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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항구에 세워진 표지판
▲ 다도해해상공원탑 흑산도 항구에 세워진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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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는 섬이 최고다. 동남아시아의 수상마을은 은은하고 평범한 삶의 현장이라면, 우리나라 바닷길 여행은 스릴과 모험의 세계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스토리가 있는 섬 여행에 빠져들었다.

다도해.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위에 점점히 박혀 있다.
 다도해.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위에 점점히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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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섬이 몇 개나 될까. 통계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략 3300여 개 정도로 보면 된다. 섬의 천국이다. 제주도, 한려수도, 울릉도, 독도가 독특한 관광특구라면 남해안의 다도해는 바다와 육지, 역사가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이다.

6월에는 거제도, 외도를 다녀왔다. 친구들도 조금씩 여행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고향 초등학교 친구들이다. 지금도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여행도 하면서 노후를 즐긴다. 천천히 주위도 돌아보면서 여유 있게 살아간다. 인생이라는 험로를 줄타기 하듯이 항해한다.

홍도는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20분 걸린다. 가깝지 않은 거리다. 기상이 조금만 악화돼도 갈 수가 없다. 젊어서부터 자주 찾는 곳이다. 10일 이상 섬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적도 있다.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다.

고향 죽마고우다. 온화하고 은은하고 평화로운 얼굴, 고향 텃밭에 채소를 가꾸며 노후를 즐긴다. 은퇴후  여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친구는 즐기면서 산다. 부와 명예 버려서도 않되지만 과해서는 더욱 안되는 일. 미소가 아름답다
 고향 죽마고우다. 온화하고 은은하고 평화로운 얼굴, 고향 텃밭에 채소를 가꾸며 노후를 즐긴다. 은퇴후 여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않은 일이다. 하지만 친구는 즐기면서 산다. 부와 명예 버려서도 않되지만 과해서는 더욱 안되는 일.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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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기다렸다. 은근히 설레기도 했다. 죽마고우와 여행은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과 공간 속을 오간다. 향수에 빠져든다. 어렸을 때의 기억만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상하다. 다른 건 기억이 나지 않는데.

16일, 당일 코스로 홍도를 다녀오기로 했다. 오전 7시까지 승선해야 한다. 바삐 움직인 탓에 목포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6시 50분이다. 한 친구가 신분증을 두고 왔다. 메신저로 전송받아 겨우 승선했다. 나이 탓인가.

중부지방에는 호우경보가 내렸다. 전일까지 이곳에도 비가 많이 내렸지만 오래전에 계획한 일이라 실행하기로 했다. 하늘에는 구름만 가득했다. 너울성 파도 때문에 배가 약간 흔들릴 거라는 선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덥지도 않고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비금·도초를 지날 때였다. 멀미 때문에 메스껍고 어지러운지 위생봉투를 찾느라 소란스러워졌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아주머니의 얼굴이 하얗다 못해 새까매졌다. 남편은 연신 등을 두드려줬다. 이쯤 되면 여행이 문제가 아니다.

흑산도에 내려 잠깐 바람을 쐬기로 했다. 친구들도 예외가 아니다. 두 친구를 제외하고는 완전 녹초가 된 상태다. 30여 분만 더 가면 된다는 승무원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하선하기로 했다.

여객터미널 의자에 들어 누어 버린 친구들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여행 추진의 당사자인 나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장마 중에도 여행을 밀어붙이고, 섬으로 여행을 고집한 탓이다.

전혀 생각지도 않게 목적지가 바뀌게 된 이유다. 흑산도 하면 생각나는 것은 홍어,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정약전 유배지 정도다. 전에 일주 도로를 드라이브 한 적은 있지만.

신안, 완도, 진도, 여수 등에 걸쳐 형성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크고 작은 100여 개의 섬으로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 섬 전체가 검게 보인다는 뜻의 흑산도는 인구 4300여 명으로 우리나라에서 25번째로 큰 섬이다.

흑산도 일주 도로 관광

칠선바위
 칠선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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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희뿌옇게 밀려온다. 문암산 허리를 감고 돈다. 바다 멀리 수많은 섬들이 점처럼 보였다. 흡사 바다동물이 숨쉬기 위해 물 위를 올라오는 것처럼 살짝 머리를 내민 듯했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일주 도로는 25.4 km. 돌고 도는 길은 도로 예술의 극치다. 읍동에서 상라봉까지의 고갯길이다. 멀리 푸른 바다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아름다운 고갯길이다.

승합차로 일주 도로를 안내하는 가이드의 기계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지석묘군, 철새 박물관, 석탑, 습지, 우럭 가두리 어장 등….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기념탑,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 문화 유배 마을 등이다.

