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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을 "공무상 비밀 누설 및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2항 제1호' 위반 혐의"로 19일 검찰에 고발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 기록물이란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하여 생산·접수·보유하고 있는 기록물 및 물품"을 말한다.

"대통령 기록물로 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전문가협회, 알권리연구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 캐비닛 문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지정기록 제도는 국정농단 사태를 막고 그 전모를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며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을 국익과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기록관리·정보공개 전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 공개하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기록학회, 한국기록전문가협회, 알권리연구소,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 캐비닛 문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지정기록 제도는 국정농단 사태를 막고 그 전모를 밝히라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며 “대통령기록관에서 보존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을 국익과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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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라면 박수현 대변인 등이 공개한 문서들은 대통령 기록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9일 '청와대 캐비닛 문서 관련 기록관리·정보공개 전문가 단체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기록물 중 지정한 기록이라면 청와대에 남아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기록관으로 이관됐어야 한다"면서 "법률을 오도하지 마시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후 관련된 질문에도 이 의원은 거듭 "다시 말해 지정이란 행위를 거친 기록물이라면 특정 기간 공개가 제한된다. 그런 지정 기록물이라면 청와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다 '시원한' 답변이 듣고 싶어졌다. 기자회견에 이 의원과 함께 참석한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과 통화했다. 핵심 물음표는 두 가지였다. 어쨌든, 그래도 법대로라면, 대통령 기록물로 봐야 하지 않나? 그리고 박 대변인의 행위를 '유출'로 볼 수 있는가.

이 회장은 "학문적으로는 대통령 기록물로 본다"고 말했다. "업무 과정 중 생산하였거나 접수한 모든 것은 대통령 기록물로 본다"고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불행하게도"란 단서가 뒤따랐다. 그는 "불행하게도 NLL 회의록이나 대화록 공방 과정에서 등록되지 않은 기록은 기록이 아니라는 판례가 생겼다"고 했다. 이어 "해당 판례를 합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현재 법적으로만 본다면 유출로 처벌할 수 있는 대통령 기록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출? "이걸 유출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야말로..."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 캐비닛 문서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의 무단폐기 의혹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기록관리·정보공개 전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 공개하라" 이소연 한국기록학회 회장(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 캐비닛 문서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 기록의 무단폐기 의혹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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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굉장히 특별한 대통령"이란 점을 먼저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업무 행위를 통해 탄핵된 대통령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이 기록이 담고 있는 내용 모두 지금 법정에서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대통령 범죄 행위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기록 아니냐"고 또 한 번 되물었다.

대통령 기록물로 보기보다 대통령의 불법 행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증거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답변이었다. 이 회장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자체가 책임 행정과 투명 행정을 지원하기 위해 기록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절차를 만든 법"이라며 "투명 행정, 책임 행정과 관련 박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 여부를 밝혀야 하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 그 기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기록을 왜 생산했고, 왜 관리했으며, 왜 보존하고 보호하는 기록인지 묻지 않을 수 없을까요?... (중략)... 그게(박 대변인의 행위가) 유출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박 전 대통령 기록은, 지금 국민이 알아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고, 그걸 청와대가 공개한 겁니다. 이걸 유출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이야말로 이 기록을 감춤으로써 숨겨야 할 어떤 사실이 있는 분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곧바로 이런 말도 따라붙었다. "현재 박 전 대통령 기록의 유출을 주장하는 것은 은폐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씀을 묻자 뒤이어 시원시원한 답변이 터져 나왔다. 그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가급적 통화 내용 그대로 소개한다.

대통령 기록물법 진짜 취지... "박 전 대통령, 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사람"

"대통령 기록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면 항상 그래왔어요. <대통령 기록 전쟁>이란 책이 나왔을 정도로, 기록을 갖고 정치 쟁점화하는 걸 넘어서서, 거의 전쟁 수준으로 난리치는 것이 지난 10년 동안 몇 번에 걸쳐 반복되어 왔어요. 그때마다 대체로 혹세무민하는 내용들이 굉장히 범람했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국가기록원장을 지냈던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 대통령 기록을 후임 대통령이 못 보게 하는 것이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의 취지'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이런 말이 국회 아침 회의나 이런 곳에서 다시 나오고, 보도되고, 일부 언론이 받아쓰고 그래요.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은 기록을 더 생산하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그걸 박 전 대통령은 정면으로 위배한 사람 아니에요? 기록을 만들지 않았다고요. 결국 법의 심판대까지 섰는데, 우연히 기록이 나왔어요. 우연히. 그럼 우연히 남은 기록에 대한 책임은 전 청와대 직원들이 져야죠. 도대체 업무를 어떻게 했다는 겁니까. 아무데나 중요한 기록들을 박아 넣고, 아무렇게나 방치했던 기록이에요.

게다가 36명의 인원을 동원해서 이관했다, 틀렸을 리 없다, 이런 말도 나오는데, 그걸 발견한 사람이 잘못이란 억지잖아요. 이관을 잘못한 거죠. 국가기록원 위상 자체가 청와대 밑에, 행자부 밑에 산하기관이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에서 주지 않으려고 하는 기록을 뒤져 가져오기가 굉장히 어려운 권력관계에 있단 말이죠. 그런 기록을 안 챙겨준 자들에 대해 기록 관리 부실, 업무 부실 등 책임을 지워 처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체로 대통령 기록으로 전쟁을 벌였던 자들은..."

끝으로 인상적인 한 마디가 나왔다. "대체로 대통령 기록으로 전쟁을 벌였던 자들은 대체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의 적이었던 자들"이라고 했다. 이 회장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묻어 있었다.

"청와대에서 문서 세단기를 수십 대 사서, 그렇게 썰어대고도 그것조차 부실하게 잘하지 못해서 나온 기록이란 말이에요. 그 기록을 어쨌든 찾아서 국민에게 공개하고,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하고 그랬는데, 그런 행위에 대해 기술적으로, 법 조항을 아주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이리 저리 빼고 붙여서 고발해내는 이런 작태.

대체로 대통령 기록으로 전쟁을 벌였던 자들은 대체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의 적이었던 자들이에요. 항상 법을 무력화시키는 그런 행위를 일삼다가 정치적 목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는, 부실행위를 감추려는 목적으로 법을 사용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태그:#이소연, #이재정, #박수현, #박찬우, #대통령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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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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