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의 배우 송하윤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의 배우 송하윤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6년을 만난 남자친구 주만(안재홍)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주만은 "그냥 남자친구가 아닌 세상"이라던 그의 여자친구 설희는, "주만이랑 결혼해서 좋은 아내와 엄마가 되는 게 꿈"이라던 설희는 흔들리는 주만에게 조용히 헤어짐을 고한다.

"넌 그냥 밤새도록 날 매초마다 죽였어. 우리 헤어져."

많은 시청자들의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이 대사는 이후로도 인터넷 상에서 자주 회자됐다. 주만-설희 커플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의 여론은 설희의 말에 두 쪽으로 나뉘었다.

"드라마니 둘이 다시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의견과 "설희가 흔들렸던 주만이를 버리고 새로운 사람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 설희는 다시 주만에게 돌아가게 된다. 설희를 연기한 배우 송하윤은 설희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설희 입장에서는 주만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주만에게 다시 돌아가지 말라는 시청자도 있었다'는 반문에 그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왜지?"라고 되물었다.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모습이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의 배우 송하윤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하윤은 몇 번이고 "설희가 이해되지 않았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 말이 지난 몇 개월 동안 그의 연기력에 따르는 호평을 증명해보이는 듯했다. ⓒ 이정민


"설희가 이해되지 않았던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 열심히 설희로 살았고 그래서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다"는 송하윤. 그는 미처 설희를 보내지 못한 듯 보였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배웠던 것, 느꼈던 걸 눌러 담고 싶다. 그동안 마음에 넣어둘 틈이 없었다"는 그를 1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주만이 어디가 좋냐고요?"

- 주만-설희 커플이 동만-애라 커플 못지 않게 인기가 많았다. 인기 비결이 있다면?
"보통 우리들에게 많이 있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과거에 나를 위로하지 못했던 것들을 설희에게 풀었던 게 아닐까. 보통 사람들이 슬프거나 아픈 것들을 애써 외면하고 안 보려는 심리가 있지 않나. 설희에게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과거 자신을 위로해주지 못했던 부분을 바라보며 설희를 봤던 것 같다. 나조차도 '나도 이런 말 한 적 있는데, 이런 말 들은 적 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같이 설희를 응원했다. 공감이 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 설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없었나.
"설희로 살면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어떤 작품을 받아서 연기를 할 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건 제3자인 송하윤이 나타나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 거다. 내가 이 대본을 받고 설희로 살고 있다면 이해 못할 부분이 하나도 없다. 오월이(<내딸, 금사월>)로 살 때도 그런 질문을 받았는데 이해 못할 인생은 없다고 본다. 최선을 다 해 살면 되고 최선을 다해 아프면 되고 기쁘면 된다."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의 배우 송하윤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하윤 "어느 하나 감정이 섞이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 이정민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의 배우 송하윤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설희는 주만에게 인내하고 참는 스타일이더라. 연기하면서 답답한 건 없었나.
"답답하고 참는다는 느낌 보다 '사랑하니까'라는 이유가 더 우선이었던 것 같다. 사랑하면 무섭거나 어려운 게 없다. 아파도 더 사랑하니까 계속 사랑해야지, 하는."

- '명대사'가 많은 역할이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신이나 대사가 따로 있나.
"식상하지만 정말 다 기억에 남는다. 설레는 신을 찍을 때는 경험상 빨리 지나가는 기분이고 헤어지는 신을 찍을 때는 1분 1초가 아깝고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상대를 꼼꼼하게 집중해서 보는 것 같다. 주만과 설희는 권태부터 헤어지는 단계의 감정선을 가지고 연기했기 때문에 방송으로는 몇 초밖에 안 나오는 신이더라도 길게 느껴졌다. 어느 하나 감정이 섞이지 않은 부분이 없었고 그 작은 것들이 쌓여 큰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모두 다 기억에 남는다."

