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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12일(수) 오후 2시 서울혁신파크에서 '한국리빙랩네트워크 포럼(3회)'이 열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열린 첫 포럼이다.

이날 포럼에는 전국 각지에서 시민사회 활동가와 혁신가,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자 등 100여 명이 몰려 사회혁신에 대한 각계의 높은 기대를 보여주었다.

이날 발제는 서울혁신파크 정미나 리빙랩 디렉터와 금천구 독산4동 주은경 가장재밌는마을팀장, 소셜벤처 엔젤스윙 박원녕 대표가 맡았다. 발제자들은 사회혁신 담당 기관과 지자체, 또 소셜벤처로서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각자의 처지에서 겪은 경험을 나누는 가운데 한국에 사회혁신이 뿌리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밝혔다.

혁신적 해법의 제도화를 위해 행정이 나서야 한다

3차 한국리빙랩네트워크 포럼
 3차 한국리빙랩네트워크 포럼
ⓒ 서울혁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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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제에 나선 정미나 디렉터는 2016년부터 광역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리빙랩을 내건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서울시의 경험을 전하며 2년차를 맞은 서울혁신파크의 포부와 계획을 밝혔다 (2016~2017 서울혁신파크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소개).

"프로젝트에 선정된 팀은 6개월~9개월 동안 작은 결과라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프로토타입(prototype, 시제품 또는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명확하게 문제를 설정하고,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야 하며, 시민의 수요를 꾸준히 반영해 지속적인 수정 보완을 거쳐 확산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미나 디렉터가 전한 서울혁신파크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이어 정 디렉터는 어렵게 만들어낸 프로토타입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나아가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의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산4동에서 100일간의 공유주차 실험을 진행할 때도 여러 규제로 막히는 부분을 주민센터가 나서서 해결해준 덕에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또 올해는 금천구가 골목의 주차 관리 권한을 주민위원회에 위임하기로 하면서 실험이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되었다."

정 디렉터는 지난해 덴마크의 사회혁신 연구 기관인 덴마크 과학기술연구소(DTI, Danish Technological Institute)를 방문해 알게 된 DTI와 지방정부 간의 협력 관계를 소개하기도 했다. DTI는 수개월 동안의 프로젝트로 얻은 여러 프로토타입을 확산하고자 지방정부 단체장들과의 정례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단체장들은 연회비를 내면서 워크숍과 현장방문에 참여하고 있다.

정 디렉터는 "중소기업이 R&D 결과물을 사가듯이 지자체가 지역에 맞는 혁신 사례들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10월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릴 '메이커페어'에 맞춰 중간발표회를 겸한 지자체와의 공유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 독산행복골목위원회'와 '엔젤스윙' 프로젝트 자세히 보기(기사 '쪽방촌에 무인항공기 띄운다, 왜?')

과학기술과 시민이 만날 때 더 많은 혁신이 가능하다

김성원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디렉터
 김성원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디렉터
ⓒ 서울혁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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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한국 사회혁신 리빙랩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의미있는 제언들이 많았다.

"우리는 시민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술적 장벽이 낮은 기술에 오히려 관심을 덜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어떤 기술인가는 결국 그 기술을 누가 소유하는가, 기술 사용에 드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김성원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디렉터가 전한 우려다. 그는 "사회혁신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디렉터는 드론을 날리고 서버를 운용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공동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어 드론이 아닌 열기구에 카메라를 달아 지도를 만든 사례를 소개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쓸 수 있는 기술은 다양한 수준과 층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들의 혁신은 사회적 참여를 통해 완성된다'는 오스트리아의 과학기술연구소 ZSI(Center fo Social Innovation)의 슬로건을 소개하기도 했다.

"어떤 기술을 사회혁신의 도구로 사용할 때 시민의 참여는 그만큼 중요하다. 시민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과학기술 영역에서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또 그는 시장성 없는 기술, 다시 말해 특정 지역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면 시민의 제작 능력을 끌어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이미 있는 기술 가운데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시민들이 모방하고 변용할 수 있도록 아카이빙 하는 작업을 리소스를 가진 대학과 엔지니어들이 담당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첫 단추를 잘 꿰면서 1000개의 사례를 쌓아가야

3차 한국리빙랩네트워크 포럼
 3차 한국리빙랩네트워크 포럼
ⓒ 서울혁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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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홍길 서울시협치추진단 협치지원관, 조수빈 서울혁신파크 사업지원단 디렉터, 김은영 포항테크노파크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성지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첫 단추가 중요한 만큼 이제 도입기에 놓인 리빙랩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방안과 경로를 고민하면서 기본 가설이나 원칙들을 세워나가야 한다. 또 어떠한 좋은 제도나 사업이 도입된다 해도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화가 존재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김홍길 협치지원관)

"1,000개의 사례가 쌓이는 가운데 100개는 프로토타입이 나오고 10개는 성과를 내고, 1개는 대박을 내야 한다. 이런 가능성의 풀이 존재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조수빈 디렉터)

"포항에 있는 15개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을 모아 '포항 사회혁신연구회'를 발족하려 한다. 또 빅데이터로 지역 현안들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를 확보해가고 있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지역의 문제와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공론화하면서 리빙랩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김은영 선임연구원) 

"최근 스마트시티를 내세운 리빙랩들이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대개 기술 중심, 산업 중심으로 진행돼온 측면이 있다. 이런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하다."(성지은 연구위원)

끝으로 토론의 좌장을 맡은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사회기술혁신단장은 리빙랩의 확장을 위해 함께 고민할 것을 당부했다.

"최근에는 리빙랩을 '트랜지션랩(Transition Lab, 전환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실험 공간이란 뜻이다. 지금까지 쌓인 다양한 사례들을 사회 전체로 확장시키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나갔으면 한다."

오는 19일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 100대 과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내놓는 100가지 해법으로도 풀리지 않을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시민이 나서서 풀어갈 수 있도록 사회혁신이라는 공간이 더 크게 열리길 기대해본다.


태그:#서울혁신파크, #사회혁신, #리빙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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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옆 앞 '기찻길옆골목책방' 책방지기.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수도권에서 살다가 2022년 2월 전라북도 익산으로 이사해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고 있다. <로컬꽃이 피었습니다>(2021),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2020),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2019), <나는 시민기자다>(2013)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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