3경기 반 차는 심리적으로도 큰 차이가 난다.

시즌 막판 세밀한 승차는 엄청난 향방을 미친다. 2015년 두산 베어스는 넥센 히어로즈에 1경기 차로 앞선 3위로 시즌을 마감한 덕분에 준플레이오프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갈 수 있었다. 예전 3전 2선승제였으면 큰 차이가 없었을지 몰라도 5전 3선승제의 홈 어드밴티지는 그 효과가 크다. 두산은 당시 준플레이오프부터 상승세를 이어가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2009년 KIA 타이거즈가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을 때에도 세밀한 승차로 인하여 한국 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올 수 있었다. 당시 정규 시즌 1위 KIA(81승 4무 48패 0.609)와 2위 SK 와이번스(80승 6무 47패 0.602)의 승차는 없었다. 그러나 승패 및 무승부 등으로 인한 승률에서 단 0.007 차이가 나면서 SK는 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했으며, KIA는 한국 시리즈에 직행했다(KIA 한국 시리즈 직행시 챔피언 확률 100%).

롯데는 2008년 1승 차이로 두산에게 밀려 리그 3위에 머물렀다. 이로 인하여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놓친 롯데는 당시 준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를 이기지 못했다. 올해 4월에도 이대호가 판정에 항의를 했다가 퇴장을 당했고, 4월 18일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는 이우민의 타구가 비디오 판독 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5월 5일 KIA와의 홈 경기에서도 서동욱의 아웃 판정과 관련해 비디오 판독 결과 오심이 나왔다. 판독 자체에만 무려 7분이 걸린 끝에 나온 오심이었다. 이 오심으로 접전 상황에서 적시타를 허용한 롯데는 2점 차로 패배를 당했다.

이번 손아섭의 타구 같은 경우는 명백한 규정에 의한 홈런이었다. 어느 정도 야구를 봐 왔던 시청자들이라면 충분히 홈런으로 인정할 수 있는 타구였는데, 이러한 판정에서 오독이 나왔다는 것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 자체에 대한 큰 문제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비디오 판독 센터, 투명하게 판독 과정 공개할 순 없나

앞에서 언급했던대로 KBO리그는 서울에 비디오 판독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판독 센터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판독에 임하는지 경기장 관중들이나 중계방송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은 알 길이 없다.

이 때문에 비디오 판독 센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판독 센터의 판독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다. 잠시 해설위원 경험이 있었던 kt 위즈의 김진욱 감독도 판독 센터의 판독 과정을 경기장 전광판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비디오 판독 센터에 앉아있는 판독관들의 좌석을 향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중계방송 중 비디오 판독을 들어가면 그 카메라 화면을 공개하는 것이다. 전광판과 중계방송 화면에 판독 센터 상황을 송출하면서 관중들이 그 과정을 함께 보는 것이다. 판독관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경기장과 TV 화면에 송출되는 가운데 판독을 한다.

KBO리그는 이와 관련된 조치로 당시 잘못된 판정을 내린 비디오 판독 센터의 김호인 센터장에게 징계를 부과했다. 야구규약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의거하여 경기일 기준으로 21일부터 10일 출장 정지의 제재를 부과한 것이다. 김호인 센터장 뿐만 아니라 해당 판독에 참여했던 판독 요원 2명도 각각 50만 원의 제재금 부과 처분이 내려졌다.

KBO리그 사무국은 올해 처음 시행되고 있는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 중 판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판독 소요 시간 제한, 사각지대 카메라 추가 설치, 판독 센터 요원 교육 강화 등 개선 방안에 대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판독 센터 요원들에 대한 교육 미흡에서 발생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올 시즌이 끝난 뒤 KBO리그 윈터 미팅에서 이러한 주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센터 요원들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그 교육의 효과가 제대로 보여지고 있는지 관중들과 시청자들에게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선진 제도라도 더 깨끗하게 운영되어야 리그 자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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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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