- 드라마 촬영 중간에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안재홍 배우에 대해 "다음 작품에서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배우 안재홍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배우 안재홍과 주만을 분리해서 보지 않았다. 아직 주만이 캐스팅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설희가 돼 이 역할 너무너무 하고 싶다고 설희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주만이를 너무 붙잡고 싶었다. 헤어짐을 감지하면 원래 사랑이 배가 되지 않나. 더 좋아하는 상황이라면 좀 더 그런 것 같은데 그 촬영 시기가 딱 기자간담회 시기였던 것 같다. 재홍이가 이런 사람이구나 생각하면서 이 친구를 본 게 아니라 설희의 눈으로 주만이를 바라봤기 때문에 모든 간절함이 주만이에게 섞여있었던 것 같다. 머릿속에 온통 대본과 상황 생각밖에 없었다. 자다가도 대사를 하면서 일어나고 그랬다."

"네가 하고 있는 사랑도 맞아"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의 배우 송하윤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설희들에게 "'설희만이 아니라 네가 하고 있는 사랑도 맞아'라는 말을 하고 싶다." ⓒ 이정민


-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설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문득 생각이 나서 해보자면 '설희만이 아니라 네가 하고 있는 사랑도 맞아'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자기의 사랑이 확실하다면 후회도 자기 몫이고 아픔도 기쁨도 자기 몫일 거다. 설희를 연기하면서도 다른 생각은 아무 것도 없었다. 주만이를 많이 사랑한다는 그 느낌만 남아있었던 것 같다."

- 설희를 보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설희로 살면서 한 번도 외로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빨리 현장 가서 주만이 챙겨줘야 하는데 온통 이 생각뿐이었다. 분리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설희는 그냥 22살 송하윤의 일부분인 것만 같다. 마치 과거 이야기를 하듯이, 시간 지나면 설희의 인생을 내 시간인 것마냥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처럼 살고 있었다. 행복했다. 지금도 너무 좋고. 그리고 다음 작품에 임할 때도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만나고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데뷔한 지 14년차가 됐다. 이번에야말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랜만에 빛을 봐 감회도 남다를 것 같다. 어떤가.
"사실 그 '인생 캐릭터'라는 뜻을 잘 모르겠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배역을 맡아서 하진 못했다. 기회도 많이 없었고 못 해본 역할도 많다. 또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인기를 얻고자 택한 직업은 아니다. 나는 감수성이 남들과 다른 것 같으니 다른 쪽으로 내 감성을 써보자 해서 처음 시작한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인지도를 올려서 뭔가 해봐야지 이런 마음은 없다.

촬영을 하면서 드라마 반응 같은 걸 보내주는 분들도 계셨는데 '이런 거 보내지 말아주세요'라고 답했다. 오히려 방해가 되더라. 악플을 보면 너무 긴장이 돼 힘이 들어가거나 자꾸 꾸미게 되더라. 또 칭찬하는 글을 받으면 그만큼 기분이 좋아지면서 긴장이 풀리고. 그저 이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좋은 시간을 선물해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두 달 동안 16시간을 드라마에 투자한다는 건 굉장한 거다. 다들 바쁜데 대단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있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의 배우 송하윤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달 동안 16시간을 드라마에 투자한다는 건 굉장한 거다." ⓒ 이정민


- 연기를 그만 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나.
"항상 있었다. 너무 많다. 그런데 그게 배우이거나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처럼 마찬가지로 회사를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다른 친구들처럼 직업을 갖고 있지만 노출이 되는 직업일 뿐이지. 갖고 있는 고민이나 가끔 기분이 좋아서 덩실덩실 거리는 것도 똑같다."

- 욕심 나는 배역이 따로 있나.
"진짜 '다 해보고 싶다.' 그동안 떨어진 오디션이 천 번도 더 될 것 같다. 14년 동안 연기를 했는데 얼마나 많이 오디션을 봤겠나. 정말 너무 하고 싶어서 울며 불며 매달린 적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떨어졌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을 수 없다. 그래서 애라(김지원) 캐릭터를 보면서 계속 울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친구인데 계속 떨어지고 세상에 치이고 실패하니까. <쌈 마이웨이> 작가 선생님의 글을 너무 사랑한다. 좋은 15권의 책(대본)을 읽었구나, 그렇게 살았구나 하면서 나 또한 큰 위로를 받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의 배우 송하윤이 19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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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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