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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사진의 주인공인 서전고 1학년 최양다음 양은 중학교 학생회장 시절, '여학생 바지 착용’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학교 측과 마찰을 빚으며 좌절을 경험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교복사진의 주인공인 서전고 1학년 최양다음 양은 중학교 학생회장 시절, '여학생 바지 착용’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학교 측과 마찰을 빚으며 좌절을 경험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 최양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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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요즘은 여학생 교복도 그렇게 나와요? 완전 편하게 보이고 좋은데요~?"
"아, 이거 남자애들 교복인데 그냥 제가 사서 입은 거예요."

바지 입은 이 여학생, 쿨하다. 남학생 교복을 직접 사 입었다고 하니 신선하기까지 하다.

올해 충북 진천군 덕산면 충북혁신도시에 개교한 서전고등학교(자립형 공립고) 1회 입학생 최양다음 학생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개교한 학교는 학교가 일방적으로 규정을 정해 교복 선정을 할 수 있었지만, 이 학교는 달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 교복을 결정했다.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은 입학 후 4개월이 지난 7월 초에야 교복을 입을 수 있었다. 이렇게 충분한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교복 착의 합의에는 아래와 같은 항목도 포함돼 있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를 기본으로 하되, 선택사항으로 바지 착용도 가능하다."

교복에 관련된 규칙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학교의 운영 방식 자체가 상벌점제가 없고 자율을 중시하기 때문에 여학생이 바지를 입어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전고등학교는 지난 11일 학교장 명의로 '신체 변화와 외모에 대한 관심 이해하기'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도 발송했다. 서전고등학교는 "사춘기가 되면 자아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며, 이는 내면의 모습뿐 아니라 외면의 부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자녀의 외모와 옷차림에 대한 관심과 표현을 인정해야 하며 부모의 지나친 지적과 간섭은 관계를 틀어지게 만든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학생들이 외모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자아표현의 일환"이라면서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서전고등학교장 명의로 발송된 가정통신문.
 지난 11일 서전고등학교장 명의로 발송된 가정통신문.
ⓒ 서전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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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흐름, 학생의견 반영한 교복 규정 만들어야

앞서 서전고등학교는 교복 착용뿐만 아니라 원거리 학생의 교통편 문제 해결, 학급 편성, 방과후학습, 진로희망, 동아리활동 등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이를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또 이 학교는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이면서 자기주도 학습전형 시행으로 충청북도와 교육청, 진천군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지역의 새로운 공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학교 현장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교복 착용은 주로 각 학교의 재량에 맡겨진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와 바지 모두 교복으로 인정하는 학교도 있지만, 치마만 교복으로 지정하는 학교도 많다.

일부 학교는 바지 교복 착용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다리나 허벅지에 흉터가 있거나 학교장의 허락을 받은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시대가 바뀐 만큼 여학생들의 복장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학교 현장의 규칙은 대부분 수십 년 전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교복 사진의 주인공인 최양다음 학생도 중학교(진천여중) 재학 시절 학생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여학생 바지 착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시 학교 측과 마찰을 빚으면서 공약 이행에 좌절을 겼었다고 한다. 바지 착용에 대한 최양다음 학생의 입장은 단순명료하다.

"치마 줄이고 바지 입는다고 비행 청소년 되지 않아요"

“옷은 옷일 뿐, 날개가 아니다”라며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최양다음 양.
 “옷은 옷일 뿐, 날개가 아니다”라며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최양다음 양.
ⓒ 최양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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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말고 바지를 입은 여학생을 두고 '이상하다', '여자답지 못하다'라고 보는 시선은 구시대적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여학생들에게 교복으로 치마와 바지를 함께 선정하거나, 남녀 구분 없이 교복 바지를 함께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들에게도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권리, 학교생활을 편하게 할 권리가 있다. 물론 교복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최양다음 학생은 1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여학생들이 바지 입으면 안돼, 남자가 무슨 치마를 입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라면서 "옷은 옷일 뿐 날개가 아니다, 학생들이 치마를 줄이거나 바지통을 줄인다고 해서 결코 '날개'를 단 것처럼 비행 청소년이 되지는 않는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태그:#교복, #바지, #치마, #서전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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