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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카카오는 19일 아침 발칵 뒤집혔다. 삼성전자 한 임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한 기사 노출을 막으려고 포털에 '협조 요청'했다는 <한겨레> 보도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날 "삼성이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한 내용의 기사가 노출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삼성, '이재용 불리한 기사' 포털 노출 막았다)

삼성전자에서 지난 2015년 5월 15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게 경영권 승계 과정이라는 비판을 막으려고, 포털에 관련 기사를 노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당시 최아무개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가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지금은 네이버와 다음에서 기사들이 모두 내려갔다. 포털 쪽에 부탁해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 다음날인 5월 16일에도 최 전무는 "양쪽 포털사이트에 미리 협조요청을 해놔서인지 조간 기사가 전혀 노출되고 있지 않다. 포털에 노출되지 않아 댓글이 퍼지고 있지 않은 추세. 기껏해야 댓글은 10여개"라고 보고했다.

<한겨레>는 이같은 문자 메시지를 근거로, 삼성전자가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뉴스 배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재용 기사 7시간 이상 노출 확인... '삼성 협조 요청' 여부는 확인 안돼

네이버와 카카오는 보도 내용을 즉각 부인했다. 카카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삼성의 요청에 따라 기사를 내렸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15일 이미 이재용 부회장 관련 기사 2건을 다음 뉴스 첫 화면에 노출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관련 기사를 배치하지 않은 것도 이미 앞선 기사를 메인면에 배치해 기사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이버 역시 15일 네이버 뉴스 메인 화면에 이재용 부회장 관련 기사 3건을 2~3시간씩 연이어 노출했다고 밝혔다.

실제 이 같은 주장은 양사의 뉴스 배치 이력으로 입증됐다. 카카오는 다음 뉴스 홈에 배치된 주요 기사를 날짜 별로 살펴볼 수 있게 '배열 이력'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해당 화면에 들어가면 <머니투데이>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룹 사회공헌·문화사업까지 총괄' 기사와 <연합뉴스>의 '삼성공익재단에도 이재용식 '변화의 바람' 부나' 기사가 5월 15일 당일 배치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는 두 기사가 각각 15일 오전 8시 48분부터 오후 1시 26분까지 4시간 38분간, 오후 1시 15분부터 오후 4시 28분까지 3시간 13분간 합쳐 7시간 넘게 노출됐다고 밝혔다.

2015년 5월 15일 다음 주요 기사 배치 이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5월 15일 다음 주요 기사 배치 이력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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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마찬가지로 과거 '이시각 주요뉴스' 배치 기사를 날짜, 시간, 분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이데일리>의 '이재용 부회장, 삼성 재단 이사장 선임…후계자 지위 강화' 기사가 15일 오전 10시 39분~오후 12시 56분까지 2시간 16분 노출된 데 이어, <연합뉴스>의 '삼성공익재단에도 이재용식 '변화의 바람' 부나' 기사가 오후 12시 56분부터 오후 4시 11분까지 3시간 15분, <뉴시스>의 '삼성, "재단 이용한 '우회상속'은 없다"'기사가 오후 4시 11분부터 오후 7시 8분까지 2시간 57분간, 모두 7시간 32분 노출됐다. 이들 기사는 15일 네이버 경제 분야 '많이 읽은 기사'에서 각각 12위와 14위를 차지했다.  

네이버 2015년 5월 15일 주요 기사 기사 배치 이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2015년 5월 15일 주요 기사 기사 배치 이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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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프레시안> "삼성 총수 승계는 '집안일'이 아니다" 기사와 같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도를 비판한 경제개혁연대 논평을 다룬 '진짜 불리한 기사'는 양쪽 포털 어디에도 노출되지 않았다. 대신 '삼성, "재단 이용한 '우회상속'은 없다"' 같은 삼성의 해명성 기사가 메인에 노출됐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사 배치 이력이 담긴 '블랙박스' 덕에 이재용 관련 기사를 노출하지 않았다는 혐의에선 벗어났지만, 이들 기사가 내려가는 과정에 삼성전자 인사가 개입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공교롭게 네이버와 다음 모두 15일 오후 7시 이후에는 이재용 부회장 관련 기사를 주요하게 배치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16일 오전 '조간1면 아침신문 헤드라인 모아보기'에 노출된  <한국일보>의 ''이재용 체제' 지난 10일부터 움직임 감지' 기사가 이날 경제 분야 '많이 읽은 기사' 5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전날처럼 주요 기사로 배치되진 않았다. 네이버는 16일 송고된 관련 기사가 15건으로 전날 140건에 비해 90%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삼성 쪽에서 해당 기사 노출 관련 요청을 받은 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최아무개 전무도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자신은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 담당이어서 그런 보고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삼성 포털 관련 업무를 맡았던 언론 담당 고위 임원도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그 내용을 알지 못하고, 포털 쪽에 그런(기사 노출 관련) 요청을 해본 적도 없다"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삼성전자 "임원이 허위 보고... 당일 포털 접촉 안해"

삼성전자는 20일 오후 네이버와 카카오쪽에 공문을 보내 당시 문자메시지 내용은 삼성 임원의 허위 보고 였고 당일 포털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이날 양사에 보낸 공문에서 "2015년 5월 15일 저희 측에서는 네이버(카카오)와 아무런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문자메시지는 해당 임원이 상황을 허위로 보고한 것인데, 회사 내부인끼리 주고받은 내용이 외부에 유출돼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해당 임원은 회사 관련 기사가 네이버(다음) 메인화면에 장시간 노출됐다가 자연스럽게 메인 화면 아래로 내려간 상황을 마치 자신이 역할을 한 것처럼 과장해 보고한 것"이라면서 "저희 임직원이 내부 보고 과정에서 사실과 달리 보고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양사에 유감을 표했다.


태그:#포털뉴스, #삼성, #이재용, #카카오,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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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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