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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자료사진)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자료사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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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통영 지역 스쿨존을 조사하러 갔습니다. 배윤주 시의원을 만났습니다. 배 의원은 아이들 통학안전에 관심이 많아서 이미 스쿨존 관련 조례를 만들었고, 2년째 통영지역 스쿨존 개선사업을 함께 하고 계신 분입니다.

다음은 배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입니다.

- 어떻게 정치를 하게 됐나요?
"시의원이 되기 전엔 정치를 잘 몰랐습니다. 솔직히 정치에 대한 기대가 낮았고, 의회 정치가 정말 시민들의 삶을 바꾸고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시의원이 되기 전엔 시민단체인 통영YWCA 사무총장으로서 지역사회에 많은 관심을 갖고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활동을 하면서 우리 지역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현실 정책에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게 돼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치 입문을 제의했습니다. 많이 고민한 끝에 정치라는 옷을 입게 됐습니다. 시의원이 된 후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민과 공감하며 함께 성장하는 생활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도 노력 중입니다."

- 의정 활동 3년째입니다. 시의원이 되고 나니 어떤지 궁금합니다.
"시의원이 됐을 때 세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여성과 취약계층의 권익 향상, 지역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먹거리 사업으로 지역이 자생할 수 있는 순환 공동체 실현 등이었습니다. 통영은 도농복합도시입니다. 지역 마을들이 마을기업과 연대해 아이들 급식 문제를 해결하는 등 사람들이 머무르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안착하는 것을 원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 문제는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치권에 들어오자마자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의 독선적 행정에 따른 무상급식 중단문제로 많은 한계를 느꼈습니다. 제가 이해했던 지방자치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로 읍·면·동을 통영시가 지원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도에서 지자체를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습니다. 예산이라는 칼자루를 쥔 도가 군림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좌절을 많이 했습니다. 도지사가 마음먹으면 못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통영에서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시민, 의원, 공무원들이 아이들의 밥을 지키기 위해 급식관련조례까지 통과시키며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지방자치의 현실과 한계를 알게 됐습니다."

왼편이 배윤주 시의원, 오른편은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사업을 맡고 계신 김우진 주무관님
 왼편이 배윤주 시의원, 오른편은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사업을 맡고 계신 김우진 주무관님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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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한계 속에서도 개인적으로 뿌듯하거나 의미 있던 일을 소개해 주신다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청소년 문화의 집 등 청소년 시설 확충, 지역에 부족한 아동센터 확보 등 다양한 부분들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최근 통영시의 특별한 관심은 스쿨존 문제입니다. 아이들 통학로를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해 지역 관계자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통영시 도시계획 추진 과정에서 아이들 통학로 문제가 무시되는 경향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아이들 통학로를 보장할 조례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통학로와 스쿨존 관련 조례를 제가 만들었습니다. 통영시에 건물이나 시설이 들어설 때, 통학로가 보존되고 안전하게 개선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 통영에서 스쿨존 개선 정책을 2년째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 학교가기 좋은 길, 다니고 싶은 길은 1~2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닙니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우선 관련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시에 '길문화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그 분들이 쾌적한 보행환경을 위해 관광길 관련 실태조사를 한 적 있습니다. 추후 관광을 위한 길뿐 아니라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도 챙겨보자 해서 실태조사를 하게 됐습니다.

교육청의 협조로 학교들의 지원을 받아 2016년 5개교(원평초, 두룡초, 충무초, 광도초, 용남초)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교장, 관련 기관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 하고 학교에는 설문조사서를 드렸습니다. 설문조사서를 받은 뒤에는 시간을 맞춰서 학교 측 관계자들과 함께 통학로 실태조사를 한 뒤 보고서를 만들어 통영시에 제출했습니다."

- 통영의 스쿨존 개선 사업 가운데 '그린로드 대장정'은 무엇인가요?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스쿨존 개선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룬 성과와 관련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측이 관심을 표했습니다. 어린이 옹호사업의 일환으로 옐로카펫사업을 진행 중인 어린이재단에서 통영시의 연대활동을 알고는 '좀 더 광범위하게 정리하자'고 해서 함께 기획해 그린로드 대장정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통영시, 통영시의회, 통영교육지원청, 통영경찰서, 통영길문화연대, <한산신문>, 통영녹색어머니회, 통영모범운전자회, 한국토지주택공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아동옹호센터가 스쿨존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조성하기 위해 함께 기획·실태조사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7년 통영시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사업 계획서
 2017년 통영시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사업 계획서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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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될 텐데요, 통영이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포부가 궁금합니다.
"다양한 분들이 함께 뜻을 모아 섬세한 부분을 살피고 예산 편성까지 진행하는 것,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합심해서 이뤄내고 있는 것,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의원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일이 저의 개인적인 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통영 시민의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아이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어떤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영 시민들도 통영시의 격을 높이기 위한 행정공무원들의 노고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스쿨존 개선 사업이 일이 아닌 하나의 사명 같아 자랑스럽습니다. 꾸준한 관리·개선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벤트성 사업이 아니라 꾸준한 예산과 계획으로 함께 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배 의원이 생각하는 시의원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처음 시의원 제안을 받았을 때 '통영시가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합니다. 통영시민들과 함께 꿈을 꾸고 실현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것, 이것이 시의원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 시의원을 하며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견디고 있습니다. 정치를 잘하는 시의원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게 호흡하고 꿈꾸고, 그것을 실현하는 시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2017년 현재 재석초, 죽림초, 통영초, 충렬초, 벽방초, 진남초까지 스쿨존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위험한 스쿨존이 있지만 통영시에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아서 최악의 상황은 아닙니다. 배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정치를 잘하는 시의원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꿈을 꾸는 시의원이 되고 싶다는 말이 귓가에 남습니다. 이런 정치인이 지역에 많다는 것, 지역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분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왔습니다. 스쿨존 개선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고마운 만남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김용만의 함께 사는 세상)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통영시, #배윤주, #어린이 보호구역, #그린로드 대장정, #스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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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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