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시작하는 JTBC 추리예능 <크라임씬3>의 출연진들이 포토타임에 응하고 있다. JTBC <크라임씬3>은 2014년 한국 최초의 추리예능으로 시작해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크라임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살인사건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직접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되는 롤플레잉(Role-Playing) 게임예능이다.

JTBC 추리예능 <크라임씬3>의 출연진들. ⓒ JTBC


2년 만에 아니, 2년 만에 부활했다. 휴스턴 국제 영화 및 영상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고, 강력한 고정 팬덤과 아류 예능을 낳았던 그 프로그램, <크라임씬> 말이다. 시즌 1부터 개근한 박지윤과 시청자가 뽑은 시즌 2의 추리왕 장진은 물론이요, 드디어 고정이 된 시즌 2의 조커 김지훈과 추리되는 예능인 양세형 그리고 예능과 연기 둘 다 되는 정은지란 새로운 엔진과 함께 돌아왔다.

그런데, 이 배 뭔가 부실했다. 2년의 공백 때문이었을까. 팬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엔 부족했다. 새 출연자들은 팬들의 기대에 힘입어 쾌속 순항할 줄 알았는데, 출항하자마자 삐걱댔다. 시즌 3를 찬양하는 팬이 생기지 않고, 시즌 2를 레전드로 칭송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과거는 미화된다지만, 이쯤 되면 과거 미화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뭐였을까.

아쉬웠던 멤버 구성

이끼 같이 스며들어 귀신같은 활약을 보여줄 거라 예상한 신규 멤버들의 활약이 부진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소진과 장동민, 그리고 고정이 된 홍진호에 대해 팬들의 기대가 높았던 이유는 그만큼 신규 멤버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즌 3의 멤버가 공개 됐을 때, 정은지는 예상치 못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여성아이돌이고 예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단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정은지는 시즌 2의 하니와 같은 역할을 맡을 것이라 예상됐다.

예상을 깨고 은지는 정극 연기를 펼쳤다. <크라임씬 3>는 추리라는 형용사를 가진 예능이다. 연기는 추리에 몰입하기 위한 곁들이 음식이다. 예능을 해야 하는 무대에서 연기만 하다가 추리와 예능 모두 놓쳤다. 시즌 후반 '정탐지'라고 불릴 만큼 높은 증거 탐지 능력을 보여줬지만, 시즌 초의 정은지는 추리와 예능 모두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게스트로 출연한 소진이 은지보다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고 평할 정도로 은지의 초기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양세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한도전>에서 재기 발랄한 모습을 보여준 양세형이 특유의 순발력으로 예능과 추리 모두 성공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초반엔 추리에 집중한 나머지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고, 후반에 만개한 김지훈과 적응한 정은지에 묻혀버렸다. 박지윤과 커플 연기를 보여주었던 에피소드와 자연인 배역을 맡은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인상 깊지 않았다. 추리에 적응하니 예능이 죽었고, 예능에 적응하니 다른 멤버들에 비해 재기발랄하지 못했다. 양세형과 같이 개그맨 출신이던 시즌 2의 장동민이 시즌 2 내내, 심지어 게스트로 출연한 시즌 3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뽐내던 것과 대비된다.

막장이 된 이야기

멤버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본과 연출의 문제도 한몫했다.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표창원은 "추리의 기본은 '그 사람을 왜 죽이는가(동기파악)'와 '그 범행이 가능한가(물적 증거 확보)'"라고 말했다. 동기파악과 증거 탐색의 사이에서 환상의 조율을 보였던 시즌 2와 달리, 시즌 3는 증거와 알리바이를 구성하는 데에 미흡했다. 물적 증거보다 동기 위주로 범죄의 극을 구성하니 막장 드라마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심장 이식을 위해 아들을 입양한다거나 용의자 전체가 위장 신분을 가지는 등의 과한 설정이 나왔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피해자가 죽어도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인이라 모든 용의자가 살인 동기를 갖고 있었으며. 최소 두 명 이상의 용의자가 살해 가능한 도구가 있었다. 추리게임을 자처했지만, 막장 추리 드라마의 극본에 가까웠다.

물론 전작보다 발전한 면도 있었다. 섬세해진 사체묘사, 시즌 최초의 연쇄살인사건, 모방범 출연 등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다. 장진의 연기는 더욱 능숙해졌고, 삼각형 추리는 더욱 뾰족해졌다. 박지윤은 추리여왕답게 항상 명확한 추리를 보여줬다. 김지훈은 무정자증 환자부터 미친 피아니스트까지 폭 넓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2년의 공백을 뚫고 돌아온 <크라임씬>이기에 아쉬움은 컸다.

추리보다 막장드라마에 가까웠던 각본, 다소 부족했던 물적 증거 추리 등은 다음 시즌에 꼭 보완해야 할 점이다. 보다 넓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시즌 3의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마지막 화처럼 추리 시간을 제한하거나 살인 이외의 다른 범죄를 넣는 등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기다. 업그레이드된 돛만 가져오라. 순풍은 <크라임씬> 팬들이 붙여 줄 테니.


크라임씬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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