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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따스함이 녹아있는 곳
 이런 따스함이 녹아있는 곳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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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야 나온다.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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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져,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기자말
 

작년 이맘때, 7월의 강렬한 햇볕이 등줄기를 타고 땀으로 바뀌어 흐르던 계절. 동생과 함께 강남구청역과 선정릉역 사이, 동서남북 사방 어디에서 가도 언덕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한 베이커리 겸 카페를 찾아가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사이사이 길을 헤매다 보니 절로 짜증이 몰려와 동생에게 툭툭 험한 말을 쏘아붙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밖과는 다른 공간에 온 듯 시원했다. 언제 짜증을 부렸냐는 듯 기분이 상쾌했다. '오시는 분들이 언덕을 오르다 더위에 녹초가 되는 게 걱정돼 냉방을 강하게 틀어놓았다'는 사장님이 계신 베이커리, '꼼다비뛰드'와의 첫 만남이다.

크루아상으로 대표할 수 있는 프랑스식 빵, 구운 과자 그리고 샌드위치와 디저트. 당시 푸짐한 옛날빵(맘모스빵, 슈크림빵 등)을 선호하던 내가 좋아할 만한 메뉴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더위를 뚫고 찾아간 건 전에 여기서 사 온 빵을 나눠준 동생의 강력한 추천 때문. 물론 빵은 참 맛있게 먹었지만, 여전히 나는 별 기대가 없는 상태였다. 다만 당시에 SNS에서 눈에 띄던 곳이라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정도 했었고.
 
맘모스빵을 좋아하던 내 입맛을 사로잡은 곳

 깔끔한 외관을 지닌 빵집이다.
 깔끔한 외관을 지닌 빵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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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톤의 세련된 인테리어. 식기와 책들이 인위적이지 않게 장식돼 있고, 가운데에 기다란 쇼케이스가 자리 잡고 있다. 그 뒤로 보이는 공간은 작업실. 창가 양쪽으로 위치한 테이블엔 많아야 6명 정도 머물다 갈 수 있을까. 퍽 자그마한 빵집이다.

더위를 특히나 잘 타는 우리를 보고 얼음물을 내어주시는 쉐프님. "저희도 언덕을 오르다 보면 찾아오시는 손님 분들께 죄송해요"라며 "누가 이런 곳까지 찾아올까 싶다"는 말을 하셨었다. 그래 정말 누가 찾아올까. 지금 생각해보면 1년 전 그땐 참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싶다.
 
 다양한 프랑스식 빵들을 파는 빵집이다.
 다양한 프랑스식 빵들을 파는 빵집이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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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를 둘러보면 왼쪽부터 몇 가지 하드빵(바게트 등)과 크루아상류, 그리고 마들렌과 휘낭시에, 까눌레로 대표되는 구운 과자가 다양하게 진열되어있다. 샌드위치와 디저트도 눈에 띈다. 한눈에 봐도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스타일의 빵은 아니다. 내 경우엔 다른 가게에서 이런 빵을 보면 "저거 두 개면 큼직한 맘모스 빵을 사겠네..."라며 선뜻 집어 들지 않는다.

헌데 이곳의 빵을 접하고 부턴 그런 편견이 점차 사라져 갔다.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한입만 먹어봐도 차이를 알 수 있는 빵. '평범한 옛날 빵집에서 먹어본 크루아상, 마들렌은 이름만 같은 거였구나... '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맛이다.

특히 바게트 샌드위치는 이곳의 대표 메뉴인데, 진열돼 있지 않고 따로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면 즉석에서 만들어 주시는 게 특징. 몇 가지 카페 음료도 있어 빵과 함께하기에 좋은데, 생 당근을 그 자리에서 갈아 만든 건강한 맛의 당근 주스가 인기 상품이다.

 따뜻한 정을 가진 두 분
 따뜻한 정을 가진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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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일과 음료 제조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남자 사장님과 빵 만드는 여자 사장님이 함께 꾸려가는 이곳, 꼼다비뛰드. 줄여서 '꼼다'는 이름만 들어도 '고급져'보이는 이국적인 빵을 파는 베이커리지만 부담스러운 느낌은 아니다. 소소한 정을 듬뿍 가진 두 사장님의 온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위치가 강남 한복판이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의 베이커리나 카페가 그렇듯 다가갈 수 없는 차가움을 가진, 요즘 말로 '쿨내 진동하는' 곳일 줄 알았다. 하지만 오면 올수록 '내가 완전히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오늘은 어디로 빵 투어를 가냐"며 따라가고 싶다고 아쉬움에 발을 동동 구르시는 쉐프님의 모습, 너무 바빠 보여 인사 없이 슬쩍 나갔을 땐 길가까지 작업복 차림으로 뛰어오셔서 "왜 그냥 가느냐"며 소소한 것이라도 챙겨주시는 모습, 빵이 품절되어 빈손으로 돌아갈 땐 "여기까지 오셨는데..." 하며 미안해하시는 두 분의 모습엔 따스함이 깃들어 있다. 만들어낸 친절에선 나올 수 없는 표정이다. 특히 아기를 데려오는 손님을 볼 때 두 분의 표정이 참 기억에 남는다.
 
빵만큼 따스한 사장님

 오픈시간부터 줄을 서고, 빵이 텅텅비는 건 이제 흔한 풍경이다.
 오픈시간부터 줄을 서고, 빵이 텅텅비는 건 이제 흔한 풍경이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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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람이 너무나 많아진 빵집. 흔하다면 흔한 방송 한번 타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픈 시간부터 손님이 줄을 서 오후 두세 시 무렵이면 빵이 품절되는 곳. 제빵 특성상 새벽 일을 할 수밖에 없지만, 사람이 가장 많은 토요일은 3시부터 타임 어택하는 심정으로 준비하신다고 한다.

