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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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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장맛비가 그치고 며칠 폭염이 몰려오니 작물들이 축 늘어졌다. 뿌리에 물을 잔뜩 머금은 밭 작물이 30도가 넘는 땡볕을 받으면 증산작용이 잘 안되어 비실거린다. 갑자기 물을 많이 빨아들인 토마토나 고추는 터져버리기도 한다.

농사꾼도 마찬가지다. 삼복더위는 농사철 중반을 넘어가는 시기다. 봄부터 논밭에 거름 내고 씨앗과 모종 심고 가꾸느라 진이 다 빠질 즈음 장마철 삼복더위가 찾아온다. 풀과 전쟁을 치르느라 풀 깍고 김 매느라 입에 단내가 나는 시절이다.

겨울에 병치레를 심하게 해서 농사를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농사일을 채 따라가지 못할 정도인 나도 마찬가지다. 논풀을 미처 못잡아서 논풀 뽑느라 고행을 치르고 있다. 논풀은 안나게 하거나 우렁이 덕을 보면 논농사가 수월한데 일단 논풀이 벼와 경쟁은 했다하면 뽑지 않고는 제대로 수확을 못본다.

비가 그치고 초복날부터 내리 사흘을 끙끙 앓고나서 밤새 비 오고는 구름 낀 하늘 보며 아침에 다시 물장화를 신고 논으로 나갔다. 기어코 올미풀을 뽑아야 마음이 편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언제 앓았냐는 듯이 몸에도 기운이 돌았다.

한참 논을 매다가 문득 도리 (道理)란 단어가 떠올랐다. 국어사전엔 도리를 사람이 마땅히 해야 바른 길이라고 쓰여 있다. 내가 지금 손톱이 죄다 부러져가며 올미풀을 뽑고 있는 이 행위가 바로 농사꾼의 도리다.

심었으니 나락이 풍성히 열리도록 가꾸고 돌보는 것이 농사꾼의 도리다. 돈은 안중에 없다. 조상이 물려준 이 농토에 오곡백과를 일구어 내는 것이 농사꾼의 도리다. 이 도리를 다 하지 못하고 앓아 누워 있을 때 마음이 몸보다 아팠다. 장맛비를 맞으며 논흙에 다리를 묻고 일을 하니 마음이 편하고 몸도 좋아진다. 도리를 다 했기 때문일 터이다.

이왕 도리를 행하는 거 논두렁도 시원하게 깍았다. 동네 사람들이 해마다 예의주시하는 한결이네 유기농 논은 늘 깔끔하게 가꾸어야 군소리가 없다. 굳이 동네 사람들 시선이 아니라도 내 할 도리만 다 하면 군소리 들을 일도 없다.

동네 분들이 몇날 며칠 논 매는 한결아빠 일하는 모습을 본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힘들게 일하는 모습에 겉으로는 "왜 그리 힘들게 햐? 약 치고 비료 치면 쉽잖어" 하면서도 속마음은 그 옛날 당신들이 하던 그 방식대로 농사짓는 내 모습에서 향수를 느끼리라. '맞어. 저게 힘들긴 해도 바른 농사지.'라고. 이게 바로 농사꾼의 도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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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농사일기,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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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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