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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꾸로 성조기'에 전쟁 안 돼! 평화협정!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를 반대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 양심수 석방 문화제에서 '거꾸로 성조기'에 전쟁 안 돼! 평화협정!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를 반대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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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영국의 반전평화운동가 린디스 퍼시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거꾸로 성조기' 피켓을 들고 지난 양심수 석방 문화제가 열린 광화문 광장에 갔다. 피켓에는 미국 군사주의 반대, 전쟁 반대, 평화협정을 요구하는 의미를 담았다.

내 앞자리에 외국인 여성 한 분이 한국 분과 같이 앉아 있었다. 독일의 잉에 회거 의원이었다. 잉에 의원은 이날 무대에 올라서 '양심수 석방 촉구'와 더불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안 등을 제시했다.

나는 그의 발언에 감동해 잉에 의원과 '거꾸로 성조기' 피켓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그 순간, 옆에 앉아 있던 남자분이 "여기가 어딘데 성조기를 들고 와서 앉았느냐, 당신 누구냐"라며 피켓을 빼앗으려 했다.

이에 "'거꾸로 성조기'는 반전·반미·평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결국 잉에 의원과 사진을 찍지 못하고 소동은 진정됐다. 잉에 의원 곁에서 통역을 해주는 분이 의미를 설명해서 오해는 풀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피켓을 빼앗으려 한 그분은 내 SNS 친구였고, 사학을 전공한 분이었다. 그분은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며 내게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엄마'를 사칭하는 여성들이 어느 순간부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광장으로 나와 '박근혜 구속·탄핵 반대' 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태극기만이 아니라 성조기까지 들고나와 애국을 외치는 심리에는 미국이 전쟁으로부터 한국을 구해줬다는 인식, 남북 분단에 따른 이분법적 이념 인식 등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미국은 정말 무조건 고마워해야 하는 나라일까? 나라 간에는 군사적·경제적·문화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미국은 경제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 등을 요구하며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 하고 있다. 이제는 미국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사고가 필요하다.

성조기들 들었다는 오해를 갖지 않도록 '거꾸로 성조기'의 의미를 잘 드러나게 만들었다.
▲ '거꾸로 성조기' 성조기들 들었다는 오해를 갖지 않도록 '거꾸로 성조기'의 의미를 잘 드러나게 만들었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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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거꾸로 성조기'가 갖는 상징성은 의미가 크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평화어머니회 고은광순 대표는 한국을 방문한 린디스 퍼시와의 만남을 통해 '거꾸로 성조기'가 갖는 상징성에 공감하며 '거꾸로 성조기'를 이어받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는 것보다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미국을 강력히 규탄하는 방법이다. 미국에 저항했던 원주민의 방식을 영국 평화운동가 린디스 퍼시가 이어받았고, 한국에서는 평화어머니회가 이어받은 것이다(관련 기사 : 평화어머니들은 왜 '거꾸로 성조기'를 들었나).

우리는 태극기든 '거꾸로 성조기'든 그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를 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안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태그:#평화 협정, #양비론적 사고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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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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