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한화와의 원정 3연전을 싹쓸이하며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다이노스는 20일 청주 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12안타를 터트리며 7-4로 승리를 거뒀다. NC의 선발 장현식은 6이닝 동안 11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3사사구4탈삼진2실점 호투로 시즌 5번째 승리를 챙겼고 NC의 우완 필승조 중 원종현을 제외한 이민호,김진성,임창민이 나머지 3이닝을 책임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실 올 시즌 NC는 내야수 자비어 스크럭스와 박민우, 박석민, 외야수 나성범 등이 차례로 부상에 시달리며 김경문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NC가 치른 87경기 중 84경기에 출전하며 든든하게 라인업을 지켜주는 선수가 있다. 올 시즌 NC의 하위타선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확실한 붙박이 주전 외야수가 된 '둘리 친구' 권희동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 입단 후 공수에서 꾸준히 발전한 NC의 젊은 외야수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권희동은 경주고 재학 시절이던 2008년 동문회관 건립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야구부가 해체되는 비극을 경험했다. 권희동은 다행히 졸업 후 통합 창원시에 위치한 경남대로 진학하면서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었고 경주고 야구부는 권희동이 졸업한 후 4년이 더 지난 2013년에 재창단됐다.

권희동은 대학 시절 6할이 넘는 장타율을 자랑하던 대학야구를 대표하는 거포였다. 하지만 이는 대학 무대 한정이었고 프로 구단에서는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고 수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는 권희동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다행히 2011년 경남대가 위치한 창원에 제9구단 NC가 창단되면서 권희동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전체84순위)로 NC에 지명됐다.

권희동은 팀에 이호준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우타 거포형 타자가 없었던 NC의 특성상 입단 첫 해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대학 시절부터 알아주던 파워는 프로에서도 빛을 발하며 1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이는 팀이 간판타자로 키우던 나성범(14개)보다 많은 홈런이었다. 다만 타율이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가장 낮은 .203에 머물며 주전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숙제도 함께 남겼다.

NC는 2013 시즌이 끝나고 FA 외야수 이종욱을 영입했고 김종호, 나성범, 이종욱으로 외야진을 재편하면서 권희동은 1년 만에 백업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권희동의 활약은 주전으로 뛰던 2013년보다 훨씬 실속 있었다. 2014년 오른손 대타 및 백업 외야수로 101경기에 출전한 권희동은 타율 .285 7홈런36타점으로 NC의 가을야구 진출에 힘을 보탰다. 프로 선수로서 자리를 잡은 권희동은 2014 시즌이 끝난 후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권희동은 상무 입단 첫 해 단49경기에만 출전했지만 타율 .364 7홈런48타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주전으로 활약한 작년 시즌에는 74경기에서 타율 .360 12홈런68타점을 기록하며 김헌곤(삼성 라이온즈), 한동민(SK 와이번스)과 함께 상무의 외야진을 이끌었다. 전역 후 NC에 합류한 권희동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며 생애 두 번째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주전들 줄부상 속 NC가 치른 87경기 중 84경기에 출전한 권희동

권희동은 올 시즌 본격적인 전역 후 첫 시즌을 맞았다. 그만큼 넘치는 의욕으로 착실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NC의 외야는 나성범과 이종욱이라는 기존의 주전 선수들이 건재한 가운데 권희동이 군복무를 한 사이 신예 김성욱과 김준완이 주전급 선수로 급부상했다. 현실적으로 권희동은 1군에 남는다 하더라도 입대 전처럼 오른손 대타 요원이나 백업 외야수로 활약하는 것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20대의 젊은 외야수 권희동을 시즌 초반부터 주전 좌익수로 중용했다. 비슷한 위치에 있던 내야수 모창민이 이호준의 자리를 물려 받았다면 권희동의 경우 이종욱과 김종호를 밀어낸 셈이다. 그리고 권희동은 주전 선수에 어울리는 활약으로 이종욱이 1군에 올라온 후에도 올 시즌 NC의 붙박이 좌익수로 활약하고 있다.

20일까지 권희동은 타율 .286 13홈런 58타점43득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 팀의 주전 외야수로서 그럭저럭 준수하긴 하지만 사실 썩 돋보이는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권희동은 부상자가 속출했던 NC에서 김태군, 모창민과 함께 풀타임으로 전반기를 소화한 몇 안되는 선수다. 올 시즌 NC에서 권희동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84경기 출전'에 있다.

그렇다고 권희동이 건강한 몸만 앞세워 자리만 지키는 선수는 결코 아니다. 권희동은 20일 한화전에서 2회 배영수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7회에는 2사 1루에서 송은범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권희동은 7월 들어 .344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시즌 득점권 타율이 .342에 달할 정도로 찬스에서도 매우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하위 타자라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권희동을 상대했다가 큰 코 다치는 투수들이 한 둘이 아니다.

권희동은 인기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인기 캐릭터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데뷔 초기부터 '둘리 친구'라는 별명이 붙었다(당시 롯데 자이언츠에 '둘리'라 불리던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있어 이 별명은 더욱 굳어졌다). 만화 속 희동이는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귀여운 아기지만 NC의 권희동은 올 시즌 나성범보다 더 많은 타점을 올리고 있는 '공포의 하위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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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권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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