이미자가 부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다. 그 당시만 해도 뱃길이 좋지 않을 때다. 섬에는 육지에서 오신 총각선생님이 인기 최고였다. 오지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이미자가 부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다. 그 당시만 해도 뱃길이 좋지 않을 때다. 섬에는 육지에서 오신 총각선생님이 인기 최고였다. 오지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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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김훈의 장편소설 <흑산> 등이 없었다면 명품 섬 흑산도를 얼마나 알 수 있었을까.

흑산도는 흑색의 섬, 암흑의 섬이었다. 고작 2시간여 배를 타고 뱃속의 물 한 방울까지 토해낸 일행을 보면서 옛날 유배된 선비들의 비애를 느꼈다. 몇 날을 망망대해에서 파도와 사투를 벌였을까.

정약전은 <목민심서>를 쓴 정약용의 형이다. 정약용은 강진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된다. 이곳에서 흑산도 해역의 수많은 고기에 대하여 관찰·기록해 <자산어보> 써냈다. 후인들에게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흑산도 지도바위
 흑산도 지도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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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멀리 희뿌옇던 안개도 걷혔다. 배멀미 때문에 힘들었지만 가이드의 구수한 입담과 멀리 펼쳐지는 넓고 푸른 바다를 보니 피로가 모두 가셨다. 해당화가 어우러진 섬마을의 고갯길에 <흑산도 아가씨> 가 구성지게 들렸다.

유람선 해상관광

오후 일정은 해상 유람선 관광이다. 유람선 1코스는 대둔도와 다물도에 펼쳐진 기암괴석 동굴, 작은 섬들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바다 여행의 참맛은 유람선 관광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뒤따르는 갈매기…. 낭만여행이다.

잔잔한 파도 위를 스키 보드 타듯이 오르내렸다. 다도해 해상공원 홍도·해금강 지구는 청정해역이다. 멀리 보이기 시작한 형형색색의 바위들은 신이 다듬어 놓은 조각이다. 그 경이로움에 형용할 수 없는 놀라움을 느꼈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오래전 해금강 여행 시 선장의 풍자와 유머에 놀란 적이 있다. 유람선 여행의 멋스러움은 가이드의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입담이다. 온갖 바위마다 이름을 붙여준다. 전설을 만든다. 그때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할 때다.

하늘로 통하는 문이다. 물이 빠진 탓에 들여다 볼 수 있었다.
▲ 동굴 하늘로 통하는 문이다. 물이 빠진 탓에 들여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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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운행하는 정 선장도 만만치 않다. 소형 선박이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노란 구명조끼를 입은 일행의 모습이 나이에 비해 젊게 느껴졌다. 선장의 안내 방송이 통통거리는 뱃소리에 묻혔다.

암석이 모진 비바람에 닳고 깎여 형형색색의 조각으로 환생한 듯했다. 그 많은 전설을 안고 있는 기암괴석에 정 선장 같은 분이 이름을 붙여주지 않으면 어디서 그 이름을 얻을 수 있을까. 그 누가 할머니와 할아버지 바위의 전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통천문인듯 하늘로 뚫린 바위동굴로 들어서니 시원한 냉기가 흘렀다. 물이 빠진 시간이라 동굴 속까지 들어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의 인증사진은 필수다. 가파른 바위 위라 위험하다. 서로 손을 꼭 잡아 줬다. 친구 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선장의 안내 방송은 막힘이 없었다. 멀리 눈에 들어오는 것은 촛대바위. 화순 고인돌 돌무덤 속에 우뚝 서 있는 듯하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만의 볼거리다.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싹 가셨다.

원숭이 바위, 곰바위, 해골바위, 홍어 동굴, 거북이 토끼바위, 스님 바위, 어머니 바위…. 해금강 십자 곳 동굴 속을 탐험한 적이 있다. 작은 배라 동굴 속까지 들어갈 수 있다. 높은 파도라 스릴도 있다. 이곳 동굴 탐험도 비슷했다. 뼛속까지 냉기가 흘렀다. 가슴이 서늘했다. 파도 때문일까.

고향 친구들과 함께한 흑산도 일주도로 및 해상 유람선 관광은 올 여름 최고의 피서였다. 홍도에서 보지 못한 또 다른 보물을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상쾌했다.

갈매기.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짝 잃은 기러기 한 마리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갈매기.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짝 잃은 기러기 한 마리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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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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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 다물도에 위치한 촛대바위다.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다도해 다물도에 위치한 촛대바위다. 주변의 기암괴석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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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흑산도지구의 기암괴석
 홍도 흑산도지구의 기암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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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바위
 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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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흑산도, #천사의섬,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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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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