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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인근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부적절한 동영상을 보고 동성애반대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피해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호소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이 인근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부적절한 동영상을 보고 동성애반대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는 가운데 학부모들이 피해학생들에 대한 대책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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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봉사활동을 온 초등학생들에게 '성소수자 혐오 영상'을 보여줘 아동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보수 기독교단체가 해당 동영상을 옹호하고 나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A어린이집 부원장인 B씨는 지난달 7일과 14일, 21일 세 차례에 걸쳐 인근 초등학교에서 봉사 활동을 온 5~6학년생 18명에게 동성애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주범이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보여준 동영상은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제작한 것을 편집한 내용으로 에이즈 예방용이라기보다는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동성애와 에이즈환자를 옹호하는 것은 공산주의자라는 왜곡된 내용이다.

한 요양병원 원장인 Y씨가 강연하는 내용으로 제작된 동영상에는 시체성애나 도구를 이용한 자위행위, 남자들끼리 성관계하는 방법, 동물과의 성행위 등 어린이들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대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봉사활동을 온 학생들에게 보여준 동영상 내용 중 일부. 20대 남성이 개와 결혼하고 키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봉사활동을 온 학생들에게 보여준 동영상 내용 중 일부. 20대 남성이 개와 결혼하고 키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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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영상에는 Y원장이 "독립유공자보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예우가 더 좋다.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에이즈환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성소수자를 옹호하고 동성애 운동을 하는 단체들은 공산주의자이고 세력화되어 있다"고 발언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곧바로 학교에 알렸고 학교 측이 지난달 22일 경찰에 신고해 어린이집 부원장과 교사 2명을 각각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 중이다. 대구시교육청도 성폭력전문기관과 함께 학생들의 심리치료에 나섰다.

이 와중에 어린이집 부원장은 한 기독교 채팅방에 "동성애의 심각성과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이렇게까지 일파만파 커져야 하는지 당혹스럽다"면서 "영적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경찰의 조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B 부원장이 SNS의 단체 채팅방에서 부당함을 주장하자 반동성애 기독교단체들이 피해학생의 부모를 공격하고 학생들도 2차 피해를 당하면서 해당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관계당국에 사안 관련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과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피해 학부모 5명은 20일 오후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당 어린이집 부원장 B씨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 아이들이 도망가기까지 했다"면서 "기독교단체들은 부모들이 돈을 바라고 있다는 등 악의적인 소문마저 퍼뜨리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상대로 심리치료를 하고 교육으로 치료해야 하는데 어떠한 매뉴얼도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학부모들에게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자제만 시키려고 한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인근 어린이집에서 혐오동영상을 보았다며 피해를 호소한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인근 어린이집에서 혐오동영상을 보았다며 피해를 호소한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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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특정 종교에 항의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적절하지 못한 교육을 한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이건 반동성애나 에이즈 교육을 한 것이 아니라 아동복지법 제17조의 금지사항에 해당하는 정서적 학대이자 성적 학대를 한 것"이라며 "어린 학생들에 대한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도 "학생들 사이에서 피해학생들의 이야기가 퍼지고 있고 직접 동여상을 보여주며 설명했던 어린이집 교사들이 학교에 드나들면서 아이들이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교육청이 나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동영상이 초등학생들이 보기에는 맞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어린이집 행정조치는 구청 관할이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심리치료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어린이집의 관리주체인 대구 달서구청는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어서 행정조치를 할 수 없다"면서도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면 경중에 따라 교사의 경우 자격 정지, 어린이집 운영에 대해서는 정지나 시설폐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태그:#동성애 혐오영상, #초등학생, #아동학대, #성적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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