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특별시사회가 18일 오후 서울 합정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장훈 감독과 황석영 작가가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영화 <택시운전사> 특별시사회가 18일 오후 서울 합정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장훈 감독과 황석영 작가가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 쇼박스


5.18 민주화운동을 두 외지인의 시선으로 본 영화 <택시운전사>. 역사적 비극을 온몸으로 경험한 작가는 어떻게 봤을까. 1980년대 민중문화운동과 함께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분투한 황석영 작가가 18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택시운전사> 특별시사회 직후 간담회에서 한 말은 "아주 몰입했고, 계속 눈물이 났다"였다.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담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그리고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사자로 알려져 있는 그가 마침 자서전 <수인>을 발표했다. 이번 시사회는 광주로 엮인 이 내부인과 광주항쟁 이후 세대로서 그 사건을 바라본 장훈 감독이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시선의 교차

"감독이 접근을 잘했다고 본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 여기서 아무 생각이 없다는 건 어떤 시사 상식이나 정치적 입장이 없는 보편적 서민을 뜻한다. 그 서민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영화에서 묘사한) 1980년 5월 20일과 21일은 광주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분기점이었다. 20일에 광주역 사수를 놓고 이미 그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민들을 조준 사격한 저격수들이 있었다는 게 여러 시민들과 외신 기자들의 증언이었다. 영화는 그런 사실을 적절하게 다루면서 이 운전기사(송강호)의 여러 심리적 반전, 상황에 따라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렸다." (황석영 작가)

"너무도 잘 아는 이야기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던 황석영 작가는 택시운전사와 광주의 진실을 알리려고 그곳으로 뛰어든 독일인 외신기자에게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언급했다. 영화는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와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광주의 참상과 이들의 변화를 그린 작품. 황석영 작가는 <박하사탕> <꽃잎> 등 그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를 언급하며 "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자세로 내부인의 시선으로 다룬 영화들과 달리 <택시운전사>는 보편적 휴머니티, 이걸 발동시켰다. 그래서 계속 눈물이 났다"고 감상을 전했다.

민주화 항쟁 직후부터 지금까지 권력자들은 '빨갱이', '폭도'라는 단어로 그 정신을 폄훼해왔다. 황석영 작가 역시 이 지점을 짚으며 "그런 단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게 바로 인정성"이라며 광주의 저항 정신과 최근 있었던 촛불 집회를 설명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관련 사진.

영화 <택시운전사> 관련 사진. ⓒ 쇼박스


"공권력에 대들었으니 폭도? 그게 아니라는 게 증명된 거다. 박정희가 죽고 일어난 신군부 쿠데타, 그리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내려보낸 군대는 국민의 것이 아니었다. 본래 국군은 국민의 아들 딸들 아닌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1순위다. 그런 이들이 특정 정치적 일파의 사병으로 광주에 내려간 거다. 국민의 군대가 아닌 거지. 헌법에 명시된 국민 저항권을 행사할 때였다. (중략)

지난 10여 년 간 일부에서 광주 항쟁 자체에 대한 왜곡과 모함을 계속 해왔다. 정권욕 때문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안보국가론의 정체는 바로 48과 53체제다. 전자는 바로 국가보안법의 근간이 된 1948년에 선포한 치안유지법, 후자는 한국전쟁 후 맺은 정전협정이다. 평화협정이 아니었지. 이 두 기둥이 안보국가론을 떠받치고 있고, 21세기 이 슈퍼 모던한 시기에도 우리 내면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정권이 어떻게 해서든 폄훼해서 시대를 거꾸로 가려했는데 우린 촛불 통해 다시 환기시키지 않았나. '야, 우리가 본래 이렇게 살지 않았니?' 광주는 한 순간의 불빛이 아닌 한국 근대사를 면면하게 흐른 위대한 시민들 힘의 한 부분이다." (황석영 작가)

황 작가의 이런 상찬에 장훈 감독이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광주 항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로 자신을 설명한 장훈 감독은 "기존 광주 소재 영화와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인공이다"라며 "(황석영 작가 말대로) 두 외부인 시선을 관객들로 하여금 따라가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진실을 알리려는 몸부림

영화 <택시운전사>의 정체성을 "보편적 자아의 발동이자 소시민의 꿈"으로 해석한 황석영 작가는 "민주화라는 게 바로 다 같이 평화롭게 잘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존 인물 힌츠페터 기자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짚었다.

"직접 본인이 취재해 겪은 실화이고 바로 그 광주의 며칠이 자기 인생을 지배한 거다. 제 친구 중에도 있다. 지금 <르 몽드> 동경 지국장을 하고 있는데 광주의 기억으로 아시아를 못 떠나고 있다. 1년, 2년 마다 한 번씩 지금도 광주를 찾는다. 그런 외신 기자가 많다. (영화에 나온) 이 독일 기자는 광주에 대한 사랑이 더 깊고, 그 연대 의식이 깊어서 자기가 죽을 때 5.18 묘지에 묻어 달라 했을 정도다. 광주 문제는 어떤 지역이나 한 시대 얘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다." (황석영 작가)

이 말에 장훈 감독은 영화를 위해 직접 위르겐 힌츠페터를 만난 사연을 전했다. "영화 줄거리를 독일어로 읽어드렸을 때 영화화에 대해 긍정적이셨고 응원해 주셨다"는 장훈 감독 말에 황석영 작가는 관심을 보이며 "또 기특한 게 이 영화는 박근혜 정권에서 개봉할 걸 각오하고 만든 거잖나"라고 답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영화엔 두 인물의 활약과 함께 진실보도를 갈망하는 광주 시민, 그리고 언론인들이 등장한다. 황석영 작가 역시 스스로 기록자로 전성기를 바친 장본인. 그의 자서전 <수인>에 바로 자유와 진실을 갈망했던 당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 특별시사회가 18일 오후 서울 합정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장훈 감독과 황석영 작가가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영화 <택시운전사> 특별시사회가 18일 오후 서울 합정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장훈 감독과 황석영 작가가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 쇼박스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광주의 진실을 보고 서울로 가서 여러 문인들을 만났는데 내 말을 믿지 않더라. 막 <장길산>을 완성했고, 한창 마케팅 할 때였는데 광주항쟁을 기록하고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팀을 만들어 준비한 거다. 그 작업을 하는 바람에 신세를 조진 거지(웃음). 그 이후 해외 망명을 떠나 한동안 광주에 못 왔고, 그런 이야기도 책에 담았다. 돌아보니 작가로서 중요한 시기를 바쳤다는 생각이 든다."

행사 말미 황석영 작가는 항쟁에 투신한 사람들이 모두 소시민이었음을 강조했다. "정치적 신념이나 뜻이 있는 이가 아닌 행복한 삶을 꿈꿨던 시민이었기에 이 영화가 힘이 있다"며 "<택시운전사>는 어떤 정치세력이나 정치적 생각을 가진 일파를 위한 영화가 아닌 동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영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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