사람이 몰리는 가게면 일반적인 빵집처럼 손님이 원하는 빵을 집어와 포장과 계산만 해주는 방식을 취할 법도 한데, 일부러 한 분 한 분 원하는 빵을 주문 받는 방식을 고수하신다. 손님이 빵을 고르면서 무언갈 물으면 이야기해주고, 여유가 있을 땐 대화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는 게 남자 사장님의 설명이었는데 과연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느 화요일. 평일임에도 빵이 워낙 빨리 빠져 헛걸음하는 손님이 부지기수였던, 게다가 비까지 오는 날. 궂은 날에 이곳까지 오시는 분들을 걱정한 쉐프님이 SNS에 "품절되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우리 벌써 다 팔았다'며 자랑스럽게 생각할 법도 한데, 남자 사장님께선 "빵집에 빵이 없는 게 자랑인가요..." 라며 말끝을 흐리셨다. 솔직히 난 그 말을 들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듯 기분이 멍해졌다.
 
 보기에도 아주 정성을 들이신 티가 난다.
 보기에도 아주 정성을 들이신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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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허투루 하는 게 하나도 없지.'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샌드위치를 포장해갈 땐 식감이 죽을 거라며 오매불망 걱정하시고, 크림 들어간 빵은 행여나 녹을까 나중에 잘 먹었냐고 물어봐 주시는 곳. 크루아상 샌드위치의 경우에는 그 상태로 쇼케이스에 들어가 눅눅해 지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12시 전에 오셔서 드시는 분들에게 판매하신다고 할 정도다.

일본과 프랑스에서 기술을 배우신 쉐프님은 그네들의 철저한 장인 정신을 한국으로 옮겨오셨다. 팔고 나면 끝이 아니라 먹는 사람을 신경 써주시는 마음씨, 소박하다면 소박하지만 이런 건 절대로 쉬운 게 아니다.

'꼼다'의 빵, 직접 먹어봤습니다

 정갈하고 푸짐한 빵 한 차림이다.
 정갈하고 푸짐한 빵 한 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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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메뉴인 바게트 샌드위치다.
 대표 메뉴인 바게트 샌드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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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설명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이제 내가 먹고 온 빵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살라미 바게트 샌드위치는 속에 살라미햄, 토마토, 버터, 로메인, 치즈가 들어 푸짐한 빵이다. 바삭하고 구수한 맛의 바게트 사이로 레몬 제스트의 상큼한 향이 스치고, 버터의 부드러운 맛과 햄의 짭짤한 맛이 입안을 채운다. 채소의 아삭하고 신선한 맛까지 더해지니 무겁지 않은 한 끼 식사로 손색 없다. 같이 내주는, 마리네이드된 토마토와 양파를 피클처럼 먹어주면 톡 쏘는 맛까지 있어 금상첨화다.

 속에 산딸기가 듬뿍 들어있다.
 속에 산딸기가 듬뿍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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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크라상은 슈가 글레이즈가 입혀진 크루아상 속에 산딸기 콩포트가 들어있는 빵. 덕분에 처음엔 달콤함이 살짝 돌고, 으깨진 산딸기가 씹히면서 특유의 상큼한 맛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콩포트가 잼처럼 많이 달지 않아 더욱 과일의 풍미가 살아난다. 겉이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크루아상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씹을수록 살아나는 것이 포인트.
 
 구움 과자는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구움 과자는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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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그레이 유자 마들렌은 처음엔 유자의 상큼함이 감돌고, 글레이즈가 입혀져 달콤하게 먹을 수 있는 구운 과자. 속이 참 폭신하고 부드러워 음료랑 먹을 때 더욱 맛이 좋은데, 얼그레이 특유의 홍차향이 은은하게 돌아서 독특한 느낌도 난다.

까눌레는 틀에 밀랍을 코팅해 만든다는 독특한 구운 과자. 덕분에 살짝 태운 듯한 질감의 바삭한 겉면에선 쌉싸름한 맛이 나고, 흡사 푸딩처럼 촉촉한 속은 계란의 부드러운 맛이 난다. 바닐라가 들어있어 고급지면서 달콤한 향이 이국적인 매력을 만들어 주는 게 포인트. 겉과 속의 반전이 재미난 디저트다.

휘낭시에 살레(블루치즈)는 겉과 속에 블루치즈가 들어 일반 휘낭시에랑 다르게 꼬릿한 향과 짭짤한 맛이 더해지는 구운 과자. 그 치즈의 풍미가 처음에 강하게 들지만 뒤로 갈수록 제법 밀도가 있는 휘낭시에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입안에 퍼져간다. 요즘 말로 '단짠단짠'하게 먹을 수 있달까.

 여느 때 처럼
 여느 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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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먹고 나오면 금색 플레이트에 적힌 가게 명 "Comme D`habitude"가 눈에 보인다. 우리말로 "여느 때처럼"이라는 불어. 1년 전에 짜증을 내며 오르던 이 언덕은 이제 꽤나 익숙해졌다.

동생이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여긴 10년 뒤에 내 자식을 데려오고 싶은 빵집"이라고. 정말 10년 뒤에도 여느 때처럼 이곳이 더도 덜도 아니고 그대로 이 자리에 있는 상상을 해본다. 갈 때마다 행복한 기분이 되어 나올 수 있는 빵집이라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건 당연한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일요일, 월요일은 휴무 입니다. 사람이 아주 많이 몰리는 빵집이니 가능하면 미리 예약을 하고 한적한 시간에 방문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사진은 7월 8일 - 20일 사이의 것입니다. (간혹 더 예전 사진도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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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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