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한 것만으로도 기적이에요." (배우 김충길)

"평소에 열심히 아르바이트했지만 내딛고 걸어봐야 한다 생각해요. 그래서 영화는 완성이 된 거예요." (배우 백승환)

"<델타 보이즈>는 절대 홈런을 칠 수 없습니다. 안타도 어렵고요. 파울이 나더라도 빗맞는 게 저희 삶인 것 같아요. 그래도 나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해요." (배우 신민재)

"영화 재미있게 잘 보셨나요? 너무 감사합니다." (배우 윤지혜)

델타 보이즈 영화 <델타 보이즈> 포스터 및 스틸컷.

영화 <델타 보이즈> 포스터 ⓒ (주)인디스토리


어느 여름, 음악을 잊고 매형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일록(백승환 분)에게 친구 예건(이웅빈 분)이 찾아온다. 시카고에서의 생활을 접고 한국을 온 예건의 계획은 영어 강사를 하면서 돈을 버는 것. 하지만 현실은 매번 퇴짜. 일록은 예건에게 함께 공장에서 일하자고 제안하는데, 그때 불쑥 예건이 2주 뒤에 열릴 남성4중창 대회 안내지를 건넨다.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전국노래자랑> <슈퍼스타K> 오디션을 찾아다니며 가수를 꿈꾸던 대용(신민재 분)과 트럭에서 아내(윤지혜 분)와 함께 도넛을 파는 준세(김충길 분)가 합세하면서 '텔타 보이즈'는 결성된다.

영화 <델타 보이즈>(감독 고봉수)는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간략한 트리트먼트에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더해져 영화 속 캐릭터마다 배우들의 생각과 모습을 엿보는 재미를 준다. 실제로도 백승환, 신민재, 김충길은 10여 년 전 연기학원에서 만나 현재까지 함께 배우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들이다.

제작비 250만 원, 촬영 기간 15일. <델타 보이즈> 주역들은 어떤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을까. 배우들이 꼽은 영화의 명장면인 최대용의 독백도 놓치지 말 것. 지난달 26일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를 다녀왔다.

신민재 "<슈퍼스타K> <전국노래자랑>?"

 배우 신민재

배우 신민재 ⓒ 김광섭


"대본이 없다 보니까 상대 배우가 무엇을 할까 궁금하고 재미있었어요. 충길 배우가 옥상에서 제게 하소연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때 알았어요. 제가 <슈퍼스타K> <전국노래자랑>에 나갔었구나 그때 알았어요. 또 거기에 맞춰서 연기를 하는 거고요."

백승환 "시나리오가 없는데 영화가 되고 있나?"

 배우 백승환

배우 백승환 ⓒ 김광섭


"감독님이 웃어야 끝나요. OK 사인을 웃음으로 알게 되어서 웃기는 것에 부담이 있었어요. 제가 막 웃길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감독님에게 질문을 많이 하면서 했어요. 감독님을 웃기려고 했던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대본이 없다 보니까 '이게 영화가 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편집된 것을 보고 나니까 '아, 정말 기가 막히게 했구나' 생각했고, 장편에 대해 신뢰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윤지혜 "대본없어 자유로워"
김충길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어"

 배우 김충길(왼쪽), 윤지혜

배우 김충길(왼쪽), 윤지혜 ⓒ 김광섭


"대본이 있으면 길이 있기 때문에 장점이 있는 반면 얽매이는 게 있어요. 대본이 없어 자유로운 게 좋았어요. 즐겁고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윤지혜)

"대사 생각 안 하고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편하게 작업한 것 같아요." (김충길)

백승환 "레게 머리는 일록의 꿈 표현"
"배우들이 축구로 치면 공격수예요. 현란하고 슛 잘 쏘는 사람들과 연기를 해야 하고 저는 받쳐줘야 했는데, 외모마저 평범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음악 영화를 표방하고 있어서 감독님에게 '레게를 하겠습니다' 했는데 '좋다, 근데 너무 비싸지 않니?' 하셔서 제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하겠습니다' 했죠. 음악의 한 부분이라도 표출하고 싶어서 레게 머리를 했습니다."

신민재 "양복 한 벌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
"감독님이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이면 좋겠다' 하시면서 '우리 아버지 친구 중에 아직도 맥가이버 머리를 하고 계신 분이 계셔' 그래서 제가 찾아서 김병지 축구선수 사진을 보여드렸어요. 맥가이버 머리는 그분의 트레이드 마크잖아요? 좋다 해서 미용실 가서 머리를 붙였습니다. 의상도 여러 개 있었는데 촬영 전날, 감독님이 양복 한 벌만 입으면 좋겠다 하셨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 노래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연기는 최대한 너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하셔서 어려움 없이 연기를 했습니다."

