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위 스플릿에 머물고 있는 FC 서울의 만남. 반등이 필요한 두 팀의 맞대결은 2017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최고의 빅매치 중 하나였다. 제주는 리그 선두 전북 현대를 또다시 잡아냈고, 서울 역시 만만찮은 포항 스틸러스를 잡아낸 뒤라, 두 팀의 맞대결은 큰 기대를 불러왔다.

2-1, 원정팀 서울의 승리. 지루한 무득점 무승부도 아니었고, 득점도 3골이나 터졌다. 특히 박주영의 골은 정말 아름다웠다. 전반 10분 박주영은, 그가 왜 축구 천재로 불렸는지를 우아한 볼 컨트롤과 멋진 슈팅으로 증명했다. 제주 선수들이 페널티박스 안쪽에 밀집해 있던 상황을 되짚어보면, 박주영의 득점은 '대단함'을 더한다.

그런데 박주영의 득점 장면 못지않게 뇌리에 깊게 박힌 것이 있었다.

전진 패스 성공률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박주영의 이른 시간 선제골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간 서울이었지만, 제주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른쪽 윙백 안현범의 스피드와 드리블이 빛을 발하며 프리킥을 얻어냈고, 정운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공격에 가담한 김원일의 헤딩슛이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안현범의 공격 본능은 멈추질 않았고, 서울 진영을 수차례 휘저었다. 권순형과 이창민의 중거리 슈팅도 서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하지만 서울이 전반 추가 시간에 역전골을 뽑아냈다. 주세종이 제주 수비 뒷공간으로 넘겨준 패스를 윤일록이 땅볼 크로스로 연결했고, 빠르게 달려 들어온 이상호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갈랐다. 서울은 제주의 공세에 주춤하기도 했지만, 이상호의 결승골을 잘 지켜내며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분명 치열한 접전이었지만,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팀 간의 맞대결답게 조금 더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는 축구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은 득점 장면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공격 장면이 많지 않았다. 오스마르와 주세종, 고요한이 구성한 중원에서 나아가는 패스는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았다. 제주의 수비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성공률이 더 떨어졌다. 제주가 역전을 위해 공격에 힘을 실은 상황에서 시도한 빠른 역습이 슈팅까지 이어지기도 했지만, 공격과 수비 숫자가 비슷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제주도 다르지 않았다. 안현범의 스피드와 드리블, 이창민의 슈팅력이 돋보이기는 했지만, 시즌 초반 보여준 감귤타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수비형 미드필드 오스마르가 최종 수비 라인까지 내려온 상황에서는 슈팅 기회를 만들기가 더 어려웠다. 두 팀 모두 전진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다 보니, 경기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90분 내내 제주의 축구가 세밀함을 잃었던 것은 아니다. 마그노가 서울 포백 수비 사이로 찔러준 볼을 이창민이 슈팅까지 연결했고, 안현범-마그노-정운-윤빛가람을 거쳐 안현범의 슈팅을 만들어낸 장면은 박수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후반 31분, 안현범이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페널티박스 안쪽까지 진입해 짧게 내준 것이 윤빛가람의 부정확한 패스로 이어지며 공격 기회가 날아갔다. 공격과 수비 숫자가 비슷했음에도 슈팅까지 연결하지 못했던, 이날 경기 아쉬움의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이날 경기에서는 훨씬 더 익숙했다.

"패스 미스를 두 개씩만 줄이자"

얼마 전 K리그 현장을 찾은 신태용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남긴 말이다. 패스 성공률이 더 높아져야 빠른 경기 속도를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K리그가 될 수 있다는 뜻이 숨어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아 선수들이 힘든 것을 알고 있지만, 짧은 패스를 하면서도 실수하는 게 눈에 띈다"라면서, "선수마다 패스 미스를 두 개씩 줄이면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총 20개의 패스 미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보다 빠른 축구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제주와 서울의 맞대결에서만 느낀 아쉬움이 아니란 이야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간한 'K리그 테크니컬 리포트'에 따르면 2016시즌 K리그(클래식+챌린지) 450경기의 패스 성공률은 80.4%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80.5%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K리그와 EPL을 모두 챙겨보는 축구팬이라면, 이 데이터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리그의 높은 패스 성공률은 백패스에 기반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K리그 팬들은 패스를 뒤로 돌리다 길게 넘겨주거나 선수 개인 능력을 활용한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데 익숙하다. 도전보다는 안정을, 득점보다는 실점을 최소화하는 축구도 낯설지 않다. 

이날 양 팀의 공격 전개 과정에서도 세밀한 패스를 통해 밀집된 수비를 뚫어내는 것이 아닌, 수비가 적은 측면 돌파에 의한 크로스나 세트피스, 개인 능력을 활용한 중거리 슈팅 비중이 컸다. 즉, 상대 수비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패스를 통해 슈팅까지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서울은 전진 패스가 아닌 백패스를 시도하다 두 차례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 26분 오스마르의 패스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한 주세종이 이창민에게 볼을 빼앗기며,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허용했다. 전반 막판에는 신광훈의 백패스가 양한빈 골키퍼의 실수를 불러오며, 이창민과 마그노, 안현범에게 연속적인 슈팅을 내줬다. 백패스가 공격 속도를 늦출 뿐 아니라 실점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K리그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는 팬들은 무더위를 더하는 백패스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적인 모습을 기대한다. 상대 수비가 밀집된 상황 속에서도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집중력은 당연한 전제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겨운 여름이지만, 신태용 감독의 말처럼 패스 미스를 줄여나가는 모습이 필요한 K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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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FC 서울 VS 제주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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