김충길 "자연스럽게 다큐처럼 연기해보자"
"트리트먼트만 읽었을 때, 준세는 결혼도 했고 노래도 하고 싶다는 느낌이 없어서 머리를 평범하게 했어요. 웃기려는 의도 없이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처럼 연기했고요. 그런데 너무 평범한 느낌이 들다 보니까 수염을 좀 길러보면 어떨까 해서 길렀습니다."

백승환 "한 발 내딛어보는 용기"
"저는 일록이 열심히 살고 있다 생각했거든요. 이걸 어려운 삶이라고 누가 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열심히 마음 잡고 일하는 사람이죠. 단 2주 동안 마음에 담아 놓은 꿈을 해보는 것이 한심한 일일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발 내디뎌보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로 감독님과 기획하고 같이 만든 거죠. 물론 준세 부부에게는 미안해요. (영화에서) 정말 이들은 결혼을 했잖아요? 저희는 혼자라서 다시 돌아가 일을 하면 되지만, 준세 부부는 친구들, 형을 잘못 만나서... 사실 이것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여주었던 거죠."

신민재 "위로와 신뢰를 얻은 작업"
"저희 이야기를 저희끼리 만들고 싶었는데 결과물을 보고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내가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걸은 게 맞구나' 신뢰를 얻었죠. 연기를 계속해온 건 잘한 일이고 좋은 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확신이 들었어요.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해요. 꿈을 계속 좇을 수 있었던 것은 같이 꿈꾸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큰 것을 안 하더라도 하루하루가 즐거운 삶을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좋았어요."

김충길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돈도 벌어야 한다고 생각"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도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준세가 대용에게 하는 말은 제게 하는 말 같아요. '지금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닌데, 돈도 안 받는 무임영화를 해도 되나?' 몇 년 째 하고 있지만 제게도 대용에게도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윤지혜 "돌아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용기"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일터로 돌아갈 때 패배감을 느낀다기보다는 돌아갈 수 있는 일을 구하는 것 자체에서 패배감이 없는 것 같아요. 돌아갈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용기 같아요. 건너뛰는 과정 때문에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신민재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삶"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잘못하더라도 해보자 주의'로 걸어왔는데 조금씩 사람들이 인정해주니까 지금까지의 제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 행복해야 한다 생각해요. 백승환 배우가 말한 것처럼 한 발 내딛는 것, 일단 행동을 먼저 해야 하는 것, 이거저거 생각하지 말고요. 고 감독님을 만나고 바뀐 것이 그것이거든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요. 충길 배우는 시나리오를 써서 단편영화를 연출했어요. 저도 시나리오를 써서 촬영을 해보려고 해요. 좋아하는 것 하면서 나아가보자. 이게 지금까지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영화 <델타 보이즈> 주연 배우들

영화 <델타 보이즈> 주연 배우들 ⓒ 김광섭


- 앞으로 어떤 색깔로 어떤 연기를 펼치고 싶은지.
백승환 "웃기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여자 배우와 연기를 하고 싶어요. 너무 안 시켜줬어요. 너무 남자들과만 연기를 했죠. 다음 작품도 저는 남자들과만 있더라고요. 여성분과 멜로를 하고 싶습니다."
신민재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르가 멜로에요. 멜로로 찾아올 것 같아요. 연극할 때부터 멜로가 하고 싶었거든요. 멜로!"
김충길 "저는 <델타 보이즈>에서 멜로는 했었기 때문에 멜로 욕심이 없고요.(웃음) 웃프다는 말이 있잖아요? 누구는 웃고 누구는 슬픈, 웃픈 연기를 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입니다."
윤지혜 "저는 액션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델타 보이즈>에서 하게 되었네요. 날아다니고 벽 타는 액션 연기가 하고 싶어요."

뒷 이야기

델타 보이즈 영화 <델타 보이즈> 포스터 및 스틸컷.

영화 <델타 보이즈> 스틸컷 ⓒ (주)인디스토리


델타 보이즈 영화 <델타 보이즈> 포스터 및 스틸컷.

영화 <델타 보이즈> 스틸컷 ⓒ (주)인디스토리


- 일록이 동네 야구연습장에서 공 맞는 장면은 실제인가?
백승환 "속력이 120킬로미터가 적혀 있는 거예요. 감독님에게 '정말 맞아요?' 했더니 '스폰지를 델까? 내가 맞아볼게' 안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맞더니 '야, 괜찮은데? 들어가' 하셔서 찍소리 못하고 들어가 맞았습니다. 생각보다 공이 딱딱하지는 않았어요. 어쨌든 120킬로미터였죠."

- 예건 역을 맡은 배우 이웅빈은 다시 시카고행?
신민재 "예건 배우는 정말로 시카고에서 오신 분이에요. 어렸을 때 이민을 가서 생활한 분이죠. 미국에서 고 감독님을 만나서 단편영화를 작업했어요. 지금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셨어요."

- 고봉수 감독 사단 차기작 <튼튼이의 모험>에 대해.
감독과 배우들은 존폐 기로에 있는 대풍고 레스링부 이야기를 다룬 <튼튼이의 모험>으로 다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8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델타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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